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불편하면 '무례한 질문'인가
우리는 이 사회에서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왕이 될 수도 있다. 50년 동안 백악관 출입기자를 하며 날카로운 질문으로 대통령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유명한 헬렌 토머스 전 UPI 통신 기자가 했던 말이다. 그는 권력자에겐 거친 질문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본분이 권력 감시에 있고, 그 기능이 송곳 질문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최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명확히 해달라는 기자 질문을 두고 대통령에 대한…
의심하고 확인하는 기본과 명태균 보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회의원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입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명씨가 구속되기 전까지 연일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 등에는 그가 흘린 한 마디, 과거 발언 한 줄이 다양한 해석을 곁들여 쏟아졌다. 매체 유형이나 이념 성향, 논조 등과 관계없이 모든 언론에 명씨는 뉴스 메이커였다.단연 명씨가 얽힌 의혹은 모든 언론이 달려들어 취재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대통령 부인이 정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정치 브로커가 대통령 부부는 물론 여야 유력 정치인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각종 선거에 영향력을
대통령 스스로 이유를 설명 못하는 해괴한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형상으로는 임기 반환점(11월10일)을 앞두고 2년 6개월 국정을 돌아보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질상으로는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10%대 낮은 지지율을 수습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의혹의 핵심은 연일 흘러나오는 이른바 명태균 파일, 그중에서도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파일이 가리키는 공천 개입 의혹이다. 대통령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 질문 분야개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끝장 회견을 기획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자리에는 윤 대통령의 변명과
박장범 사퇴, KBS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국회가 박장범 KBS 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8~19일 이틀간 열기로 했다. KBS 사장은 정권의 조율을 거쳐 선임됐기에 인사청문회는 요식절차로 진행될 것이다.방송 문외한이면서도 대통령과의 친분 덕에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민 현 사장의 연임이 유력해 보였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의 사장 내정은 의외라는 게 KBS 안팎의 대체적 반응이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사장 후보로까지 부상한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 정권의 권력을 누가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내가 빤히 보인다.윤석열 대통령은…
여야, 협의체 참여해 방송4법 대안 마련해야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현업단체가 28일 여야 정치권에 방송4법 범국민협의체 참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에 참여해 연내 방송3법 개정안을 도출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다.우 의장은 방송4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 극단적 대치가 거듭되자 언론학자와 방송 현업 종사자,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 구성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서 2~3개월 동안 집중적인 논의와 토론,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여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송4법 대안을 마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 다시 연대 필요하다
1974년 10월24일, 180여명의 기자들이 동아일보 편집국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권력의 압박에 맞서 언론 자유를 지키고자 기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사건으로, 한국 언론사에 한 획을 그었다. 50주년을 맞는 오늘날, 이들의 용기와 선언의 의미는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언론 자유에 대한 내외부적 위협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과 탄압이 난무했던 과거와 비교해 표면적으로 언론 자유는 꽃핀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언론 자유는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 속에서 빛이 꺼지기 직전이다.…
자격없는 KBS 사장 후보들, 이사회도 문제다
차기 KBS 사장 공모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역대 사장 공모 과정이 시끄럽지 않은 경우가 손꼽힐 정도지만 이번엔 유독 정도가 심하다. 특히 지원한 인사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과연 이들이 공영방송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세월호 프로그램 방송은 막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극우 유튜버에게 맡기며 공영방송의 경쟁력을 끌어내리고서도 버젓이 재임 도전에 나선 현 사장(박민), 그 사장 밑에서 기사에 한중일은 한일중으로, 전두환 씨가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통일하라고 지시한 방송주간(김성진), 대통령과의…
본말전도된 '민원사주' 의혹 1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가족과 친척, 전 직장 동료 등 지인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 검증보도를 신속히 심의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본인이 이를 직접 심의해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는 의심을 사는 민원사주 의혹 사태가 표류하고 있다.민원사주 의혹을 고발한 내부 제보자들에 대해서는 감사와 고강도 경찰수사가 이어진 반면, 민원사주 의혹의 진상 규명, 절차 부당성 여부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말전도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번 사태는 기관의 존재 의미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개인정보는 뒷전인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경향신문 기자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통합증거관리시스템(디넷)에 통째로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장에 적시된 전자정보만 수집하고 나머지는 모두 삭제해야 하는데, 위법을 저지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범죄혐의와 관련이 없는 전자정보 전체를 디넷에 보관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압수수색을 받은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도 디넷에 보관했다. 이 대표는 8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뉴스타파와 경향신문이 9월26
TBS 독자생존의 길, 누가 막나
서울교통방송 TBS가 결국 독자생존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가 공식 해제되며 11일 민간법인으로 전환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TBS를 지원한 근거가 사라지며 연말 지상파 재허가 심사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TBS가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정관 변경 허가를 신청했지만 방통위가 미적거려 앞길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이다.방통위가 정관 변경 허가를 주저하자 일부에선 보수 종편에 지상파 라디오를 넘기려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몇몇 보수 종편이 TBS 주파수에 눈독 들이며 서울시와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