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여성 메인앵커 기용, 이제 첫 걸음
‘KBS 9시뉴스 메인 앵커 이소정’의 등장을 환영한다. 언론 환경이 요동치고 있지만 KBS 9시뉴스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보도 프로그램이다. 이소정 앵커의 기용 소식이 만시지탄이지만 의미가 큰 이유다. 그간 한국의 방송 뉴스 프로그램엔 3개의 암묵적 규칙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오여삼(50대 이상의 남성과 30대 이하의 여성)’, ‘남중여경(남성은 경성 뉴스, 여성은 연성 뉴스)’ 그리고 ‘남선여후(남성 앵커 먼저 여성은 나중)’다. 지상파뿐 아니라 대다수의 종합편성채널도 이 규칙을 충실히 따랐다. 때로 주말 뉴스
MBN은 우아한 가
최근 막을 내린 MBN 드라마 ‘우아한 가’는 재벌에 숨겨진 비밀과 오너리스크를 막는 TOP팀의 초법적 일탈을 다뤘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극의 긴장을 높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MBN 드라마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연과 스토리는 다르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MBN 출범에 얽힌 시크릿이다. 종편 출범 때 자본금이 부족하자 임직원 명의로 차명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 편법을 저지른 혐의가 핵심이다. 또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주식을 나중에 사주기로 한 혐의도 검찰이 확인했다. 물론 재무제표엔 한 줄도 반영
실검 기사 제작업체까지 등장하다니
‘하루 기사 20건 이상 송고.’ ‘500자 분량의 기사는 15분이면 충분.’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뉴스부에서 일하는 A기자는 포털 실검 대응 기사를 찍어냈다. A기자는 “발제 회의나 데스킹도 없다. 오직 실검과 온라인 이슈를 따라 쓸 뿐”이라고 말했다. 연예 매체만 실검에 등장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건 아니다. 종합일간지, 경제지도 누리꾼들의 악플을 ‘논란’으로 포장해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을 부추기고 있다. 왜 언론사는 이런 자극적 내용의 실검 대응 기사를 물건 찍어내듯이 생산하고 있을까. 트래픽을…
법무부의 정보통제 발상 위험하다
무분별한 피의 사실 공표는 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을 훼손하고, 재판도 받기 전에 피의자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었다. 검찰은 피의 사실을 흘려 ‘망신주기식 수사’와 ‘여론재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끌고 가곤 했다. 10년 전 ‘논두렁 시계’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법무부가 기소 전에 수사상황 등 피의사실 공개를 금지하고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내놓은 배경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이런 취지와 달리 법무부 훈령은 “피의자 인권
댓글·실검 부작용, 네이버도 결단하라
카카오가 지난 25일 자사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에 대한 연관 검색어를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뉴스서비스의 실시간 검색어는 25일부터 삭제됐고 포털사이트 내 ‘실검’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치·선거 관련 뉴스에 대한 댓글 중단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카카오 측은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소, 부적절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 접대 진술 및 부실 수사 의혹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신문과 취재 기자, 보도에 관여한 사람들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겨레는 앞서 11일 윤 총장이 윤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한겨레 고소와 관련한 질의에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명예훼손이 된 것에 대해 지면에 사과하면 고소를 계속 유지할지 재
기자 향한 인신공격… 소통 막는 민주주의의 적
정치적 의견이 명확히 갈린 사안에 대한 보도는 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출고와 동시에 기사가 모바일 메신저로 공유되고 실시간 댓글이 달리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압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독자의 지적에 귀 기울이는 겸손은 오래전부터 기자에게 요구되어왔던 덕목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들에 대한 조롱과 야유는 소통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번엔 법조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취재하고 있다. 수사에 대한 찬반이 갈린 채 수십만 인파가 모인 집
조국 사태와 언론의 길
“논평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21년 창간 100주년 기념사에서 언론의 핵심 가치를 천명했다. 주류에 맞서 위기를 겪던 시대, 저널리즘의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언론의 보도는 이 가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사실과 의견의 혼재, 진영의 정파성을 앞세운 외눈박이 보도, 세대 갈등으로 포장한 편가르기 보도가 언론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져 “검찰 개혁”과 “조국 파면”을 외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
언론 향한 ‘전략적 봉쇄소송’ 멈취야
“조국의 독립을 위한 열정의 정신, 강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길을 만들어가겠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광복절에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엉뚱한 논란이 벌어졌다.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을 ‘대일민국’이라고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지만 KBS는 이를 자사 메인뉴스인 뉴스9에 보도했다. 문제는 나 원내대표의 대응이었다. KBS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기사를 내려 달라고 정중히…
이젠 독자를 찾아가야 할 시간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고객’이다. 그는 여러 저서와 강연을 통해 고객 창조와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굳이 경영학 교과서를 펼치지 않아도 고객 없는 비즈니스를 상상하긴 어려운 일이다. 언론사의 고객은 누구일까? 독자라고 쉽게 답할 수 있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언론사는 독자와 광고주라는 두 고객을 갖고 있었고 재정적 기여도에서 광고주는 독자를 압도했다. 언론사가 독자보다 광고주에 관심이 더 많다는 건 비밀도 아니었다.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경영진에게는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