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정치
브라질 국민은 4년마다 꿈을 꾼다. 삼바 축구가 월드컵을 제패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브라질은 1930년 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빠짐없이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나라다. 1958·1962·1970· 1994·2002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통산 5회 우승국임에도 여전히 우승이 고프다.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8강에 두 번(2006·2010) 오른 데 그친 브라질은 1950년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한 2014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충격의 참패를 당했다. 브라질 국민은 집단 패닉 상태에
#미투, 미풍 베트남
베트남에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지목된 가해자 중에 유명인사나 거물급 인사가 없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고, 이들을 격려하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언젠가는 봇물 터지듯 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시작은 지난달 한 언론사에서 시작됐다. 호찌민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력 미디어그룹 뚜이쩨의 한 인턴기자가 직장 상사로부터 강간을 당했으며, 이후 자살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문’이 페이스북을 타
상상초월을 기대하며
“어디 가서 전문가라고 말하기가 두렵다.”북한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중국의 한 대학교수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한반도 정세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면서 많은 질문을 받고 있지만, 상상의 범위를 뛰어넘어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해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섣부른 예측을 내놓았다가 빗나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망신은 물론, 전문가로서 쌓아올린 권위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니 답변에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북한발 뉴스는 범위를 북·중 관계로만 국한해서 봐도 마찬가지다. 불과…
성큼 다가온 ‘로봇 기자’ 시대
네이버가 올 하반기부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뉴스 편집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모바일·PC 뉴스 첫 화면과 주요 뉴스 편집을 AI 뉴스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에게 맡긴다고 했다. 사실상 공룡 언론사인 네이버의 이런 방침으로 한국에서 ‘AI 뉴스 편집’ 시대가 열리게 됐다.미국 언론계에서는 AI가 단순한 뉴스 편집이 아니라 취재 기자를 대신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사가 AI로 무장한 ‘로봇 기자’(Robot Reporter)를 속속 채용하고 있고, 로봇 기자가 ‘나와바리’를 넓혀가고 있다.…
블록체인도 '우물 안 개구리' 재연될까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는 블록체인 기업 좀 소개 해주세요.” 글로벌 혁신의 진원지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특파원으로 재직하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현지 회사나 인재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대부분 기업 방문이나 주요 인사 미팅 섭외를 요청하는 것이다. 다만 주제가 시기에 따라, 유행에 따라 바뀔 뿐이다. 지난 2016년엔 창조경제 기업이었다가 지난해엔 인공지능이나 4차산업혁명, 최근에는 블록체인으로 바뀌었다. ‘잘 나가는’ 기업의 기준도 없고 왜 만나는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편이다. ‘배우고 싶다’는 열정은 가득하지만 무엇을 배
한국은 일본 언론보다도 북한에 관심이 없나
‘한국 기자도 사쓰마와리로 훈련합니다.’ 일본 기자를 만났을 때 이 말을 영어로 꺼낼 뻔했다. 일본어는 못 하지만 말을 걸고 싶었다. 반가운 척을 해보겠다고, 일본어에서 따온 말을 한국 언론계에서 수십 년 째 쓰고 있다고 이야기할 순 없었다. 여전히 몇몇 언론사가 도제식으로 수습 기자 기르는 일도 자랑은 아니라, 그저 한번 웃자고 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지난 3월 19일부터 21일 핀란드에서 열린 남북미 1.5트랙 회담 취재 현장. 일본 기자를 만난 단상을 쓴다. 회담이 헬싱키에서 열린다는 소식은 갑작스러운 뉴스였다. 연합뉴스
내부 고발이 페이스북을 추락시킬까
3월17일 분홍색 머리의 청년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 비디오 인터뷰를 가졌다. 영국의 정치 컨설팅 그룹 SCL(Strategic Communication Laboratories)에 속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리서치 디렉터로 발탁된 그의 이름은 크리스토퍼 와일리(Christopher Wylie). 이날 그는 자신이 일했던 회사가 페이스북 5000만명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지난 미 대선 투표 기간 중 프로파간다 도구로 활용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중남미 ‘부패와 전쟁’서 승리할 수 있을까
‘브라질 코스트’라는 말이 있다. 흔히 브라질 시장에 진입해 활동하는 기업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의미하지만, 법·제도의 미비와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되는 불합리한 행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브라질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고 중남미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라틴아메리카 코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코스트의 뒤에는 고질적인 부패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중남미 최대 규모 건설업체인 브라질의 오데브레시는 지난 2001년부터 중남미 각국에 엄청난 규모의 뇌물을 뿌렸다. 건설 프로젝트를 유리한 조건으로 따내기 위한
베트남이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23일 베트남의 온라인 뉴스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화제였다. 전날 베트남에 도착한 문 대통령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23세 이하(U-23) 대표 선수들을 만나 격려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타전된, 전직 대통령 구속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다. 궁금해 하던 기사는 그보다 한참 아래에 랭크돼 있었다.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동안 일어났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등 대형 이슈에 밀려 한국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못한 것이 있다. 베트남 과거사에 대한 한
아베 수상과 스핀닥터
옴 진리교 사형수들의 이송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사형수 13명 중 7명이 도쿄에서 전국의 구치소로 분산됐다. 각 방송사들은 하루 종일 이들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담기에 분주했다. 지난 14일에 벌어진 일이다. 사형수 이송은 이날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이송된 사형수들은 지난 1993년에 벌어진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뿌려 일반인들을 살해한 사건의 주모자로 재판을 받은 자들이다. 이들 중 7명이 도쿄 구치소에서 오사카·나고야·히로시마·후쿠오카·센다이 구치소로 이송됐다. 일본 법무부는 사형수들의 이송은 올해 1월에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