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기후변화
9월 마지막 주 밴쿠버 지역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들 상당수는 이색적인 공지를 했다. 교사, 학장 등이 학생들에게 9월27일 금요일로 예정된 시위에 학교를 빼먹고 참여해도 좋다고 알리며 사실상 참여를 독려했다. 밴쿠버와 서리 지역은 교육청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고, 에밀리 카 예술대학교는 아예 전체 수업을 휴강했다. 이날의 시위는 바로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이었다. 기후 파업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성 세대의 책임을 물으며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시위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베트남 빈그룹의 ‘국뽕’ 전략, 통할까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을 보면서 한국 대기업들을 떠올린다. 호텔, 골프장, 리조트, 아파트 같은 부동산 사업을 시작으로 유통, 의료, 항공 등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나 자동차, 휴대폰과 같은 첨단, 종합산업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모습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베트남 국민들은 그런 빈그룹에 열광한다. 손대는 사업마다 척척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며 빈그룹을 베트남의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빈그룹이 베트남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는다. 취업…
‘아마존 주권’ 누구에게 있나
아마존 열대우림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농경지와 가축 사육을 위한 목초지 확보, 광산 개발 등을 목적으로 불법벌목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산불이 끊이지 않으면서 숲이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 8월에만 축구 경기장 420만개에 해당하는 2만9944㎢가 타버렸고, 이달 초까지 발생한 산불은 9만5500건을 넘는다. 산불로 열대우림 생태계의 15~17%가 파괴됐고 훼손율이 20~25%에 이르면 열대우림이 초원지대로 변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아마존 지역의 전체 넓이는 최대 750만㎢에 달하며 열대우림으로 덮인 면적은 5
‘다른 세대’와 가까워지는 방법
2017년 봄, 핀란드 전국의 14세 청소년 모두가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We Should All Be Feminists)’였다. 이 책을 고르고 선물한 건 교육문화부. 기본소득 비슷한 차원에서 도서를 주었다거나 하는 오해는 마시라. 그해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이기도 했지만, 성 평등(gender equality)을 위한 그간의 역사와 노력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해이기도 했다. 1906년 핀란드는 여성 참정권과 투표권을 권리
가디언의 ‘작은 흑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플랫폼이 추천하는 기사를 읽는 시대,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며 한 번쯤 몸살을 앓아보지 않은 기성 매체는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뉴스의 디지털 유통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대한 투자는 늘고 기성의 광고는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마케터는 지난 2월, 구글과 페이스북이 올해 영국 온라인 광고 매출의 63.3%를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각 38.8%와 24.5%의 점유율을 기록해 57억 파운드, 36억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두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과
증오의 언어를 전파하는 언론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1일 지면(AA11면) 한 면을 할애해 지난 54년간 총기난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1196명의 이름을 열거했다. 1966년 8월 텍사스대 타워 총기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까지 4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에서 희생된 이들만 포함됐다. 마틴 배런 편집국장은 “총기난사로 인한 끔찍한 인명 피해를 반성하고, 미국이 지금까지 무엇을 잃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면의 취지를 밝혔다. 지난 8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공개한 8월19일자호 표지는 올해 들어 총기난사 사건
트라우마
1949년 10월14일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 남부 최대 도시인 광저우를 점령한 공산당은 여세를 몰아 홍콩까지 탈환하려 했다. 100여 년 전 영국에 강제로 할양된 ‘아픈 손가락’을 되찾아 올 절호의 기회였다. 인민해방군 제4야전군 15병단이 홍콩 접경까지 진출해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진입 명령은 끝내 하달되지 않았다.중·소 관계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소련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홍콩을 무력 침공해 영국 등 서방 세계까지 적으로 돌릴 경우 외교적으로 고립된 국제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중국의 일부가 될 위기를 넘긴…
파이프라인이 트뤼도 총리를 흔드는 이유
캐나다의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이슈가 10월 총선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로키산맥이 지나는 알버타주의 오일샌드에서 서부 해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 원유와 가스를 운반하는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놓고 내부 논란과 갈등이 더할 수 없이 격해졌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6월 총 예산 93억달러가 투입되는 파이프라인 확장 건설 프로젝트를 공식 승인했다. 알버타주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는 대부분 값비싼 열차운송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원유업체들은 엄청난 국부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파이프라인 확장을 통해 유조선 운
EU·베트남 FTA가 의미하는 것
공산당 일당체제인 베트남은 정치 측면에서 중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집단지도제를 채택하고, 국가 권력서열 1위인 당 대표(공산당 서기장)를 중심으로 대통령(주석·현재 당서기장이 겸직), 총리, 국회의장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3권이 분립됐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워도, 최소한 입법과 행정은 구분돼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입법과 행정이 구분되는 모습은 국회에서 관찰된다. 일당체제에서 국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쩔쩔매는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을 보면 베트남 국회
재정위기로 휘청대는 삼바 카니발
브라질을 두고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카니발이다.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 ‘카르네 발레’(Carne Vale: ‘고기는 그만!’이라는 뜻)에서 찾을 수 있다. 브라질에서 카니발과 관련된 소식은 1년 내내 주요 뉴스가 된다. 카니발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국민의 삶에 녹아 들어있는 기층 문화다. “브라질이 카니발을 만든 게 아니라 카니발이 브라질을 만들었다”는 유명 인류학자의 말도 그래서 나왔다. 카니발 축제는 도시 단위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삼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 시와 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