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대
너도나도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대이다. 선거 때다 보니 더 그렇다. 하지만 논의는 쳇바퀴를 돌리는 느낌이다.여당 사람들은 포털 문제를 주로 언급한다. 확실히 요즘은 흥미에 치중한 포털용 기사가 너무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시덥잖은 입씨름을 논란과 갈등의 구도에 가둬 대단한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해외의 엽기적 사건을 낚시성 제목을 달아 소개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사가 실린 매체의 소속 기자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수준의 저질이다.대선을 앞둔 최근엔 정치권 이슈가 잘 팔린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이
탈원전 프레임 전쟁, 사라진 공론장
지난 5년간 정치권의 주요 정쟁 대상으로 부각됐던 이슈를 꼽으라고 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빠지지 않는다. 탈원전은 지난 대선만 해도 당시 홍준표 후보조차 공약으로 신규 원전 건설 지양을 내세울 만큼 진영 간 차이가 없었던 이슈였지만, 이제는 지지 정당에 따라 찬반의 양극단을 달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사회적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한국 언론은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지금도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언론의 프레임 전쟁은 계속되는 중이다. 보수 언론은 모든
언론은 '위드 코로나' 준비가 되었는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보도가 본격화되었으니 이제 1년 10개월이 지났다. 시민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백신접종률이 국민의 70% 이상이 되면서 정부의 방역 체계도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내달 1일부터 바뀔 가능성이 크다.이쯤에서 언론도 그간의 코로나 보도를 숨 고르고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집단감염 발생원, 확진자 동선, 시민들 사이에 유통되는 허위정보에 대한 검증과 해명으로 숨가빴던 한편, 자영업자의 생활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뒷바라지, 맞벌이 부부의…
영끌세대와 민달팽이세대
민달팽이세대, 즉 Generation rent가 등장한 지 오래다.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민간임대차 시장에서 형성된 주택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주택을 구매하지 못하는 청년층. 이들은 보통의 노동소득으로는 구매 불가능한 주택 가격을 불안하게 지켜보며 부랴부랴 사회에 진입해 자립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한다.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일 경험을 위해 불안정 노동과 정체된 임금 수준을 홀로 감당해낸다. 누군가는 학업 중에, 누군가는 구직과 취업 전후로 첫 독립을 시작하며 세입자로의
이천수는 왜 심하은을 공격했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FC불나방의 감독인 이천수와 FC국대패밀리의 수비수 심하은은 부부다. FC불나방과 FC국대패밀리의 결승전 당일, 이천수는 아내 심하은에게 몸은 괜찮아?라고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누나들(선수들)에게 그 얘기 했어. 공격은 심하은 쪽으로라고. 심하은은 킥은 빼어나지만, 발이 느리고 몸싸움을 거의 못한다. 또다른 수비수 국대 출신 박승희는 빠르고 공에 대한 집착력이 대단하다. 아내는 남편을 향해 못 됐다라고 하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그런 전략을 짤 것이다. 이천수는 평생을 승부사로 살아온 사람
안창림 선수를 둘러싼 보도
이번 도쿄 올림픽 때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사람은 유도 73kg급 안창림 선수다. 동메달을 땄을 때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때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말은 일본 귀화 거부라는 말이었다. 안창림 선수는 재일코리안 3세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가 대학 시절에 한국에 건너와서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유망주였기에 귀화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거절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일본 출신 선수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건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일본 귀화 거부 때문에 영웅처럼 보도되
뉴스레터의 깔때기 전략
언론사의 뉴스레터가 붐이다. 지난해 미국 언론사들의 71%가 이메일로 구독자들을 획득한다는 설문 조사를 봤는데,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 듯 하다. 이메일 뉴스레터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기사 클릭을 유도하려는 영업과 독자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마케팅이다. 문제는 둘 다 뜬구름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뉴스레터가 돈이 되는 클릭 순증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뉴스레터에 직접 광고를 붙이는 모델도, 기사 클릭수를 높여 디지털 광고 수입을 높이는 방식도, 지금 같은 디지털 무료 뉴스 환경에서는 성
돈 받고 쓴 제품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연합뉴스 기사가 오늘(8일)부터 포털에서 사라진다. 지난달 말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제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휴평가위)는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송출한 연합뉴스에 대해 32일 포털 송출 중단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는 즉각 재심의를 신청했고 제휴평가위는 사상 처음으로 재심의를 받아들였다. 일부 위원은 이번 재심의 결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으니 언론계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언론계에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홍보대행사 직원이 직접 기사를 쓰
징벌적 손해배상과 정부 여당의 정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 개정안은 여의도 정치의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었다. 여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전에 밀린 숙제를 끝마쳐 지지자들의 칭찬을 받고자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법의 통과를 막는 일에 힘써 대여투쟁의 분위기를 되살리고 내분을 수습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이러다보니 거대정당의 이해관계 앞에 실제 이 법 개정안이 현실에서 어떤 피해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여당은 야당과 언론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수용해 개정안의 미비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
멸종을 중계하는 언론
북반구의 모든 대륙이 불에 타거나 물에 잠겼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시작된 폭염은 산불로 확산됐고, 7월엔 중국과 독일, 영국 등지에 내린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7월 말 시작된 터키 산불과 함께 그리스와 이탈리아, 시베리아 등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이어졌다. 며칠 전 터키에선 산불 진화가 끝나자마자 북부지역에 내린 홍수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전례없는 재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기후변화가 초래한 기상이변은 이제 언론사의 여름 계절성 기사 단골 소재로 자리잡았다. 갖은 피해들이 사진과 영상기사로 자극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