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존을 위한 한국 언론의 연대는 불가능한가
최근 영국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BBC, 파이낸셜 타임스, 가디언, 데일리 텔레그래프, 스카이 뉴스가 SPUR(언론사 사용 권리 기준, Standards for Publisher Usage Rights)라는 공동 연합을 결성한 것이다. 평소라면 한 테이블에 앉기 어려운 조합이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정치적으로 정반대 스펙트럼에 위치한 경쟁 매체다. 보도 방향도, 독자층도, 지향하는 가치도 다르다. 그럼에도 이들이 손을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하고 요약대체하는 상황에서,…
전쟁의 가부장적 폭력성 드러내는 비판적 보도를
2월28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작금의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핵심적인 이슈다. 하지만 한국 언론 보도의 대다수는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입장을 전파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에 그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으로 유가나 증시 변동 등 국제 및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만 주목해 왔다. 이러한 한국 언론의 보도 양태를 두고 몇몇 언론에서는 자성과 함께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표적인 기사로는 한국 언론, 전쟁 보도에 증시 렌즈만 가진 것 같다(미디어오늘)와 이란 침공 전쟁, 한국 언론은 트
국가 주도 '지방 주도 성장'?
급물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빅카인즈를 활용해 행정통합을 키워드로 뉴스 검색 연관어 분석을 한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주민투표, 여론조사 같은 키워드 사이에 어색한 단어가 발견된다. 매우 심한 물살이라는 의미이지만, 타다라는 동사를 만나면 일이나 논의 따위가 빠르게 진행되다는 의미의 관용구가 된다. 주로,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탔다는 식으로 사용된다.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급물살을 타고 국회를 통과했다. 바야흐로 지방 주도 성장의 단초가 될 통합특별시 탄생
'송달불능'의 신문이 말해주는 것
A 신문 기사와 관련해 사건이 접수됐다. 조정심리를 진행하려고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송달불능으로 반송되고 말았다. 알고 보니 A 신문 주소지에는 초대형 백화점은 물론, 초고층 오피스타워가 들어서 있었다. B 신문 사례는 더 황당하다. 역시 사건 접수 후 조정심리를 진행하려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려 하니 등록된 발행인 주소지가 존재하지 않는 지번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에 있는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주소를 수정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연거푸 되돌아왔다. 확인해 보니 그 주소지에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현행 신문법에 따르면 신문
TV·뉴스·영화·게임, 그 단어를 다시 들여다보면
언어는 고정되어 있지만, 그 언어가 지칭하는 현실은 끊임없이 변한다.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때로는 관성적 이해에 사로잡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스, TV, 영화, 게임과 같은 단어를 생각해 보자. 전통적인 기사 형태 이외의 뉴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TV 스크린을 이용한다는 것이 반드시 방송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가 즐기는 게임은 부모 세대가 경험한 게임과는 다를 수 있다. 같은 단어 아래 실체는 달라지는 균열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먼저 뉴
가짜 태양의 환상, 지워지는 농촌의 비명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지방소멸 담론은 농촌 수탈을 정당화하는 편리한 알리바이다. 인구학적 통계를 근거로 농촌을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할 구시대의 잔재로 취급하는 사이, 자본은 이 공간을 재생에너지 생산 기지이자 인공지능(AI) 산업의 배후지로 재편하고 있다. 녹색 성장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련된 이름의 수탈이 농촌을 파고드는 중이다.그 최전선에서 요란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햇빛연금 성공 신화다. 이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주류 언론은 특정 마을 사례를 농촌 재생 모델로 반복 보도한다. 유휴지 태양광 시
정부광고 집행내역 공개, 디테일이 필요하다
정부광고 집행내역이 당연하게 공개되는 지금의 현실은 거저 얻어진 것이아니다. 2020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광고가 특정 언론사에 집중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체별 광고비 집행내역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지만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소송은 국민의 세금은 책임있게 집행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2021년 공개 판결을 받는다. 그리고 언론노조와 정보공개센터는 더 이상의 비공개가 없도록 조
뉴스의 공정성은 리더십의 다양성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 연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 송해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한 이금희 아나운서의 바람이 실현되는 꿈. 시사 프로그램에서 손석희나 정관용 앵커처럼 백발을 멋들어지게 쓸어 넘기는 여성 진행자가 자연스러워지는 꿈(가능성이 높았던 CBS 김현정 앵커의 하차 소식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언론계에서 여성 주요 보직자의 수가 절반이 되는 꿈, 아니 최소한 언론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언론인 숫자에 비례하는 만큼만이라도 여성 임원이 보장되는 꿈. 무엇보다 이 꿈이 이뤄지는 여정에 역차별과 백래시의 반격 대신 응원의 마음이…
뉴스 크리에이터 시대, 언론이 선택해야 할 길
2026년, 전통 언론은 기로에 서 있다. 젊은 세대의 절반가량이 소셜미디어를 주요 뉴스 소스로 삼고, 기성 언론사가 아닌 개인 크리에이터로부터 신뢰와 진정성을 찾는다. 이 변화 앞에서 언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미탈리 무케르지 소장과 노스웨스턴대 제레미 길버트 교수는 크리에이터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언론사 이름이 아닌 개인을 따른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길버트 교수는 더 나아가 언론사를 크리에이터와 지원 서비스의 결합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뉴욕타임스가 기자를 영상 크리에이터
여성노동에 대한 언론 보도가 놓치고 있는 것들
여성운동과 여성학이 급부상하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노동은 가장 핵심적인 의제였다. 당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여자 대학원생의 논문 소재가 상당 부분 여성노동일 정도였다. 여성의 노동 해방이야말로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한층 더 악화된 지금, 오히려 여성노동은 이전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언론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소재로 여성노동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 기업과 자본가가 한국 사회는 물론 언론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윤석열 정부의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