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라는 말
지난 1월24일, 미국국방부의 군수품을 싣고 아덴만에서 홍해로 향하던 미국 선적 컨테이너선 2척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미 해군의 호위를 받아 항해 중이었지만 후티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한 후티가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30%가 지나는 요충지인 홍해 항로를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북유럽 사이 운송비는 3달 만에 5배 가까이 폭등했다. 폭등한 운송비는 물가에 반영된다.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미국과 영국이 공습으로 보복에 나섰지만 후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
취재는 퍼즐 맞추기가 아니다
발달장애자녀가 특수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부모는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후 부모가 증거 수집을 위해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법정에선 2시간 40분에 달하는 녹음파일이 전체 재생됐다. 수업시간을 녹음했다던 파일 대부분은 무음이었고, 기소된 사건 관련한 내용은 전체 다 합해 5분 남짓했다.한 장애부모는 장시간 무음에 대해 지적하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한 특수교사는 그 시간을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청년이 외면하는 뉴스로는 안 된다
한국 언론이 받아든 성적표는 이번에도 초라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뉴스 이용률은 매체를 막론하고 대체로 하락했다. 신문과 TV 등 전통매체는 물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뉴스 이용은 뒷전으로 밀렸다. 영원할 것 같았던 포털 뉴스 생태계조차 흔들렸다는 건 특히 뼈아프다. 지난 일주일간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9.6%에 그쳐 2017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70%를 밑돌았다. 2021년과
여성 손실 보전할 저출생 대책, 언제쯤 나올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낳는 것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기쁨보다는 부담이 확실히 더 커보인다. 이미 삶이 팍팍한 이들은 나 살기도 바빠서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내고, 그럭저럭 성공의 궤도에 오른 이들은 고지가 눈앞인데 여기서 멈출 수 없어서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한다. 돈이 없으면 없어서, 있으면 그걸 지켜야 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다.지금의 초저출생 현상은 웬만해선 출산하지 않는 편이 삶의 질로 보나 생존율로 보나 이롭기에 나타난 진화론적 결과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 입장에서 특히 그렇다.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는
권력의 언론 분할통치와 방심위
자유당 계열 정당의 집권체제에서는 기존 제도를 활용하여 비교적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공영매체와 정치경제적 거래를 통해 포섭할 수 있는 기타 언론을 구분하고, 자원의 불균등한 배분을 통해 성장시킬 우호적 언론과 약화시킬 비우호적 언론을 철저히 갈라 분할통치하는 전략을 세워 일말의 주저도 없이 실천에 옮겼다.한국언론정보학회 소속 5인의 언론학자가 2022년에 출간한 언론 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에 나오는 구절이다(26쪽). 여기서 언급된 집권체제가 활용하는 기존 제도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이
윤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 또 패싱하나
윤 대통령은 올해도 새해 기자회견을 건너뛸 모양이다.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 회견 이후 닫힌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은 빈말이 됐다. 당선 직후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 잘못을 고백하겠다고 한 용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겨 기자실을 같은 건물에 배치하고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열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집권 초기 자신감은 자취를 감췄다.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은 한해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고, 위태로운 남북 관계와 고물가에 허덕이는…
美서 펼쳐진 기술 '고려거란전쟁' 승리하려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박람회(CES2024) 현장을 찾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이국적 풍경 속 CES 현장은 이질적이게도 인기 사극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전체 3500개 참여 기업 중 가장 많은 1100개 사가 참여한 중국은 국내 기업을 사방에서 둘러싸고 신제품을 포화처럼 쏟아냈다. 한국 기업들은 위축되지 않고 초격차 기술력을 무기로 수성전에 나섰다.지난해 코로나19 봉쇄와 미중 갈등 격화로 대거 불참했던 중국 기업들은 올해 지난 1년간 수련에 매진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세계 최초를 강조한 신제품들을
'괴물은 누구게' 놀이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저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을 본 한 지인의 첫 마디는 이랬다. 다수의 영화 평론가는 감독과 작가가 이 영화를 3부로 기획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1부와 2부에서 괴물을 찾는 데에 몰두하던 관객들(괴물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이 3부를 통해 자신의 편견(선입견고정관념)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영리한 구성이라는 얘기다. 괴물은 이를 통해 나 또한 여러 관계와 놓인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회가 쉽게 내뱉는 보편성이라는 이름의 전형적인 시각이…
'MBC 대통령 발언' 정정보도 판결 유감
2022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는 MBC 보도에 대해 지난 12일 법원이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감정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방송하도록 했다. 법원 스스로 실제 발언이
'청부민원 의혹' 규명 가로막는 방심위원장
지인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위원회 심의절차를 진행한 청부민원 의혹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의혹 가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해명이나 사과가 우선돼야 하는데도 이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라는 식으로 물타기 하고 제보자 색출에 나서더니 이 문제를 다루려는 방심위 회의를 무산시키는 방식으로 셀프 방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후안무치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하자마자 이른바 가짜뉴스 심의를 명분으로 비판적 언론 길들이기 선봉장을 자처했다. 방심위 존립목적은 방송의 내용이 인권존중, 양성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