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보도와 경마 저널리즘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이에 맞선 트럼프의 강성 발언은 “에이 그래도 설마 전쟁 나겠어?”라고 생각하는 남한의 많은 시민들에게도 어쩌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전술핵이니 핵잠수함이니 선제타격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포털의 뉴스 카테고리를 떠다니는 모습은 마치 내일 당장 국지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에 반해 북한의 김정은이 핵 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 예를 들어 미국으로부터의 인정, 그리고 이를 통해 현 북한 지도부를 주축으로 한 국가로서의 유지
언론의 공공성 회복은 모든 언론의 과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해직 등으로 탄압하여 현장에서 배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새롭게 드러나는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실태는 더욱 경악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공영방송 장악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국정원 적폐 TF가 밝힌 문건들에 따르면 국정원이 언론인들을 성분 분류하고 이들을 배제했다. 국정원은 그 고유 목적을 벗어난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행태가 좀 다르지만 그 본질에서는 1960, 70년대 기관원이 출입하며 언론을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간
프랑스 부역언론인 처벌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프랑스의 부역언론인 처벌은 특별히 엄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치 점령기에 신문을 발행했거나 특히 독일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히틀러 전체주의의 앵무새 역할을 담당했던 많은 언론사들이 폐간되었고, 소속 언론인들은 가혹한 숙청의 대상이었다.라디오 파리 방송국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선전선동의 도구로서 라디오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던 나치 세력은 파리에 입성하자마자 국영방송국인 라디오 파리를 장악했다. 다른 방송국들은 모두 방송을 중지하거나 문을 닫은 상태였다. 라디오 파리는 나치선전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5개의 채널을 가질 정도로
좋은게 좋은게 아니라, 옳아야 좋은 것!
특정 정치인을 신흥종교 교주처럼 모시는 사람들과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분들에게 ‘여론’은 자기와 생각이 같은 의견이다. 사회적인 쟁점이나 문제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연말연초 한국 사회를 관통한 ‘대통령 박근혜 탄핵정국’이 진행되는 동안 30년 동안 구독한 C일보 등을 끊거나, JTBC나 노컷뉴스 등을 외면했다. 세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이분들이 의지하는 미디어는 요즘 핫한 뉴미디어들이다. 유튜브로 참깨방송을 듣고, 팟캐스트인 정규재TV나 윤창중 칼럼 등을 온라인으로 시청하거나 애독한다. 미디
KBS·MBC 망친 공범자들을 벌하라!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KBS MBC, 두 공영방송의 적폐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방송인들은 제작거부에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공영방송의 많은 가치들이 손상됐고 국민들은 TV화면에서 멀어졌다. 급변하는 방송환경으로 공영방송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이 까마득하지만 우선 걷어치울 건 치우고 가자. 공영방송은 다수 대중에게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정보를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따라서 공영방송은 중요한 기능만큼이나 통제 또한 중요하다. 공영방송을 누구의 통제 아래 둘 것인가? 첫째는 공영방송의…
소통과 과유불급-소통의 기획과 소통의 결과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지지율이 78%(한국갤럽 조사)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00일 지지율’이 김영삼 대통령의 83%에 이어 2위다. YS보다는 낮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가장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던 이명박 대통령(21%)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40%)보다도 2배나 높은 지지율이다.#높은 지지율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문 대통령의 ‘소통행보’인 것으로 보인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은 듯, 문 대통령은 국민 속으로 적극 들어갔고, 이를 잘 알리는데도 성공했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김민식 PD와 이용마 기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공범자들엔 인상적인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한 명은 김민식 PD이고, 다른 한명은 이용마 기자다. 2012년 MBC 노조가 170일 간 장기 파업을 하던 때 두 사람 모두 노조 집행부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는 굉장히 다르다. 김민식 PD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끼로 똘똘 뭉친 캐릭터라면, 이용마 기자는 암 투병 중에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팩트만을 건조하게 나열하는 캐릭터다. 너무나 달라 보이는 이 두 캐릭터, 하지만 이 두 캐릭터는 현재 MBC 구성원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그 현실 속
공론화와 언론
정부는 노후화된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국 원전의 역사에 커다란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는 사건이다.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국가의 중대사가 잘 진행되려면 당연히 공정하고 신중한 언론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공론화 과정을 여론조사와 동급으로 치부하며 원전을 여론에 맡기냐는 식의 기사를 내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카뮈의 비판적 저널리즘에 대한 단상
알베르 카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였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카뮈는 우리 사회에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젊은 시절 ‘알제 레퓌블리캥(Alger Républicain)’의 신참 기자로 일했으며, 이후 나치 점령 시기 레지스탕스에 의해 만들어진 ‘콩바(Combat)’의 편집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1944년부터 1947년까지 ‘콩바’의 편집국장이었던 카뮈는 138개의 사설을 포함, 총 165개의 기사를 썼다. 그의 사설들은 당시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 분출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저널리즘에 대한 그의 사고를
정부 간섭이 능사가 아니다
어떤 문제의 해결법으로 “정부가 책임져라” “대통령이 결단하라”는 식은 ‘사이다’라며 칭송받기 십상이다. 정치적 해결은 진행도 빠르고 효과도 즉각적이다. 또 이런 해법은 언론과 당국에 두루 좋기도 하다. 언론은 정부나 청와대에 대책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조언을 구하는 공무원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의 연락을 받기도 하고,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제언을 늘어놓기도 한다. 정부나 청와대 등도 언론에서 정부 대책을 요구한 만큼 태스크포스(TF)나 위원회 신설 등으로 조직을 키울 수 있다. 비효율적인 조직이 확대하는 파킨슨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