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신공 (削除神功)
중국인들이 ‘왕신반(網新辦)’이란 약칭으로 부르는 기구가 있다. 국가기구(인터넷 정보 판공실)인 동시에 공산당 기구(인터넷 안전 및 정보화 영도소조 판공실)를 겸하는 ‘한 몸 두 얼굴’의 조직이다. 베이징 시청(西城)구에 있는 청사는 아무런 표지가 없어 밖에서 보기엔 무슨 기구인지 알기 어렵게 돼 있다. 인터넷을 통한 선전ㆍ공보와 함께 사이버 공간 검열도 왕신반의 빠뜨릴 수 없는 주요 임무다. 이 조직의 특기는 ‘삭제신공’이다. 중국 국가주석직의 3연임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안이 공개된 2월25일 이래 가장 바빠진 조직이 바
팬츠 온 파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밤 취임 이후 첫 국정 연설을 했다. 그가 80분에 걸쳐 연설하는 동안 뉴욕 타임스와 CNN 등 주요 언론사는‘팩트 체크’ 또는‘리얼리티 체크’ 코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독자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특히 사실 확인 전문 웹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웹사이트는 그날 미국 동부 시간으로 밤 9시 49분쯤에 폭주하는 조회로 인해 6분 동안 다운이 돼 명성을 얻었다. 폴리티팩트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이…
핀란드가 #MeToo를 대하는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으로 모처럼 스포츠 뉴스가 넘친 겨울이었다. 환희와 감동 속에서 발굴한 소식을 전하는 동안 언론도 꽤 즐거웠으리라 생각한다. 취재 현장이 즐겁고 활기찬 경우는 정말 손에 꼽는 일이니, 다시 일상적인 소재를 마주할 부담도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적폐가 달리 적폐겠나. 할 일은 많다. 가장 시급한 문제 한 가지를 꼽아본다. 지난 몇 주 올림픽 뉴스 아래 힘겹게 연대를 이어온 성폭력 피해 증언 #MeToo. 핀란드에서도 최근 #MeToo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편인 나라지만, 성폭력 양상은
영국 진보신문이 보수신문 사들인 이유
영국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오며 힘을 겨뤄온 신문사 두 곳이 합병을 선언했다. 노동당 대변지로 유명한 ‘데일리 미러’(Daily Mirror)를 비롯해 지역지 100여개를 소유한 트리니티 미러(Trinity Mirror)가 영국의 신문재벌인 리처드 데스먼드가 소유한 신문사들 전부를 1억26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사들였다. 브렉시트 지지론을 펼쳐 극우 성향을 증명한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와 가십성 기사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OK’, ‘스타’(Star) 등의 타블로이드지들이 포함돼 있다.
박항서 감독 덕 좀 보십니까?
한국인들에게 가장 ‘핫’ 한 나라 몇 군데를 꼽으라고 하면 베트남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요즘 베트남에 지인 하나 없으면 촌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지난 1월 한 달에만 31만6000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찾았는데, 작년 같은 기간(17만2000명)에 비하면 무려 84% 늘어난 수치다. 겨울철 동남아 성수기를 맞아 좌석 공급이 늘면서 요즘 한국에서는 하루 50편 가까운 항공기가 베트남으로 뜬다. 베트남에서도 한국은 많이 회자된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부린 ‘마술’ 영향이 제일 크다고 봐야겠다. 지
정권 교체기 맞은 중남미…개혁과 변화 요구 꿈틀
올해 중남미 지역은 정권 교체기를 맞는다. 주요국에서 대선이 잇달아 치러진다. 중남미 전체 인구의 3분의 2 이상인 4억2500만 명이 새 정부를 맞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칠레에서는 이미 작년 12월 대선을 통해 중도좌파에서 중도우파로 정권이 넘어갔다. 기업인 출신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당선자는 칠레의 민주주의 회복 이후 20년간 계속된 중도좌파 집권 시대를 끝내고 2010~2014년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피녜라 당선자는 3월11일 취임해 4년간 칠레를 이끌게 된다.칠레에 이어 올해는 콜
중국은 지금 ‘무현금 사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빈 방중 때 서민 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모바일로 결제했다. 바쁜 출근 시간에 쫓긴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때우는, 한국식으로 치면 허름한 분식점쯤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그러잖아도 홀대 시비에 빠져 있던 국빈이 굳이 그런 곳에서 식사하는 게 적절한 선택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 청와대 참모들은 “13억 중국 서민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담당자 누군가가 회심의 작품으로 준비했을 문 대통령의 서민 식사는 안타깝게도 중국 TV 화면을 타지 못하고 SNS나 소수의 인터넷 매체에 스틸 사
위안부 합의·남북회담 뉴스가치
지난 9일 한국에서는 두 가지 큰 뉴스가 있었다. 먼저 한국 외교부는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 사이에 맺어진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을 발표했다.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합의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 일본의 노력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날 판문점에서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등이 합의됐다. 위의 두 가지 뉴스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경중을 가릴 수 없는 주요 뉴스다. 일본 언론들은 어느 뉴스를 더 중요하
뉴욕타임스의 ‘독자 퍼스트’ 전략
전 세계적인 신문 산업의 위기 속에서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새로운 생존 전략을 선보였다. 그것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독자 퍼스트’ 전략이다. 뉴욕타임스 등 세계 주요 신문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동안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영상(비디오) 퍼스트’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런 전략을 모두 내팽개친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역시 ‘독자 퍼스트’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미국의 시사 매체 ‘애틀란틱’ 최신호가 보도했다. 양질의 기사로 독자를 사로잡는 게 최고의 세일즈 전략이고, 이것은 디지털…
‘언론 자유 vs 국가 안보’ 핀란드 언론계 시끌
2017년 연말, 핀란드 언론계는 ‘언론 자유의 범위’를 놓고 시끄러웠다. 국가보안시설 기밀 정보를 보도한 종합일간지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경찰이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핀란드 언론인들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충격받았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에서 이 일을 두고 우려스럽다는 성명을 냈는데, 핀란드 대표는 ‘RSF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내놨다. 러시아 미디어에서도 이를 며칠 동안 관심 있게 다뤘다. 유출된 국가 기밀시설의 핵심 활동이 대러시아 정보수집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쟁적인 기사를 쓴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