"정부·국회, 유신치하 국가폭력 피해 언론인 구제 나서야"

23일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2주년 기념식'
32회 통일언론상·38회 안종필언론상 시상식도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 주최로 23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 5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자유언론실천선언 52주년을 맞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정부와 국회에 유신치하 국가폭력에 의한 언론인 피해자 구제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23일 열린 기념식에선 통일언론상과 동아투위 안종필 언론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돼 남북협력과 언론자유에 기여한 과거와 현재의 언론인들이 한 데 모이는 자리가 됐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 주최로 23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자유언론실천선언 52주년 기념식’에서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국가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을 통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함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다가 유신정권의 중앙정보부와 사주의 야합으로 희생당한 언론인들은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각하로 통절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우리에게 사법의 문은 닫혔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동아일보 해직언론인들의 상속인이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올 4~5월 헌법재판소가 잇따라 각하한 일이 배경에 있다.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기자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며 “신문, 방송, 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고 했다. 이 외침은 조선일보, 한국일보로 이어져 전국 31개 언론사로 퍼졌고, 최근 영화 ‘암살자(들)’에서 다뤄진 바 있다.

이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언론인들은 강제 해직됐고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1979년과 1980년, 대법원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기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내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이완기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이날 “재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는 국가 폭력에 대한 배상 청구는 소멸시효가 없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말과도 배치된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대로라면 헌법소원 도입 이전의 기본권 침해 판결에 대해선 아무런 구제 방법이 없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52주년 기념식에서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그러면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대량 해직 사건은 사기업에 의한 해고라는 외피를 띠었지만 본질은 유신 정권의 광고 탄압과 겁박으로 인한 결과였다. 말 그대로 국가 폭력에 의한 피해자인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 결정대로 피해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하는 한편 피해자 구제에 조속히 나서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자유언론실천선언 당시로부터 52년 후인 이날 기념식엔 주요 언론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선배 언론인들의 뜻을 기렸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선배 언론인들이 열어주셨던 문이 있었기 때문에 후배들이 좀 더 단단하고 든든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52년 전 선배 언론인들이 마주한 선택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 순간마다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을 되새기겠다. 우리가 선배 언론인들을 바라보는 느낌처럼 나중에 후배 언론인들이 우리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생각해본다”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선언문 낭독을 통해 그날의 울림을 환기했다.

안종필언론상 언론노조 YTN지부…“‘방송장악 외주화’ 맞서 굽힘없이 투쟁”

이날 기념식 후엔 제38회 동아투위 안종필언론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본상은 언론노조 YTN지부, 특별상은 무등일보 ‘전라도 혐오 기획팀’에 돌아갔다. 심사위원장인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공동대표는 “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 퇴출! 방송독립! YTN 제자리로!’를 외치며 500일 넘게 공영언론 정상화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유진그룹의 YTN 인수를 ‘방송장악 외주화’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굽힘없이 벌여왔다”고 평했다. 이어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던 일들을 구성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동아투위의 정신을 잇고 실천하는 데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제38회 동아투위 안종필언론상 본상은 언론노조 YTN지부에 돌아갔다. 특별상은 무등일보의 <전라도 혐오 기획팀>이 수상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집행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전준형 YTN지부장은 이날 수상소감을 통해 “520일 가량 투쟁을 지속해 오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건 조합원들, 구성원들만의 힘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투쟁 시작부터 늘 함께 해온 언론노조 동지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직능단체, 여러 시민단체들, 법조인들, 원로 선배님들이 연대에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며 “결국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건 어느 한 개인이나 언론사가 아니라 결국 민주주의의 토대로서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아는 모든 시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YTN을 지키기 위해 연대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YTN 구성원들도 그런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차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서 오늘의 수상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YTN이 유진 강정기에서 독립해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대로 된 언론사가 될 때까지 끝까지 흔들림 없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에 기여한 보도물에 수여하는 제32회 통일언론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대상작은 없었고 특별상 수상작으로 다큐앤드뉴스코리아의 <PD수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CBS의 <유령이 된 탈북자들>, 세계일보의 <경계에 선 아이들, 북한배경학생>, 춘천MBC의 <남북강원도, 80년 단절을 잇다> 등 네 편이 선정됐다.

통일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에서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나눈 김 PD의 노력이 보도 전반에 절실하게 드러났다. 절대다수의 심사위원은 뉴스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청년’인 북한군 포로들의 속내를 듣고, 유려한 만듦새로 화면에 담아낸 이 작품에 대해 ‘대상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제32회 통일언론상 특별상이 다큐앤드뉴스코리아의 <PD수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등 네 편에 돌아갔다. 사진은 이날 수상한 다큐앤드뉴스코리아와 MBC의 김영미·이춘근·허승모 PD가 기념촬영을 한 모습. /한국기자협회

다만 북한군 포로들의 얼굴이 가림 처리 없이 담긴 지점이 제네바 협약의 ‘전쟁포로 신원 보호’ 원칙에 어긋나 대상작 선정에 부담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이는 앞으로 북한·통일 보도 일선에 있는 언론인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 봤다고 전했다.

김영미 PD는 이날 수상소감에서 “CNN 같은 큰 언론사에서도 공을 들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가 꼭 촬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설득하는 작업이 6개월 정도 걸렸다. 제가 내세웠던 명분은 ‘대한민국 언론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다’라는 원칙이었고 이를 반박할 명분을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찾지 못했기 때문에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이 너무나 잘 통해서 굉장히 울컥했다. 북한군 병사들도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선입견에서 점점 엄마, 친구처럼 대해줬던 게 다큐멘터리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며 “두 청년이 한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면 좋겠고, 오늘 이 상은 그들의 새로운 출발과 또 저의 작업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남북 관계에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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