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하이브리드 체제'로 전환 중
작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북한경제의 시장화(marketization)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북한경제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북한, 마지막 전환 경제?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북한에서 시장이 발달하면서 신흥 상인계층인 돈주가 역할을 확장하고 있고, 유통뿐만 아니라 대규모 건설 사업에도 자금을 대고 있다고 평가했다.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 돈주에게 주택 입사증을 맡기고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례가 나타났고, 삼지연 개발과 여명거리 건설 같은 국가적
주식투자로 돈을 번다는 것
로또는 1에서 45까지의 숫자 중에 6개만 맞추면 된다. 운만 좋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우리가 로또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런데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6/455/444/433/422/411/40=1/8145060이다.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수학을 아는 사람들은 그래서 로또를 잘 사지 않는다. 로또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떼 가는 세금 같은 거다.주식도 잘하면 돈을 벌 것 같다. 실제 우리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오랜만에 수익을 냈다. 동학개미들의 승전보는 계속될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본 시장을 알고 덤
"나중에", 그 후 4년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2017년 2월16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성 정책을 발표하던 자리에 곽이경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항의 방문했다. 3일 전 문 후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찾아가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곽 활동가는 이날 문 후보의 기조연설 도중 차별금지법 반대하시는가요?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라고 외쳤고, 문 후보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문…
언론사와 기자도 펜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뉴욕타임스가 팬데믹 속에서 날아올랐다. 지난 한해에만 디지털 구독자가 230만명 늘었다. 디지털과 지면을 포함한 전체 구독자는 750만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구독자 증가는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디지털 구독 매출은 전년 대비 30% 오른 5억9830만 달러로 집계됐다.뉴욕타임스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언론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상징성도 가진다. 뉴욕타임스는 광고 기반 뉴스 미디어에서 디지털 구독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마케팅
도쿄 올림픽에 콘돔 15만개를 뿌린다고?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린다고 해도 양상은 예전과 많이 다를 것이다. 메달에 감격해 동료를 얼싸안는 선수, 선수 바로 옆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 환호성을 내지르는 관중 등은 도쿄에서 보기 어렵다.이달 초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35쪽 분량의 ‘프레스 플레이북(Press Playbook)’을 공개했다. 도쿄 올림픽 취재진들이 대회 기간 내내 준수해야하는 규범 안내서다. 내용을 읽어나갈수록 코로나 시대에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난망한 일인지 실감이 됐다. 악수 금지, 포옹 금지, 대중교통 이용 금지, 마스크 쓰
2021년 박완서 다시 읽기
“인싸들이 고독함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해 본 일이었다. 그들이 빛나는 인맥과 친구만으로는 성이 안 차, 외로움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삶을 한층 더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박완서 작가의 저작들은 2011년 1월22일 작가가 타계한 이후 매년 기일 즈음 새 옷을 입고 다시 세상에 나온다. 올해는 10주기를 맞아 맏딸 호원숙 작가의 에세이 ‘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이 나와 반가움을 더했다. 개정판을 검색하던 중 의외의 곳에서 작가의 글을 발견했다. 페이스북 계정 ‘서
기상청의 민망한 적설예보
올겨울 유독 눈이 자주 내린다. 초겨울에는 주로 서해안으로 대설이 쏟아지더니 한겨울 들어 눈구름이 내륙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 6일은 수도권에서 퇴근길 악몽이 벌어졌다. 제설이 제때 안 된 탓인데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집에 가거나 중도에 차를 버리고 가는 시민들이 속출했다.월요일인 18일은 더 많은 눈이 올 거란 전망이었다. 기상청은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대설이 쏟아질 거라며 기후적 측면에서 이례적이란 언급까지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설 특보 중 가장 상위 단계인 ‘경보’ 발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영서중·
동학개미가 살린 증시에 숟가락 얹는 정치권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이념의 격전장이다. 주택의 유무, 지대를 보는 세계관에 따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첨예하게 갈린다. 같은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보도는 극과 극이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주식시장은 정치성을 덜 타는 영역이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한, 주식 시장의 내적 논리는 큰 틀에서 반박불가다.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각론에선 차이가 있을지언정 총론에선 이론이 적다. 정치성향을 떠나 증시가 꾸준히 오르기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모두 걱정한다. 그러나 요즘 한국 증시에 정치 바
공판중심보도는 '면피'의 수단이 아니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났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검찰이 적용한 15가지 혐의 중 11가지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나는 재판부가 법정구속하겠다고 밝힌 순간 정 교수가 당황하던 모습을 법정에서 목격했다. 하지만 당황한 사람은 정 교수뿐이 아니었다. 검찰이 조작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하나둘씩 깨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정 교수의 지지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유죄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이 파기될 가능
김정은 위원장의 육필 연하장을 읽고
신축년 새해 들어 처음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 칼럼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며 느긋하게 마음먹던 중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 대신 자국민에게 보내는 육필 연하장만 공개했다는 ‘비보’에 낭패감을 느꼈다. 북한이 연초 8차 당대회를 앞둔 만큼 그 내용에 있어서 중복을 피하기 어려운 신년사를 생략할 수도 있으리라는 관측이 진작부터 있었지만, 막상 염두에 둔 칼럼의 소재가 사라져 당혹스러웠다.그래서 오른쪽 상단을 향해 기세 좋게 뻗는 듯한, 김 위원장 특유의 필체가 담긴 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