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자전거 비즈니스와 언론사
중국에 모바이크라는 기업이 있다. 공유자전거 회사다. 요금을 내고 시내 여기저기 있는 대여 장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탔다가 반납하는 모델이다. 대기오염과 교통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의미가 있지만, 이 비즈니스는 사실 그 자체만 보면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대여료를 보면 알 수 있다. 30분 빌리는 데 우리나라 돈으로 100~200원 수준이다. 고객에게 받는 돈은 그렇게 적지만, 비용은 많이 든다. 수백만 대의 자전거를 갖춰야하고,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T 기술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
여자들은 집에 가지 않는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는 투사다. 하지만 그 자신이 1970년대에는 지금의 이란 체제를 만든 이슬람혁명에 동조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한 대부분의 사회가 그랬듯 가부장적이었던 이란에서 에바디는 테헤란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법관이 됐다. 회고록에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이 나온다. 샤(국왕)를 비판하는 공개성명에 이름을 올린 그에게, 이슬람주의자인 남성 법관이 묻는다. 혁명 뒤의 국가에서는 당신같은 ‘여성’들의 자리가 없을텐데 왜 이 혁명에 동참하느냐고.…
창작과 기사쓰기의 ‘잘못된 만남’
전공을 밝혔을 때 상대가 높은 확률로 전공자의 진을 빼놓는 과가 있다. 철학과라고 하면 어르신들이 ‘사주’를 봐달라고 하거나, 컴퓨터공학과면 상대가 갑자기 컴퓨터 A/S를 문의하는 고객으로 돌변한다.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한 내 앞에서는 왕년의 문학 청년들이 자신의 습작을 고백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썼고 쓰고 싶어한다. 서사 붕괴의 시대라지만 여전히 이야기의 힘은 세다. 그래서일까? 문학적이고 극적인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이런 기사들은 건조한 사실 나열보다 매력적이고 호소력이 짙어 보인다. 그러나 문학적인…
구독률 9.9%와 종이신문의 생존 전략
종이신문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를 말해주는 지표들은 많다. 먼저, 종이신문 가구구독률 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는다. 1993년 63.0%였지만 2017년에는 9.9%로 하락했다(1993·2017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13.7%)와 60대 이상(16.1%)은 두 자리 수를 기록한 반면 30대(4.0%) 20대(3.9%)는 평균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40대(9.4%)만이 평균값에 근접했다. 둘째, 종이신문 열독률과 열독시간도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02년부터 2017년 사이에 열독률은 65.4
위베르 뵈브 메리와언론사 사장의 자격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 르몽드의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가 한 말로 알려진 이 문구는 실은 논객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샤를 페기가 1889년 쓴 Lettre du provincial에 실린 표현이다. 누군가는 뵈르 메리가 이 말을 평생의 신조처럼 여겼다고 하는데, 그건 확실치 않다. 다만 그 역시 진실을 중시했다. 뵈브 메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널리스트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비록…
‘미투’를 대하는 언론의 자세
최근의 ‘미투’운동을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은 오보를 내거나 2차 피해를 일으키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간략히 열거해 보자. 1. ‘미투’고발은 본인의 처지에 맞추어 본인 의지로 실행되어야 한다. 언론이 압박해서는 안 된다. 2. 고발자를 찾아 나서고 그 주변을 탐문하는 행위 역시 2차 피해를 불러온다. 3.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진 않지만 사건 장소나 당시의 직업·직무, 피해과정을 소상히 설명해 신원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사생활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대상이지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변화…가슴 뛰는 것, 동시에 어려운 것
‘변화’는 어렵다. 필자 스스로를 돌아볼 때도, 개혁을 위해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을 바라볼 때도,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최근 요청을 받고 미디어의 미래에 관해 대화를 나눠본 몇몇 언론사 담당자들을 보며 그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변화가 어려운 건 인간의 본성이 그렇고, 조직의 로직이 그렇기 때문이다. 인간과 조직은 모두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안주를 선호한다. 그게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안함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지금 정도도 충분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데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어.
‘9년 후 다시 시작된’ YTN
최남수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YTN 노조가 파업을 한지 벌써 20여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MBC와 KBS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 기간에 비하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YTN이 지난 9년여 동안 공정방송을 주장하다 해직된 6명의 언론인들과 함께 고통의 시간을 견뎌냈음을 떠올려 보면 20여일이란 숫자 앞엔 ‘9년 후 다시 시작된’이란 수식어가 있는 듯 해 아프고 서글프다. 물론 최남수 사장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이 임명된 자신을 노조와 구성원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
CBC의 단청
캐나다 CBC방송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100일가량 앞두고 평창에 중계 스튜디오를 꾸렸다. 인터넷에 공개된 스튜디오의 모습은 단아하다. 원목과 대리석 바닥의 간결한 디자인에 동계올림픽 느낌이 물씬 나는 색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적인 감각 뒤의 디테일이다. 푸른 빛이 감도는 창호지와 한국 전통 문창살에 캐나다식 벽난로를 붙였다.이 방송의 올림픽 중계 화면과 그래픽은 연꽃과 한복의 문자 문양, 초롱으로 수놓여 있다. 캐나다 선수가 국기를 들고 웃음 짓는 모습에 한복 문양이 겹쳐지고, 경기 종목을 소개하는 안내문과 선수 소개
‘어떻게’는 ‘왜’ 문제가 되는가
지난 1월24일, 미국에서는 래리 나사르라는 의사가 20여년 간 160여 명이 넘는 십대 여성과 성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장 175년형을 선고 받았다. 로즈마리 아퀼리나 판사는 래리 나사르의 ‘반성이 담긴 편지’를 휙 던져버리고, 이 편지를 공개하라는 언론의 요청을 거부하며 말한다. “여기엔 피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당신의 언어로 피해자들이 다시 피해자화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여성 대상 범죄, 특히 성범죄 기사를 보기 전이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나 부각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고,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