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과 프라이버시
인터넷매체 ‘더팩트’가 지난 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병상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더팩트는 “이 회장 건강 상태를 둘러싼 세간의 억측이나 악성 루머 등이 삼성은 물론 나라 경제 차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판단”해 근황을 보도한다고 밝혔다.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이냐, 상업적 보도일 뿐이냐, 그저 다수의 관심사에 대한 보도이냐의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고 이 보도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언론과 관련해 사생활 또는 프라이버시라 함은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비밀,…
애국가 4절과 메르스
실시간 속보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접촉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처음엔 4명이라더니 어느덧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수가 5배로 증가했다. 재집계 과정에서 수가 증가한 것일 뿐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보니, 마치 지난해 4월16일의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과연 앞으로 메르스에 대한 정부 발표를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메르스 루머 유포자를 색출하겠다며 엄포다. 메르스를 잡는 게 아니라 메르스에 대한 ‘루머’를 잡으려 드는 셈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선…
방송통신심의위 편파 심의 끝내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는 수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수용자에게 피해를 준 언론의 보도 행위를 제재하여 차후에 발생할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방송으로서는 불편하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심의가 언론의 본질적 활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게 헌법 37조 2항의 의미다. 그런데 방심위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JTBC의 ‘다이빙 벨 보도’나 KBS ‘추적 60분’의 천안함 보도에 대한 심의·제재는 그 한 예이다.세월호 참사 초기에 희생자 수색이 지극
언론의 공정성
언론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최근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2012년 친정권적 인사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MBC 노조의 파업은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다. 항소심은 “공정방송 실현은 사측뿐 아니라 실제로 방송 보도, 제작, 편성을 담당하는 방송사 내부 구성원 모두가 주체”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방송의 공정성이 준수됐는지는 주권자이자 국민인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언급했다. 1심 배심원들의 판단에 대해 “배심원들은 방송을 보고 그 공정성 준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잡초 제거론
‘도시농부’라며 집근처에 텃밭을 마련해 농사를 지은 지가 올해로 6년째다. 농사의 ABC를 알아가고 있다. 5월 중순부터 잡초를 제압하지 않으면 농작물보다 우월한 속도로 자란다. 출장으로 2주 연속 주말에 들여다보지 못하면 3주째의 텃밭은 잡초가 무성하다.공부나 세상살이에 요령이 있듯이 잡초제거에도 요령이 있다. 일단 비가 온 다음날에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형 잡초는 뿌리를 깊게 내렸기 때문에 땅이 단단하게 굳어 있을 때 두 손으로 잡아 뽑으면 어깨에 근육통이 생길 뿐 ‘근원’인 뿌리까지 제거하기가 어렵다. 비 온 뒤
저널리스트와 직업윤리
성완종 게이트 도중에 발생한 경향신문과 JTBC 간의 갈등에서 우리는 ‘언론의 직업윤리’라는 화두를 전달받았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전문직업인이자 봉급생활자이고 공공의 파수꾼 역할까지 부여된 저널리스트에게 직업적 윤리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는 저널리스트 개인의 정직성과 양심에 의해 구성된다.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고민하고, 사실을 사실로 인정해 그 앞에서 정직하고, 양심에 꺼리는…
퓰리처상과 언론, 오케스트라
# 지난 20일 한 언론사에서 정치부장으로 일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했다. 뒤에 친구의 상사인 국장과 바로 아래 후배인 차장도 합류해 넷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복귀했다. 나는 “사의를 표명할 거면 좀 일찍 하지 왜 새벽에 해서 기자들을 고생시키나”라고 그들을 ‘위로’하며 배웅했다. 그날 정치부 기자들 중에 제대로 잠을 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았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마지막에 쓴 기사가 말한다
집권이 아닌 선거를 위한 정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4월18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연행중이라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져 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연행해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그런다고 유가족들이 더 이상 진상 조사를 요구하지 않게 될까? 세월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의 분노만 자극할 뿐인 경찰의 쓸데없는 이 행위가 현 정권에 과연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정권은 힘으로 눌러 버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구사할
다시 ‘기레기’라 불려야 하나?
2014년 4월16일 세월호 대참사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덧없이 사라졌고,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희생자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을 보내야 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재판을 비롯해 감사원, 국정조사, 안전심판원 등의 조사가 있었지만 핵심을 비껴갔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위)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하지만 1주기…
껍데기만 남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난 5일 슬프게 봄비가 내린던 그날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전면폐지를 주장하면서 말이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잊지 않겠습니다”며 얼싸안고 통곡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아직도 요원한 게 현실이다.지난달 해양수산부는 ‘4·16세월호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세월호 특별법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은 3무(三無) 시행령이다. 진상규명 의지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