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에 흔들리는 저널리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제보를 거짓으로 조작해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난의 화살은 이를 그대로 전하거나 집요하게 반복보도한 언론에 겨누어지고 있다. 명예훼손을 다툴 때 ‘재출판의 원칙’이 있다. 피해를 입힌 내용을 인용한 다른 출판물에도 최초에 명예훼손을 저지른 출판물과 동일한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언론이 이 책임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건 공적인 기록이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공인에게서 직접 취재했을 때이다. 그러나 추가 폭로나 새로운 증언이 없는데도 같은 내용을 반복해 다뤄 고의성이 다분하다
문 대통령이 ‘현명’하게 넘어야할 두 개의 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개월 반이 지났다. 지난 달 칼럼에서 한국정치도 대통령을 보면서 ‘소통의 형식’이 아니라, ‘소통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는데, 이제 ‘신선한 소통’ 그 이상의, ‘현명한 내용’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이제부터는 ‘현명함’이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넘어야할 산’들은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자녀)과 안보(=생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그것이다. 경제(=세금, 집값, 일자리)도 중요한 변수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교육과 안보 문제보다는 파급력이 덜해 보
기계적 균형 보도의 함정
지난 10년간 언론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우선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걸쳐 이루어진 방송 장악과 탄압으로 인해 미디어 최강자였던 공영언론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반면 종편을 위시한 여타 케이블 채널들은 엄청난 성장을 했다. 특히 JTBC가 기존 종편 대열에서 이탈하여 다른 논조를 갖게 됨으로써 그나마 지상파가 쥐고 있던 저널리즘으로서의 명분도 희석되어져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라고 하는 언론 구도도 예전 같지 않다. 얼마 전 SNS 상에서 불거져 급기야 오프라인과 지면에까지 확대된 소위 ‘한경오’ 논란은 민주주의와…
기자들의 거듭나기
최근 KBS와 MBC에서 사장 퇴진의 목소리가 높다. 기자·PD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기수별로 또는 개인이 실명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KBS에서는 기자·PD 또는 노조원이 아니라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했는데 응답자의 88%가 사장 퇴진에 동의했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요구했던 촛불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 공정한 언론은 필수 전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KBS와 MBC에서 구성원의 의사에 반해 사장을 불법·편법으로 몰아내고 정권의 대리인을 사장으로 앉힌 기간 동안 공영방송은 추락했
우리에겐 ‘뉴스 해독제’가 필요하다
지난 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청문회를 보며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뉴스 해독제’였다. ‘뉴스 해독제’란 2013년 9월 크라우드펀딩으로 설립된 네덜란드의 유료 독립매체, 드코레스폰덴트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이 매체가 이런 슬로건을 표방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매체들이 전하는 피상적인 뉴스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기존의 뉴스와 결별하고, 뉴스를 재정의하고자 한 드코레스폰덴트는 창립한지 3년만인 지난 2016년 말, 5
경중과 맥락을 따져주는 언론
‘내 옷은 내가 벗어요. 내 커피는 내가 가져다 먹어요. 청와대 참모들 받아쓰기 이제 없어요. 헌재재판소장 등 정부 주요인사 인선 직접 발표해요. 청와대 출입기자들 질문 받아요.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보살핍니다. 사인 종이를 찾는 어린이를 기다려줘요. 대통령의 일정을 투명하게 발표해요.’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한 뒤로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런 보도에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저효과’ 덕분이라고도 한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부럽지 않아요”라는 과감한 발언들도
시민과 독자를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
진보성향의 언론이라 평가받아 온 언론사들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편향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그 편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다른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그 대가로 치러지는 지금의 상황이 정당하고 적정한지는 짧은 지면에 펼쳐놓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지금의 국면을 진지하게 살피되 조금 시야를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몇 차례 벌어진 ‘국민적 저항과 결집’을 흔히 ‘촛불’로 표현한다. 이는 정치권과 정부라는 기존의 국가시스템으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
대통령 소통의 틀, 소셜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만, 그래도 ‘형식’도 중요하다”는 말은 참으로 구차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이 칼럼에서 두 번이나 그런 말을 해야 했다. 외딴 관저에 머물며 국민과의 대화인 기자회견을 거의 하지 않고,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과도 대화하지 않는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답답했다. 그래서 “소통의 틀을 바꿔보자, 그러면 내용도 바뀔 수 있다”고 썼다. 돌아보면 허탈하다.문재인 정부가 지난주 출범했다. ‘소통의 형식’이 신선하다. 대통령이 국무총리 내정자와 신임 비서실장을 언론 앞에서 직접 소개했다. 수석비서관들과 점심식사를 한 후…
가짜 뉴스가 주류 방송에 남겨준 숙제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며 근거로 제시한 기사들 중 상당수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다만 아쉽게도 토론회 방송에서 자체적으로 해당 기사들이 가짜 뉴스임을 바로잡거나 밝힌 건 아니었다. 저녁 뉴스 등 다른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 뉴스 여부를 밝혔고 그나마도 일부 발언들에 한정된 검증이었다. 그러다보니 오직 TV토론회만 보는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제시한 내용들이 가짜인지 여부를 알 수는 없었다. 오히려 공신력 있는 방송사에서 언급된 내용이니 ‘설마 홍 후보가 거짓말을 하겠어?’라며 믿었을 가능
저널리즘이 답이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 동안 공영언론들이 그 힘을 잃었다. 언론의 힘은 자유로운 비판에서 나오는 것인데, 사장의 불법 편법 퇴출에서부터 낙하산 사장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기자들의 강제 해직에 이르기까지 공영언론들은 권력에 장악돼 목소리를 잃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의 한 수석은 공영방송이 국정 홍보를 담당해야 한다는 비민주적 언론관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는 이미 5년 동안 길들여진 공영방송의 신용비어천가가 있었다. 그리고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구실을 제대로 못한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