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전쟁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을 넘어섰다. 그 긴 시간 국토에서 전면전을 치러온 나라의 참상과 피해를 형용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민간인 사망자만 1만명을 넘어섰으니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런 희생을 치르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최선의 경우 전쟁 이전으로 국경을 되돌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으로선 이조차도 희망에 가깝다.잘 알려진 대로 푸틴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으려는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가 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는 상황이다. 그런
허술한 여론조사 보도… ±3.1%p에 숨은 거짓말
22대 총선이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 간 쟁점이 터질 때마다 여론조사 보도가 서서히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이른바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정치권에 불거졌다. 역시나 이와 관련된 여론조사 보도도 쏟아지고 있는데 尹 지지율, 39.8%양평땅,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이란 기사에서 문장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0.7% 포인트(p) 하락해 39.8%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스럽게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로 인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졌
개혁은 수사보다 어렵다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윤곽이 드러났다. 글로컬 대학 30도 그 중 하나다. 글로벌(global세계적)과 로컬(local지역적)의 합성어로, 혁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비(非)수도권 지역 대학 30곳을 선정해 1곳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2020년 약 46만명에서 2040년 약 28만명으로 39.1% 줄어든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국립대 입학 정원이 26만명인데 이를 다 채우고 2만명 남는 숫자다. 이대로라면 20년 뒤에 비수도권 사립대는 문을 닫아야 할
그런 '보지 않을 권리'는 없다
2012년 6월. 당시 미국 뉴욕에서 살던 20대 초반의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퀴어 축제 인파 속에 섞여 있었다. 한국 사회 전반에 소수자 감수성이 발달하지 못한 때였다. 방송인 하리수나 홍석천만이 떠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소수자였기에 게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말초적 호기심도 일었다. 분명 주변에 없었을 리가 없는데, 왜 그토록 그들은 눈에 띄지 않았을까. 일상 속 존재 가능성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정상 규범은 강력했다.편협했던 나의 정상 세계는 요동쳤다. 성소수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 같은 이들이 아니며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이들에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관련 논란과 관련해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는 학자, 정치인 등을 보면서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과거 일본에서 일명 우라늄 할배로 불렸다는 우라늄 광산업자 아즈마 젠사쿠다. 아즈마는 원자력, 특히 우라늄 광석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한국일본학회지에 2014년 게재된 일본 고도성장기 핵=원자력의 표상과 피폭의 기억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그는 우라늄 채굴로 부를 축적했을 뿐 아니라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우라늄 광석을 섞은 물로 목욕하는 등의 행동으로 유명했다.…
소모전 벌이는 4대그룹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은 끊임없이 경쟁했다. 삼성과 현대는 재계 1, 2위를 놓고 산업화 이후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협업보다는 경쟁갈등이 많았다.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선대 때보다 더 치열하게 맞붙었다. 양측의 갈등은 1995년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이 그해 삼성자동차를 세우면서 현대차가 장악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영향이다. 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닛산에 매각된 뒤에도 앙금은 해소되지 않았다.양측은 2014년 한국전력의…
성덕대왕신종보다 토우를 사랑한 여자
약 1㎝. 엄지손톱만한 크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달 개막한 고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 상) 장식 토기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유물은 아주 작은 흙덩이 조각 1점이다.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봐야만 형체가 보인다. 천을 덮은 시신 곁에 머물며 망자의 마지막을 지키는 한 사람.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란 이름의 이 유물은 1926년 경북 경주시 황남동 유적에서 조각난 채로 출토된 셀 수 없이 많은 토우와 토기 파편들 중 하나다.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조그마한 토우에 돋보기를 들
팅커벨이 필요한 웬디
손흥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말끝이 흐리다.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 게임만 하는 아이다. 하지만 11살 나이에 너무 일찍 현실을 알아버렸다. 자신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손흥민처럼 한국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김웬디군은 경기도 안산 매화초등학교 6학년 씨름 선수다. 학교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했고 지난 2년 간 7차례 대회에 나가 4차례 우승했다. 이기는 재미가 쌓이며 점점 씨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씨름부가 있는 중학교 진학도 생각했다. 그런데 벽이 있었다. 콩고 민주
왜 유럽처럼 협력하지 못하냐는 말에 대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독일과 화해하고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2차 대전 피해국인 프랑스 같은 국가들도 독일과 잘 지내고 있으니 한일 관계도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독일과 비교해 피해국들과의 화해에 극히 소극적인 일본의 문제가 그동안은 주로 지적돼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왜 유럽처럼 협력하지 못하느냐며 일본이 아닌 한국의 태도를 지적했던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독일이 만약 전후의 일본처럼 행동했더라면 윤 대통령이 말하
소를 잃어야 외양간 고치는 의원님들
21대 국회의 전체 의안 가결률은 29.6%에 그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수치는 공직자의 재산신고 의무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결률이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15일 기준으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57건 중 고작 3건(5.3%)만이 국회에서 가결됐다.시민단체와 언론 그리고 학계에서는 그간 줄기차게 공직자윤리법의 구멍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어왔지만 생각보다 개정 법률안의 통과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가결될 만큼 법률안의 수준이 낮아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