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트럼프 사설 연대’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지난 16일(현지시간) 보스톤글로브, 뉴욕타임즈 등 미 전역의 350여개 신문사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과 언론에 대한 공격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권력의 핵심 대통령과 그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언론은 애증의 관계라고 하지만 이처럼 같은 주제(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해 한날 한뜻으로 비판한 것은 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사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당연히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사설 연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CNN 등 방송사와 NPR 등 라디오에서도 관련 사실을 크게 보도하며 동지 의식을 나타냈다
아이들이 사는 나라
지난주 아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 첫 이틀은 별말 없이 선생님 손에 이끌려 일과를 시작했다. 아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핀란드식 아침밥 뿌로(puuro: 귀리죽)를 먹기 시작하면, 나와 아내는 조용히 빠져 나왔다. 어쩐지 홀가분해서 아내와 어린이집 앞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웬걸. 아이는 이날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 어디 숨어 있었냐고 물었다. 다음 사흘은 “빠이바 꼬띠(어린이집) 가기 시져!”라고 통곡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몸을 비틀며 우는 아이를 어린이집 선생님이 받아줬다.사망자 4살과 11개월. 한국 사건사고…
영국, 소셜미디어와 전쟁
영국 의회와 정부가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소셜미디어 회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영국 의회의 정보위원회(ICO)는 페이스북에 칼을 빼어 들었다. 지난 4월부터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어 온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 대해 페이스북의 책임을 물었다.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해 지난 미국 대선의 트럼프 캠프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소속된 SCL 그룹은 다른 자회사, 애그리것 IQ(Aggregate IQ)을 통해서도 ‘친 브렉시트’(
정치가 사법부를 삼켰다
브라질은 나름 강력한 삼권분립의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법원과 검찰은 상당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한다. 권력형 부패수사가 역사상 최대 규모로 최장 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브라질에서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로 불리는 권력형 부패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4년 넘게 계속되는 이 수사를 통해 에너지와 건설 분야에서 각각 중남미 최대를 자랑하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민간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처벌되고 있
반중(反中) 탈을 쓴 반정부 시위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6·12 북미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에 쏠려 있던 지난달 초. 베트남에 거주하는 교민, 주재원 사이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빠르게 돌았다. 오는 주말 하노이, 호찌민, 다낭, 냐짱 등 도시에서 대규모 ‘반중(反中) 집회’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니 위험 지역 접근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수도 하노이시는 오페라 하우스와 호안끼엠 호수 주변, 남부 호찌민시에서는 노트르담 성당과 응우옌 후에 거리 등이 구체적인 장소로 언급됐다.시위 배경으로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특별구역 조성과 관련한 법안. 정부가
사어가 된 도광양회
덩샤오핑(鄧小平)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외전략의 기본으로 삼았다. 한실 부흥의 웅대한 포부를 감추고 천둥 번개에 떠는 필부(匹夫)연 하면서 조조에 몸을 의탁했던 유비처럼 자기자신을 낮추고 묵묵히 실력을 기르면 언젠가 때가 올 것이라 그는 믿었다. 덩샤오핑은 자신의 생전에는 물론 적어도 100년 동안은 이 전략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내건지 올해로 만 40년이 된다. 중국은 어느 새 100년 갈 것이라던 도광양회 전략을 거둬들였다. 지난달 22일과 23일에 베이징에서 열렸던 중국 공산당의 중앙외사공작회의가
멕시칸 스탠드오프
멕시칸 스탠드오프(Mexican Standoff)라는 말이 있다.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고, 이때 누군가 먼저 총을 쏘았다가는 자신이 총에 맞아 죽을 수 있어 누구도 총을 쏘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누군가 이 공포의 균형을 견디지 못하고, 겁에 질려 총을 쏘면 죽고 죽이는 참극이 벌어진다. 서부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일하는 백악관 직원들은 모두 멕시칸 스탠드오프 상황에 있다고 한다. 충성 경쟁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하다 보면 누가 자신에
“역사상 가장 큰 미디어 재편기에 서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뜨겁게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지상파 3사의 중계를 IPTV, 케이블TV나 인터넷 포털을 통해 시청하는 시청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집에서 유료방송(케이블TV, IPTV)을 끊는 시청자(일명 코드 커터)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방송만 골라서 보는 유튜브TV, 슬링TV 등 묶음 채널(스키니 번들) 서비스 시청자도 제법 많아졌다. 잘 안보는 100~200개 채널 대신에 꼭 필요한 채널만 담은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s)’은 슬링TV가 시장을 개척한 후 구글 유튜브T
축제의 수준, 선거의 수준
좋은 제도나 문화를 가진 나라에 살면서 모국과 ‘비교하지 않기’가 어렵다. 핀란드 교육이나 복지, 정치 문화나 노동 환경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 든다. 이번엔 어느 세계적인 음악 축제와 6·13 지방선거를 비교하고 말았다. 핀란드 뽀리 재즈페스티벌(Pori Jazz Festival) 신임 CEO가 며칠 만에 해고된 일이다. 성소수자 차별발언 때문이었다. 한국 정치인들이 흔하게 내뱉는 그 혐오와 차별 발언.기독민주당 소속 청년 정치인 아끼 루오쌀라(Aki Ruotsala)가 대표로 선임된 건 지난 1일. 며칠 뒤 지역
끝나지 않은 BBC 임금공개 논란
BBC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공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부터 15만 파운드 이상을 받는 100여명에 달하는 출연자들의 이름과 보수를 공개하면서 BBC는 사내 안팎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문제의 시초는 지난해 7월, 왕실칙허장 개정 과정에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적서비스방송으로서 직원들의 보수가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를 세간에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을 BBC가 받아들이면서다. 2016/17 연간보고서(Annual report)에 고액의 보수를 받는 톱스타들의 명단을 넣으면서 BBC가 그동안 ‘방송시장의 출연진 경쟁에서 불이익이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