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와 박성제, 그리고 권성민
MBC의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두 해직언론인이 근거 없이 해고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백종문 현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과거 한 자리에서 두 사람이 파업의 배후란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고했다고 밝힌 것이다. 두 사람의 해고 당시 백종문씨는 인사위원회 위원이었다. 사실 두 사람의 해고 사유가 불분명한 건 해고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두 사람은 당시 파업을 주도하던 노동조합의 간부도 아니었고, 파업 중에 다른 구성원들과 다른 돌출(?)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파업했던 수많은 MBC 구성원 중 평범한
데자뷰-연출된 신년 기자회견, 침묵하는 기자들
데자뷰(deja vu)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기시감이다. 처음 보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그래서 진부하다는 뜻도 있다. 이번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본 소감은 딱 데자뷰 그 자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신년 기자회견은 프롬프트를 사용해서 정해진 질문에 대한 준비된 답변을 하고 끝났다. 비판 받고 나서 진행됐던 두 번째 회견에서는 프롬프트가 사라졌지만 정해진 질문 그리고 준비된 답변으로 끝나는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자유스럽게 질의응답이 이루어진 양 ‘시간도 없고 하니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연출
총선,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
연초라서 모임이 잦다. 회장이니 총무니 새로 살림을 맡을 사람을 뽑기도 한다. 자체 규정에 따라 책임을 맡는 분위기지만 ‘잘할 때까지 계속해’라며 농담을 던지는 친구들도 있다. 웃자는 이야기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상당히 무서운 농담이 된다. 100여일 뒤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을 뽑으면서 ‘잘 할 때까지 계속’이라고 외칠 유권자들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잘해왔으니 한번 더’ 정도의 구호는 되어야 표심을 얻을 것이다.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세대교체가 전폭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화 ‘암살’과 ‘소녀상’
‘독립운동의 역사를 가르쳐주는 영화’라는 ‘암살’을 지난해 7월에 보지 못했다. 독립된 나라를 찾겠다며 19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상해에 세운 김구나 ‘도시락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파견군 대장 등을 즉사시킨 윤봉길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한국에서 독립운동 소재 영화가 제대로 됐겠나 하는 편견이 작용한 탓도 있다. 2015년 ‘광복 70년’인 한국은 어느덧 “(일제 강점기에)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았다”며 일제 때 고위직을 지낸 사실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 무심코 신년 연휴에 ‘암살’을 보았
IT기업과 다른 ‘언론의 길’
알리바바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최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112년 역사의 홍콩 유력 영자지를 품에 안은 것이다. ‘IT기술과 미디어 콘텐츠의 결합’. 여기에 또 하나의 사례가 추가된 셈이다. 2년 전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아마존과 워싱턴포스트가 결합을 통해 이미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미디어 산업 진출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정부 홍보 기사, 비판도 아깝다
언론사들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정책홍보 기사를 써주고 있다고 한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홍보성 기사를 써주던 언론이 정부 예산에도 손을 뻗쳤고, 여기에 홍보대행사가 끼어드는가 하면 전담팀까지 꾸려 기사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기자협회보의 보도를 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의 기사 청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이 농업과 농촌문제에 도대체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니 돈으로라도 해보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정 관련 부처와 기관이 돈을 댄 홍보용 기사가 언론에 실린다는 건 뒤집어 생각하면 비판적 농정 기사
안철수와 언론 그리고 모호성의 상관관계
애초에 안철수 의원은 언론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성공한 중소기업 오너에서 대단히 참신한 유명인으로 발돋움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세속적인 CEO와는 전혀 다른, 심지어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청렴하고 사심 없는 인물로 묘사되었고 언론은 그의 이런 면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필자 역시 언론을 통해 형성된 그의 이미지에 매료됐다. 언론의 속성상 과장된 면이 있으리라 추측은 했으나 전반적인 그의 모습은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특히 그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을 때 약간의 미심쩍음까지도 완전히…
대학의 위기와 언론
지금 대학은 위기다. 내부 구성원들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위기는 외부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교수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교수 대부분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교육부 해체에 있다고 대답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접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이 위기라는 생각은 구성원들만의 착각일까?교육부는 총장 임명 문제로 국립대를 흔들어 놓았다. 민주화 이후 국립대들은 총장직선제를 실
차벽을 넘어서려면
지난 14일 서울 도심의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 정부는 불법집회라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애초 신고된 내용과 다르게 광화문 광장으로 진출하면서 폴리스라인으로 쳐놓은 차벽과 대치하면서 물리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집회 주최 측은 차벽은 위헌결정을 받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이며, 위법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국민의 정당한 저항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정부 입장 그대로 연일 불법집회라며 부각하기에 바쁘다. 공권력이 집회나 시위행렬을 막기 위해 차벽을 사용한 것은 오래됐지만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광우병
헌법21조1항이 헌법37조에 발목잡힌 나라
TK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16일 “미국에서는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80~90%는 정당하다고 나온다. 이런 것이 선진국 공권력이 아닌가”라고 말했다는 뉴스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1인 헌법기관’의 발언치고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현행 헌법 제21조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조항을 전면 부인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한국 헌법이 미국의 수정헌법 1조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는 식의 표현의 자유를 절대시하는 헌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런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