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수호의 역설
뉴스 산업에서 자본의 지배는 거악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디어 혁신기에는 자본의 논리가 큰 역할을 했다. 미디어 산업은 돈과 콘텐츠의 논리 간 절묘한 균형을 맞추는 자가 승리해 온 분야였다. 과도한 자본 논리는 문화를 황폐화시켜 장기적 몰락을 불러오지만, 과도한 콘텐츠 논리도 살아남지 못했다.건설이나 치킨 프랜차이즈 같은 낯선 언론사주의 등장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월가의 지역 신문 습격 사건이 연일 논란이다. 2019년 현재 미국 신문사 4개 중 하나는 사모펀드 소유다. 2001년만 해도 5%에 불과했다.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자연환경에 대한 수업에 앞서 학교 선생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다. 수박을 쥐가 갉아 먹은 것처럼 남극의 하늘 위에 붉게 구멍이 뚫려 있는 사진이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쓰는 냉장고 속의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게 되면 태양 빛이 그대로 사람에 닿게 되어 피부암 같은 무시무시한 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집에 가는 길에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그늘로만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하필 그해 심각한 폭염과 가뭄으로 길바닥이 펄펄 끓는듯했기에 나는 공포감에…
맥주 한 잔 하실래요?
필자의 노트북 바탕 화면에는 독특한 이름의 동영상 파일이 깔려 있다. 맥주 한 잔 하실래요.MPEG.이 글을 쓰는 오늘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21년 3월1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역사적인 판정이 있었다. 수십 년간 창작자라는 도식에 갇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던 방송작가에 대하여 처음으로 프리랜서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노동자라고 판단한 것.그날 방송작가 노동조합 전현직 임원들과 당사자들은 함께 숨을 죽이며 저녁 8시에 필자에게 자동 전송될 문자 메시지를 기다렸다. 마지막 고등법원 판결 이후 20년 만에 과연
윤석열 당선인은 최정자씨의 아들이다
대통령선거와 함께 분주했던 특별 모니터 기간도 끝났다. 대선을 앞두고 26개 언론시민단체가 꾸린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충북지부 소속으로 선거보도를 집중 모니터했다. 지난 2월7일부터 대선 직후까지 지역종합일간지 4곳과 지상파 방송 3사의 선거 관련 보도를 매일 살피고 주1회 모니터 보고서로 정리했다. 언론은 이번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정의했으나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선거가 최악으로 치달은 건 분명 언론의 탓도 크다. 선거보도를 살핀 결과, 전반적으로 기사에서 정책과 의제가 완전히 실종되고 유권자에게 도움 되지 않을 내용이 보도
협치를 위한 미디어정책 고민하자
모두 언론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는 사람들은 심지어 손봐주겠다거나 공정하기를 기대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고 한다. 실망만큼 오래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누구나 위기상황을 알지만,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미디어 혁신과 함께 미디어 개혁 이야기가 줄곧 나왔다. 한 유력후보는 전위대로 못된 짓을 하는 첨병 중의 첨병으로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하는 집단으로 언론인과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무리 선거상황이라고 하지만 비난의 정도는…
'기후변화'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는 세상사 수많은 사건사고는 기후 문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을까?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 일견 기후 문제는 우리 일상과 그렇게 거리가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도 삼라만상을 이해하는 데 문제없어 보이지만, 기후환경적인 관점이 없이는 문제의 본질과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핵심이 보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우리 일상이 기후변화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건 최근 뉴스에서 쉽게 발견된다. 최근 식료품과 생필품
청년세대에 무례한 대선
청년세대에게 참으로 무례한 대선이 한창이다. 청년정책을 토론하겠다던 후보들은 정작 생방송 내내 뻔한 다툼을 주고받느라 바빴다. 나는 순식간에 유권자 내지 주권자에서 저스트 시청자로 전락했다. 후보가 민달팽이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내심 기대했던 것이 초라해졌다. 대선 후보 내지 운동 전략이 우리에게 무례한 탓이다. 그리고 저 무례함은 어쩐지 익숙하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상담과 주거교육을 할 때마다 겪는 장면과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무례함이다.일방적으로 반말하거나, 부모를 얕잡아 부르는 것은 무례하다. 상대
지명관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며
2022년 새해는 일본에서 맞이했다. 1월1일 아침에 가족들과 함께 신사에 가서 모두의 건강을 빌었는데, 그날 지명관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접하고 낙담했다. 어쩌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1973년~88년,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에 T.K생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연재하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2003년에 지명관 선생님이 T.K생이 자신이었음을 밝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부모님이 젊은 시절에 읽었다는 한국으
뉴스 신뢰도와 오디언스 파편화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1년 언론 수용자 조사 보고서에는 뉴스 소비 파편화의 단면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2019년부터 신뢰하는 언론사를 1개만 적으라는 문항을 신설해 매년 신뢰도 톱10 매체 명단을 공개해 왔다. 여기에 담긴 세 가지 특징이 흥미롭다.첫째, 매체간 신뢰도 편차가 줄었다. 3년 전 총 44%의 몰표를 받아 1, 2위에 랭크됐던 KBS와 JTB의 신뢰도는 매년 하락하고 나머지 매체의 신뢰는 다 올랐다. 둘째, JTBC의 급락과 TV조선의 급등이다. 3년간 JTBC의 신뢰도는 반토막이 났고, TV조선의
지역 언론과 미디어교육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는 뉴스에 대해 학습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뉴스의 짜임과 정보의 타당성에 대해 판단하는 학습 내용이다. 다루고 있는 뉴스를 보면 파리기후협약이나 스마트 기부확산과 관련된 내용이다. 학생들이 이 뉴스를 보고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지 판단하는 학습 내용이 제시되어 있는데, 소재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초등학생들이 기후협약이나 스마트 기부에 대해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은가? 국정 교과서 체제의 한계상 다양성과 지역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