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NHK
시청자 입장에서 일본 공영방송 NHK는 재미가 없다. 화면은 정적이고, 내용은 기계 중립적이며, 아나운서 멘트는 차분하다. 뉴스와 다큐는 기본이고, 드라마, 버라이어티, 쇼 프로 등도 마찬가지다. 다른 민영방송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확연하다. 그런 NHK 화면이 ‘광란의 무대’로 바뀌는 시기가 있다. 선거철이다.지난 5일 일본의 수도, 도쿄도지사 선거가 있었다. 역대 최다인 후보자 22명이 난립했다.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 선거에 나설 바보는 없다’지만, 열풍도 역풍도 없었다.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가 득표율 59.7%로 압승했다
컨설팅에 쓴 세금, 대출받아 반납한 핀란드 장관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정치인이 언론대응 컨설팅 비용을 정부 부처에 청구했다. 컨설팅 내용에는 장관직 수행과 관련이 없는 ‘전당대회’ 시뮬레이션도 들어가 있었다. 비용만 7000만원이 넘는 서비스였고, 그중 일부는 시간 당 100만원에 가까운 ‘원포인트’ 코칭이었다. 언론에서 이 사안을 취재해 알렸다. 핀란드 재무장관이 지난 6월5일 사임한 사연이다. 싼나 마린 총리와 함께 핀란드 내각을 이끌던 여성 장관 5명 가운데 부총리를 겸직하고 있던 까뜨리 꿀무니(Katri Kulmuni). “나는 평범한 라플란드 여성”이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
극우 포퓰리즘이 불러낸 80년대 민주화 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몸살을 앓는 브라질에서 때아닌 민주주의 논란이 가열하고 있다. 원인 제공자는 극우 포퓰리스트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그의 독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맞서 좌파와 중도 계열의 정당과 시민사회가 결속하면서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라질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인 ‘지레타스 자’(Diretas ja; ‘지금 당장 직접선거를’이라는 뜻)다.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말기인 198
KF-X 사업, 인도네시아 '먹튀' 아니다
먹튀.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그만큼의 구실은 하지 않은 채 수익만을 챙겨서 떠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방위산업(방산) 협력을 다룰 때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돈은 내지 않고 기술만 가져가려 한다”는 게 골자요, 틀(프레임)이다. 몇몇 사소하고 무관한 사건까지 엮으면서 한쪽으로 몰아가는 고약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돈부터 내라”는 것이다.양국 방산 협력의 쌍두마차는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 개발과 잠수함 사업이다. 인도네시아는 쟁쟁한 군사 강국을 제치고 우리 손을 잡았다.…
농조연운(籠鳥戀雲)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두 손을 다 써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쌍수 중 오른손으로 일단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되 아무래도 안 될 때에는 왼손 즉 무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7월1일 홍콩에 큰 비가 왔다. 영국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첸치천(錢其琛) 중국 부총리는 그날 주권 반환식에서 “중국의 백년 치욕을 씻어내는 비”라며 환호했다. 홍콩에서 23년간 개최돼 온 7월1일 주권 반환 기념 집회가 올해 처음으로 금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
트럼프와 히틀러의 평행이론
최근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광고를 삭제했다. 문제가 된 광고는 극좌단체인 안티파(Antifa·반파시스트 성향의 정치집단을 총칭)를 공격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정치범을 분류할 때 쓰던 빨간색 역삼각형 문양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살해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폭동을 일으킨 이들의 배후에 안티파가 있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페이스북은 “조직적인 증오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해당 광고와 관련 포스트를 전면 삭제했다. 이에 트럼프 캠프 측은 안티파가 사용하는 상징인 줄 알았다
인종차별에 차별을 더한 독일 사회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그에 따른 흑인 시민의 희생은 독일에서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방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이것이 명백한 살인사건이라고 비판했고, 하이코 마스 연방외무장관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시위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독일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이 활동은 몇몇 우리나라 언론에 소개가 되면서 ‘인종차별에 단호한 독일’의 이미지를 전달해줬다. 이런 이미지는 최근 독일에서 발생한 사건들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프랑스에서…
취재원을 베어야 할 때
요즘 일본에선 ‘포스트 아베’ 논의가 한창이다.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아베 1강’ 구도가 서서히 종식되는 형국이다. 치명상을 입힌 건 역설적이게도 ‘아베 호위무사’, ‘관저 수호신’으로 불리던 인물이었다.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 검찰 2인자인 그를 검찰총장에 앉히고 싶어 한 아베 총리는 올해 초, 법적 근거 없이 정년을 늘려줬다. 비판이 컸지만, 이번엔 검사 정년 연장을 제도화하는 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정치적 도박’까지 감행했다.구로카와 역시 도박을 했다. 그냥 ‘
기자 지망생에게 여름 일자리가 없어지면
언시생. 이 세 글자를 읽고 바로 ‘언론 고시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실 것이다. 몇 년씩 준비해야만 언론사에 입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도 아마도 십수 년째. 학교생활 잘하고 글 좀 쓰면 이른바 ‘기자 양반’ 소리 들을 수 있었다던 옛이야기는 판타지 소설 같이 들린다. 기삿거리 얻으려 공무원과 점심 화투를 쳐가면서 친분을 쌓았다느니, 속보를 전하려고 공중전화 박스에 앞다퉈 달려갔다더니 하는 수습기자 혹은 견습기자의 이야기는 무용담이기만 했을까. 개인적으로 기자가 되는 길에 관해선 지금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최근
누가 이 사람 좀 말려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남미대륙을 휘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남미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한 가운데 브라질에서 나타나는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언제쯤 정점에 도달할 것인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국내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웃 나라들까지 불안하게 만들면서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구 2억1000만의 브라질이 지역 리더십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바탕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