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손가락 경영’과 주먹 규제
롯데는 ‘꿈’을 파는 기업이다. 롯데가 사업 초창기인 1950년대 내놨던 대나무 파이프가 달린 풍선껌은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씹은 껌을 대나무 파이프에 붙여 불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풍선껌을 사기 위해 아이들은 엄마 손을 끌고 가게에 줄을 섰다. 롯데는 1967년 한국 껌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왔지만 “입속의 연인, 롯데껌~”이란 감성적인 광고 카피를 히트시키며 시장을 장악했다. 껌을 팔아 번 돈으로 지은 초대형 복합레저·엔터테인먼트 시설 롯데월드는 아이들에겐 꿈을, 젊은이들에겐 낭만을, 가족
냄새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혼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수시로 고비가 찾아온다. 막막함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고민 끝에 7살 아들의 미술 선생님께 잠시 가르침을 받기로 했다. 슬럼프에 빠진 내가 받은 제안은 놀랍게도 ‘오일 파스텔’을 시도해 보라는 것. 쉽게 말하면, 어릴 적 누구나 써봤던 ‘크레파스’로 그려보라는 얘기다. ‘이 나이에 무슨 크레파스?’ 싶었는데, 이게 웬걸, 신세계다. 쓱쓱 칠하고, 틀리면 그 위에 또 칠하고, 물도 기름도 필요 없고, 간편하기 그지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때론 수채화처럼 영롱하고, 때론 유화처럼 깊은 맛을…
아베의 폭주, 일본 젊은세대를 깨우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도 일본 열도가 연일 시위로 들끓고 있다. 지난 15, 16일 일본 중의원(하원) 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아베 정권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 규정을 담은 안전보장 관련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다.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종이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1970년대 학생운동의 물결이 퇴조한 이후 깊은 잠에 빠졌던 일본 시민사회의 저항 의식이 다시 눈을 뜬 것처럼 보인다.재미있는 것은 시위대의 모습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외신을 타고 들어온 집회 사진을 보면 연령
언론은 왜 국수주의로 빠지나
최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을 공유했으면 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며 삼성과 대립 중이다. 삼성은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삼성이 단기고수익투자를 쫓는 헤지펀드에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이 2000년대 이후 한국기업을 공격한 소버린, 칼아이칸 등의 헤지펀드들은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헤지펀드들의 먹튀(단기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신문 책 지면은 왜 비슷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지난 주 어떤 외부 특강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하다가 이런 도전적 질문을 받았다. “왜 일간신문의 북섹션(혹은 책 지면)은 대체로 비슷한 건가요. 혹시 메이저 출판사들의 로비 때문인가요.”한 번 만들어진 프레임과 선입견은 이렇게 강력하다. 신문 책 지면을 꼼꼼하게 읽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올해 상반기 일간신문의 토요일자 책 지면에서 겹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읽지는 않고 쓰려고만 하는 요즘 세태의 반영이었을까. 물론 함무라비 법전은 나의 바이블이 아니므로 이런 반박은 하지 않았다.조선일보 책 팀장을 새로 맡은 지 6개월이
삼성 VS 엘리엇, 거대한 전쟁의 ‘서막’
‘헤지펀드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smartest) 거친(toughest) 펀드매니저.’엘리엇매니지먼트를 이끄는 폴 싱어 회장에 대한 국제 자본시장의 평가다. 이런 폴 싱어 회장이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물었다. 지난 3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비밀리에 매집한 뒤 지난달 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일각에선 엘리엇이 ‘단기 먹튀’를 노리고 합병에 반대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폴 싱어 회장이 왜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거칠다는 평
우리에겐 없을까? 디올·샤넬 그리고 맥퀸
# 퀴즈. 1. 해골 무늬 2. 김희선이 앙드레김 빈소에 두르고 갔다가 구설수에 올랐던 스카프. 답은 영국이 자랑하는 천재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다.# 4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앞, 구불구불 긴 줄이 건물 밖까지 나와 있다. 알렉산더 맥퀸을 기리는 회고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반바지에 민소매, 폴로셔츠 차림, 얼핏 맥퀸의 그로테스크하고 멋스런 옷과는 관련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서너 시간 넘는 긴 줄서기를 기꺼이 감수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은 물론 시민들까지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잊어선 안 될 것
정치만 생물이 아니다. 외교도 생물이다. 죽은 듯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살아 꿈틀거린다. 지난주 한·일 관계는 그런 기대감이 번지기에 충분했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협의와 관련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이르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던 박 대통령의 행보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언급이다.일본 측 반응은 아직은 냉랭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5일 정례브리
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재판, 대법원에 쏠린 눈
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요즘 세상에 살았더라면 장희빈과 결혼하겠다고 인현왕후와 헤어질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낼 수는 있겠지만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는 우리 대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유책주의’ 판례 때문입니다. 유책주의는 이혼할 때 상대방의 책임을 따져 묻는 재판상 이혼의 한 방식입니다. 부부 간에 지켜야 할 동거·부양·정조의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길 경우에만 재판을 통해 이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죠. 우리 민법 840조에는 재판상 이혼 원인을 6가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부정행위가 있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향한 고언
삼성발 빅뱅(대규모 사업개편)이 경제계의 화두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에 이어 대규모 추가 사업개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삼성전자의 삼성SDS 합병설은 그 중 하나다. 합병 수혜주로 꼽히는 SDS의 주가는 5월 한달간 30% 이상 크게 올랐다.하지만 ‘머니게임’이 사업개편의 본질은 아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도자료에서 사업 시너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이 불과 얼마 전 시너지가 없다며 합병설을 부인한 것을 기억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