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민주주의의 적인가
KBS TV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최근 우리 언론의 관행으로 굳어진 ‘정치인 막말 받아쓰기’를 다루었다. 정치적 꼼수가 담긴 말도 그대로, 황당한 막말까지도 그대로 인용해 기사화하는 걸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명명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정치인의 발언은 “취재의 시작점이지 마지막이 아니니” 해당 발언의 당부로 마무리되었다. 정치 관련 보도는 정국 운영과 정책에 대한 여론을 형성한다. 기자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정보 획득과 판단을 돕기 위해 정치인을 만나 취재한다. 그렇다면 기자는 취재 대상이 된 정치인이 어떤 의도에
‘불수능 융단폭격’ 보도 유감
지난달 수능이 끝나자 우리 언론들은 일제히 ‘불수능 비판’ 기사들을 쏟아냈다. “출제자 나와”…역대급 불수능에 수험생들 분개. 불수능을 사교육 부채질로 연결시키는 ‘전형적인 기사’들도 눈에 보였다. ‘불수능’에 예비 고3도 ‘벌벌’…“사교육만 부추겨”. 불수능이 눈치작전을 불러 올 거라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기사도 있었다. ‘대입은 전략싸움?’…‘불수능’에 치열해진 눈치작전. 대개 눈치작전은 물수능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아닌가. 올해는 외국인의 논평도 활용됐다. 영어권 외국인도 혀 내두른 ‘불수능’…학교수업 무용론도. ‘불수능 융
취약한 사회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전화가 불통이다. IPTV로 즐겨 보던 중국드라마를 못 보게 된 것 정도는 별일 아니지만, 인터넷만 끊긴 게 아니고 전화가 아예 먹통이 된 건 처음이었다. 우리집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사고가 났구나 하면서 동네를 서성이다가 3G 연결망이 이어진 곳을 찾아 뉴스를 확인했다. KT 아현지사에 화재가 났다고 했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정보기술(IT) 사회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족 중 한 명이 어느 통신사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다. 이날 먹통 사태에 대해 대뜸 꺼낸 말은 “KT가…
저널리즘 함께 성찰할 공간 필요하다
‘저널리즘 총회(Assises internationales du journalisme)’라는 행사가 있다. ‘저널리즘과 시민권 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프랑스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2007년 퀄리티 정보의 생산 조건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수많은 언론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저널리즘 총회는 저널리즘과 그 실천에 대한 공유와 성찰의 공간으로 언론사, 저널리스트, 시민단체, 저널리즘스쿨 학생들과 교수들, 연구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열려있다. 그 해 선정된 테마를 둘러싼 토론, 저널리즘 실습, 워크
폭력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과 접근
영화 미쓰백은 아동학대의 피해자인 지은(김시아 분)과,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상아(한지민 분)가 교감하고 연대하고 치유하는 이야기이다. 아저씨가 소녀를 구하는 서사가 발에 차이는 세상에서, 상아와 지은이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고도 치열하게 다가가는 미쓰백은 특별하다. (상영은 거의 종료되었으나 VOD 등을 통해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가정폭력은 지은처럼 아동과 양육자 관계 뿐 아니라 배우자 사이, 형제자매 사이, 친족 사이에서도 벌어지며 그 양상은 신체적 폭력, 성폭력, 정서적 학대(폭언이나 가스라이팅), 금전적 통제, 방치
집단적 베껴쓰기 관행 규제해야
2005년 인터넷언론이 신문법상 ‘인터넷신문’으로 명명되어 법적인 지위와 권한 및 의무가 제도화된 이후 인터넷신문의 숫자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2017년 12월31일까지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총 6885개에 이른다. 신문법시행령에 의해 인터넷신문은 주간 단위로 새로운 기사를 게재해야 하고 주간 게재 기사 건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로 채워야만 지속적인 발행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시행령이 다음의 이유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첫째, ‘사실’과 ‘진실’을 강조하는 객관주의 저널리즘 패러다임
왜 우리는 ‘계란판’이 되는가
최근 언론계에서 ‘계란판’이 화제가 됐다. 계란판(종이난좌)은 신문지로 만든다. 폐지가 아니라 윤전기에서 인쇄를 막 끝낸 신문이 밀봉된 채로 옮겨져 ‘계란판’이 된다. 지구촌 어디에서건 마찬가지다. 신문들의 콘텐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내용은 더 세련되고, 글은 더 리드미컬하고, 사진과 그래픽도 나날이 발전했다. 다만 세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최고의 방송들이면 방송사의 온라인 사이트 역시 최상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잠깐의 기대는 정말 순진했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이 대단한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
네이버, 뉴스 놓고 ‘진정한 모험’ 할 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게 ‘뉴스’란 무엇인가. 네이버가 지난주 모바일 첫 화면 개편안을 공개했다. 검색창과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연결하는 그린닷만 남기고 뉴스 등 다른 콘텐츠는 뒷단에 배치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드루킹 사태에 대한 네이버의 공식 대응 방안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개편안에는 정치적 여론 조작에 ‘이용’될 소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보인다. 평가할 만하다. 사실 네이버 입장에서 자사의 최대강점인 ‘뉴스 유통’을 약화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모험’이다. 뉴스를 보러 네이버에 오는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선택. 한성숙 대
기자는 누구에게 공감하나
“나는 사업주와 과학자, 행정가들이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여러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봤다. 과학자나 정책 결정권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을 가리켜 나는 ‘공감 격차’라고 부른다.”캐나다 여성 ‘인간공학자’인 캐런 메싱의 보이지 않는 고통(김인아 외 옮김. 동녘)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반도체 공장 백혈병이나 타워크레인 사고 같은 ‘사건’이 아니더라도, 노동자들은 늘 혹은 자주 아프다. 뭔지 모를 유해물질을 다루다가 병에 걸리기도 하
독자와 소통하는 건 선택 아닌 필수
“어떤 사안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 역시 설명해야만 한다. 뉴스 생산 과정에서 우리의 선택, 우리가 주저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쓰고자 했던 방향은 무엇이었는지...과거보다 훨씬 더 투명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시민들의 질문과 비판, 의견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지난 달, 스위스 공영방송 RTS의 보도국장 크리스토프 쇼데(Christophe Chaudet)가 ‘엥포 베르소(Info Verso)’를 런칭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엥포 베르소는 TV와 라디오, 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