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에 눈길이 가는 이유
“Just live well. Just live.” “그냥 살아요.” 소설 ‘미 비포 유’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Just’ 라는 단어의 울림이 이렇게 클 수 있구나. ‘그냥’ 사는 것 자체도 쉽지 않구나. 우리 모두는 ‘그냥’ 사는 이 순간을 마음껏 누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된 이 소설의 마지막이 울림이 너무 컸다. 모든 걸 다 갖춘 젊은 사업가가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단 한 번도 주체적으로 살아볼 용기를 내지 못했던 한 여자가 간병인으로 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행복해지기 위해
페이스북 편향성 논쟁의 진짜 의미
최근 미국에선 페이스북의 편향성 문제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IT 전문 매체인 기즈모도가 ‘트렌딩 토픽(Trending Topic)’에서 보수 성향 기사를 홀대하고 있다고 보도한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도입한 트렌딩 토픽은 편집자들이 큐레이션 해주는 뉴스 서비스다. 한국에선 볼 수 없지만, 영어권 이용자들에겐 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국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보수 논객들을 만나 해명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논란이 커지자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은 저널리즘을 구할까? 망칠까?’란 논
기부로 만드는 책 ‘올재 클래식’
고전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당신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기부로 만드는 책, ‘올재 클래식’. 슬로건은 ‘Share the Wisdom, Change The World’. 우리 말로 풀면 ‘지혜를 나눠, 세상을 바꾸자’ 정도 될까. 조선일보 Books 지면에 올재 클래식 이야기를 꺼내면서, “1등만 기억하는, 시작만 기억하는” 에피소드를 꺼낸 적이 있다.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최고만 기억하거나, 첫 출발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이사장 홍정욱)가 펴내는 동서양 고전 시리즈 ‘올재 클래식’은 2012년…
한국은행을 위한 변명
정치인은 물론 정책가들도 종종 부족한 논리를 포장하기 위해 교묘한 수사(修辭)를 동원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도 그런 의혹을 받는 표현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국공채를 직접 매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빗댄 것이다. Fed도 어려울 때 나서 양적완화를 했으니 한국은행도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이 배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양적완화는 부실기업 도산을 막아주는 ‘구제금융’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한국판’이란 수사로 포장했지만 ‘공적자금 투입’에 다름 아닌…
누가 옥시 피해자를 두번 울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정치권은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추진키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2000년대 초 처음 제기됐고, 2011년에는 사망자 발생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제품수거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일이다.더욱이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의 손해배상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상의 근거가 되는 피해액 산정도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결정적인 것은 이번 사건처럼 검찰이
北 김정은과 후지모토, 로드맨
전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맨(55)과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62).둘 다 코믹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범상치 않은 용모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하지만 두 사람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틈날 때마다 평양으로 불러들여 극진히 환대하는 외국인 ‘절친’들이다.금방이라도 인기만화 ‘슬램덩크’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용모의 로드맨은 미국 프로농구(NBA) 마니아인 김정은에겐 어린시절의 우상 중의 우상이다. 두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후지모토는 금방이라도 할리…
그땐 왜 몰랐을까요
“이 대사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어요.” 배우 한효주가 말했다. 몇주 전 영화 ‘해어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녀에게서 들은 말이다. 정말이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것을”이라는 마지막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바로 그 한마디, 그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였다. 빼어난 외모에 탁월한 창법까지 가진 한 여인. 둘도 없는 친구와 함께 조선 최고의 예인을 꿈꾸던 그 시절은 한없이 행복했다. 부르고 싶었던 노래, 운명같은 연인, 친구까지 모두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꿈꾸던 자리엔 친구가 서 있었
겉돌고 있는 한국 언론의 디지털 혁신
노키아는 한 때 휴대폰 최강이었다. 아이폰 출시 직후인 2007년 4분기엔 휴대폰 시장 40%를 독식했다. 시장 2위 모토로라의 3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절대강자’ 노키아는 불과 몇 년 만에 비참하게 몰락했다. 2010년 초엔 노키아 CEO 입에서 “불타는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결국 노키아는 2013년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고 말았다. 최절정기에서 불과 6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노키아 몰락을 놓고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 시장 대응 실패’
책은 나를 바꾸고, 나는 삶을 바꾼다
곧 나올 책의 서문을 쓰다가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저 채우지 못하고 떠났던 가족의 이사.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갔던 7세 소년은 이사 당일 증발했다. 포장이사가 아직 미래의 용어였던 시절, 짐 나르느라 정신없던 부모는 아들의 잠적 혹은 납치를 눈치 채지 못했다. 뒤늦게 파악한 사태의 심각성. 생면부지의 동네에서 초등 1학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스마트폰은커녕 삐삐도 없던 1970년대, 당황한 부친과 모친은 미아신고까지 마치고 반경 3㎞ 골목길을 헤집었다. 낙담한 부모의 분노가 두려움으로 바뀌던
마이너스 금리와 화폐의 사망
‘은행에 예금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대출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갚아야 할 원리금이 줄어든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나 나올 법한 소설 같은 얘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2014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양적완화(QE)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잃자 꺼내든 특별 조치다. 이후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이들 국가의 일부 장기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