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언론, 지속불가능성
네이버(모바일)로 기업명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업정보’란 맨 밑에 ‘비재무정보’라는 게 있다. 지속가능발전소가 제공하는 정보다. 각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 부문 성과(performance)를 알려준다. 가령, 임원이 직원 연봉의 몇 배를 받는지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50.4배다. 업계 평균은 9.4배, 미국 학계에서 정한 합리적 기준치는 12배 이하다. 알고 보니 전 세계 투자시장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30%, 약 3경5000조원이 ESG를 기준으로 투자된단다.
군중 검열 시대의 기자와 공론장
‘밧줄, 나무, 기자. 조립이 필요함(Rope, Tree, Journalist. Some assembly required).’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세장에 모인 청중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이 구호는 교수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인들을 목매달고 싶다는 극단적인 위협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가짜뉴스”라거나 “민중의 적”이라고 거리낌없이 낙인 찍어온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진영 안에서는 이런 혐오발언이 우스갯소리처럼 소비된다. 미국의 상황이 유별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언론
기자란 무엇인가?
기자가 된 뒤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도한 영향력을 갖는 게 기자와 방송작가’라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자신이 한 일에 비해 과도한 욕을 얻어먹는 게 기자’라고.과도한 욕은 과도한 영향력 때문이다. 이전 같진 않다 하나, 여전히 언론은 실재하는 권력이다. 과거 기자들은 정보의 유통을 독점했다. 언론을 통해야 공적인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기자보다 더 똑똑한 독자들이 너무 많다. 기자의 위상과 권위가 추락하는 건 당연하다.이제 기자가 살 길은 거꾸
언론상을 리모델링 하자
초등학생 시절에는 상을 제법 많이 받았는데, 중학교 이후로는 상을 받는 것이 뜸해졌다. 대학에서는 졸업장 한 장이 전부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감사패’는 몇 번 받았지만 상이라 보기 어렵고, 회사 볼링 대회에 나가 우승 상금을 받았지만 트로피나 상장은 없었다. 그러다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오스카상 트로피를 번쩍 든 봉준호 감독을 보면서 갑자기 ‘상’ 욕심이 생겼다. 봉 감독은 원래 저런 상을 별로 안 좋아하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상 받는 게 좋긴 좋은 거 같다. 최첨
NYT 새 CEO가 상징하는 디지털 혁신 과제
뉴욕타임스가 오는 8일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새 수장으로 맞는다. ‘최연소(49세)이자 두 번째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기록으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뉴스 수익화’ 전문가가 뉴욕타임스 미래의 키를 쥐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자 경험이 없다. 대신 ‘뉴스 수익 모델’을 혁신해 온 이력이 빼곡하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수사학과 역사를 전공한 레비엔의 첫 직장은 컨설팅 회사였다. 그 회사 오너가 적자 ‘디 애틀랜틱’을 인수해 흑자로 돌려놓고 디지털 네이티브 고학력자들을 핵심 독자로 삼는 ‘쿼츠’를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
지난 7월 기자협회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18위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중권 밑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었다. 진 교수는 상위 50위 중 봉준호 감독과 유이하게 정부나 정당 소속이 아닌 인물이다. 그야말로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 전성시대다. 언론은 올 초부터 ‘진중권 신드롬’에 대해 분석을 해왔다. ‘정부를 비판하는 거의 유일한 진보지식인’ ‘진영논리에서 자유롭다’ ‘진보의 탄광 속 카나리아’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강력한 B급 언론’ 등의 수식어가 붙
검언유착과 권언유착
검사들끼리의 육탄전과 방통위원장의 전화 논란 이후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화제성은 반감된 것 같다. 그러나 이 사건과 언론의 문제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보수세력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이라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권력의 기획이란 것이다. KBS의 전직 채널A 기자 구속사유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가 의혹을 키웠다. 조선일보 등은 서울중앙지검 핵심 인사를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 문제는 하루만에 진위가 판별됐다는 점에서 공작(?)으로 보기 어렵다. 보수세력 주장을 받아들여도 ‘검찰발 보도’ 문제 이
'쿠키'와 언론사의 광고 실험
미국의 IT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최근 온라인에 “쿠키를 죽이는 것이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이 기사는 네덜란드의 공영방송인 NPO(Nederlandse Publieke Omroep)의 온라인 광고 실험 사례를 다루고 있다.NPO는 2018년 EU에서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하자 자사 웹사이트의 이용자들에게 쿠키의 수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쿠키는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임시 파일로 이용자가 본 목록, 아이디, 비밀번호, 구매 기록, IP 주소 등의 정보를
탈 저널리즘이 무너뜨리는 것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소위 ‘인국공 사태’ 초기 5000만원이라는 말이 퍼졌지만, 사실은 3000만원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00만원이라는 거짓정보는 인천공항 근무 직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화에서 익명의 이용자가 한 말인데, 한 민영통신사가 검증 없이 처음 보도하고, 이후 다수 언론사가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널리 퍼졌다. 정규직 전환 발표 다음 날 나왔던 최초 보도와 이 보도를 따라 쓴 수십 개의 기사들은 잘못된 사실정보를 확인 없이 전함으로써 청년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효과를 낳았다. 보도가 낳은 파
의지로 공감하고, 합리로 취재해야
어떤 사안에 부딪힐 때 모든 것을 사실(fact)과 주장, 그리고 허위로 나누는 게 직업병처럼 자리잡았다. 취재할 때도, 데스크로 발제를 체킹할 때도 그러하다. 일상까지. 아내가 집안의 화나는 일을 하소연하는데, 나도 모르게 “언제?”라고 묻는다. 맥이 탁 잘린 아내가 그래도 답을 하면, “어디서?”라고 또 짚는다. “언제, 어디서가 뭐가 중요해? 말 안해”라는 아내의 짜증으로, 부부의 대화는 끊긴다. 예전에는 나도 “아니, 정확하게 말해야지”라고 맞서곤 했다.‘박원순 사건’에도 이런 사고방식이 작동한다. 사실과 주장, 허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