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찬성투표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 요구하기로 했다. 의원들의 자유의사를 압박하고 이른바 ‘문자 폭탄’으로 휴대전화를 쓸 수 없게 만들어 공무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방심위는 5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만든 인터넷 페이지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행동’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번호가 무단으로 사용돼 업무 차질과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생긴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문자행동 사이트는 민주노총이 이날 오전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려 만들었다. 접속하면 비례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모두의 명단이 보이고, 의원의 이름을 누르면 곧바로 정해진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의원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민심을 외면하고 윤석열과 함께 탄핵 당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탄핵소추안에 찬성해 역사 앞에 당당해지시겠습니까. 의원님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설정돼 있다.
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은 비밀투표로 이뤄진다”며 “의원 개인이 자유로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충분하다”고 삭제가 필요한 이유를 말했다.
김정수 위원도 “전화번호를 적어뒀다가 다른 사안으로 민원을 넣어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어떤 의원은 4000건 넘게 문자 폭탄이 와서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기관을 압박하는 행태와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두 가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7일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이뤄지기 전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노총에 사이트를 즉시 삭제하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특정 홈페이지 전체를 폐쇄하는 것과 달리 홈페이지 안에 만든 하위 사이트는 기술적으로 운영자만 삭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삭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 삭제 요청이 아니라 명령을 할 수 있다. 이마저 따르지 않으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날 방심위의 결정에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2020년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논의할 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이번에 유독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국회의원은 공인이고 국민이 자기 요구를 보낼 수 있는데 방심위가 삭제를 논의할 범위가 아니”라며 “더욱이 이번 사태는 군인을 보내 국회를 장악하려 한 내란 범죄로 매우 중대한데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다)을 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에게서 받은 명함으로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전화번호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도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거둬들인 하루 만에 탄핵소추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7일 저녁 7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의석은 192석으로 여당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