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단죄된 위증
A씨는 2014년 대학 졸업 뒤 CJB청주방송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사수는 무뚝뚝하지만 주위 사람을 잘 챙기는 고(故) 이재학 PD였다. A씨는 촬영이 없을 땐 항상 편집실에 있던 이 PD를 재피라고 불렀다. 재피는 이 PD의 별칭이었다. A씨는 이 PD 이야기를 다룬 책 안녕, 재피에서 3년 뒤에야 이 PD가 자신과 같은 프리랜서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 PD가 청주방송 소속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제가 방송일이 처음이라 그냥 직원인 줄 알았죠.방송국 직원작가들은 방송노동자 이재학을 PD로 불렀다. 각종…
윤석열 대통령에 비해 기자들의 준비는 부족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끝났다. 그리고 기자들의 자질 문제가 거론됐다. 당연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410총선 참패에도 국정 전환은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거란 국민의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반면 언론은 달랐다. 보수언론들마저 윤 대통령을 향해 기자회견을 주문해 왔다. 21개월 만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게 된 대통령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기자들의 행보는 다른 때보다 주목받을 수밖에 없던 행사였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이…
불통 확인한 윤 대통령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년 8월 이후 무려 20개월 만의 기자회견이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로 국정 기조 전환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진 터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기대한 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대통령에서 듣기 불편하지만 들어야 할 말을 듣는 대통령으로 변했는지 여부였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의혹이나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고 외압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대답을 할지도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뜨거웠던 선거 뒤, 무더위 속 새 국회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아직 21대 국회 회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미 22대 1호 법안으로 시선을 돌린 모양새다. 다만 최근 10년간 1호 법안은 상징적 의미만 챙겼고, 실효성은 제한적이었다.21대 국회에선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법 제정안이, 20대에선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19대에선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 맨 앞에서 의안과 문턱을 넘었으나 모두 폐기됐다.주목도가 높은 임기 초, 우리 삶에 실질적으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잘못된 갈등 구도와 언론의 책임
4월24일, 반복적으로 폐지 논란에 시달리던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최종 폐지됐다. 26일에는 서울시의회가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각각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우리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갈등 구도를 통해 이 사안을 설명하는 경향을 보였다. 먼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사실 정치인의 말이 가장 중요한 보도 출처가 되는 현재의 언론 환경에서 주요 정치인의 논평이 있다면 보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 간 갈등 구도를 부각할 경우 이 조례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떤 것을 보호하
방통위 8개월째 2인 체제… 대통령은 뭐하나
방송통신위원회가 8개월째 상임위원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위원 5명의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다. 탄핵안 발의 뒤 사임한 이동관에서 김홍일로 위원장만 교체했을 뿐, 방통위 2인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몫 상임위원 두 명이 모든 의사결정을 해도 되는데 굳이 야권 추천 위원을 임명해서 분란만 키울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법원조차 위법성을 지적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21대 국회가 다 끝나가는데 비정상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410 총선 결과는 대통
'김건희와 주가조작 챗봇' 개발기
뉴스타파는 2월28일 온라인에 챗봇 서비스를 공개했다. 뉴스타파 챗봇-김건희와 주가조작(이하 김건희 챗봇)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서비스다. 올해 초 기획해서 두 달에 걸쳐 개발했다. 뉴스타파 데이터개발팀에 소속된 나는 챗봇 제작을 맡았고, 전기환 개발자가 프론트엔드 일부를 맡았다. 심인보, 박상희 기자가 데이터셋 제작에 참여했다.김건희 챗봇을 제작한 이유는 뉴스콘텐츠 분야에서 채팅 형식의 양방향 정보 전달이 얼마나
펜 기자와 인공지능 글쓰기
누군가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볼 때 학생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라든지 연구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가끔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때도 있다. 자신의 직업 정체성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끔 직업에 관한 정체성을 고민할 때 더 뉴요커(The New Yorker) 저널리스트 애보트 조셉 리블링(Abbott Joseph Liebling)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글을 더 잘 쓰는 사람보다 더 빨리 쓸 수 있고, 더 빨리 쓰는 사람보다 더 잘 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실력에 자
선방위 '마구잡이 심의' 폭주 멈춰야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이쯤 되면 법정제재위원회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선거방송이 공정하지 않았던지 회의만 열면 무더기로 법정재재를 의결하고 있다. 18일 하루에만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31절 가석방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난 2월 뉴스데스크 보도에 관계자 징계 등 MBC 5건, CBS 1건 등 모두 6건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22대 총선 선방위는 18일까지 법정제재 26건을 의결했다. 선방위 법정제재는 낮은 수위인 주의에서 경고, 관계자 징계로 나뉘는데, 모두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평가에 감점 사유
신라 월지서 발견된 고려 기와
궁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었으며 진기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 삼국사기 674년(문무왕 14년)에 나오는 통일신라 인공 연못 월지에 대한 기록이다. 신라 별궁 터인 동궁과 월지는 국빈을 맞이하거나 연회를 베풀 때 사용됐다. 1976년까지 진행된 월지 발굴조사에서 나온 당대 유물만 3만3000여 점에 달한다.월지에서 나온 주령구(주사위)에는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 소리 없이 춤추기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놀이와 함께 풍류를 즐기던 신라 사람들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통일신라가 935년 멸망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