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권을 꿈꾸는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가 위원회의 법적 근거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시도하려는 모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개정안은 언론보도 피해자가 정정보도, 반론보도 그리고 손해배상 청구에 더해 기사 삭제 청구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사를 전재한 블로그·카페의 복제물까지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댓글로 인한 피해구제도 맡고 댓글 자체의 위법성도 심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다.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긍정적인 조치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
사법부 자처하는 방송통신심의위 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보통신망에 게시된 정보 중 타인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직권 또는 제3자 신고만으로도 심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심의규정을 바꾸려고 한다. 당사자의 신청 없이도 행정당국인 방심위가 직권으로, 또는 제3자 신고로 인터넷 게시글 등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심의하고 관련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정방안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우리 형법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하여는 침해당사자의 처벌의사를 요구한다.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
자영업자 옥죄는 고액 임대료
20년째 단골인 서울 강남 미용실의 원장은 지난 6월 중순에 쓸쓸한 얼굴로 “폐업을 할까 한다”고 했다. 늦은 점심으로 먹던 짜장면을 뱉어낼 뻔했다. 고졸로 일본에서 미용을 배운 그는 월급쟁이 미용사 생활을 하다가 14년 전 개업해 어지간한 대졸 회사원보다 두 세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 청담동 기업형 미용실의 월급쟁이 미용사로 취업하는 것이 영세 미장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고 했다. 그가 미용실을 폐업하면 5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말’을 한다. 고객은 행동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 데이터는 고객 자신도 모르는 그의 본심을 우리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데이터가 ‘결정’도 한다. ‘무얼 읽을지 고민되면 우리가 골라 줄께’라며 아마존이 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검색어 분석으로 구글이 보건당국보다 더 빨리 독감 발생 지역을 예상해준다. 이제는 교통정보 데이터가 무인자동차를 운전하기까지 한다. ‘데이터의 시대’는 미디어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미디어 운
우리는 강요된 충성, 자발적 충성도 거부한다
본론에 앞서 대통령 관련 보도 2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8·15 특별사면.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휘하면 사람들은 은연 중 대통령을 거대한 권력으로 받아들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권력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직후 일반사면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특별사면도 경축일마다 챙겼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수 언론들은 앞다퉈 나서서 경제인 사면은 곧 경제 살리기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경제가 살아나리라는 기대에 찬 언론 보도는 생계
당신은 ‘미디어 엘리트’입니까?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미국 드라마 ‘뉴스룸’은 특히 민주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 자체 완성도도 높지만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급격하게 나빠진 언론 환경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속 언론인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줬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가만히 보다 보면 민주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 입장에서 약간 멈칫 하게 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멈칫의 지점이라고 표현하니 마치 드라마를 자세히 봐야만 알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 초반, 주인공인 앵커가 자신의 뉴
미래를 향하지 않는 언론
언론은 이미 발생한 사건·사고만을 전달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보도해야 할까? 언론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사고를 예언하듯이 보도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들은 많다. 그리고 그런 많은 상황들은 보도의 가치도 충분하다. 매년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말이 자연재해이지 매번 마지막에는 인재라는 말들로 정리된다. 미리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피해가 막심해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홍수가 오기 전에, 가뭄이 오기 전에, 폭설이 내리기 전에 언론이 보도해야 할만한 기사 거리는 넘쳐난다
‘비밀주의’ 뒤로 숨은 메르스 보도
아직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언론은 정부의 공식발표 때까지 재난관련 정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지난달 7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병원명단을 공개하기 전까지 극소수 언론을 제외하고는 삼성서울병원 등의 이름을 공개한 곳은 없다. 6월 초부터 일부 해당병원이 스스로 공개하거나 관련 병원을 다녀간 환자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히 많은 정보가 쏟아졌는데도 말이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의제설정, 용기가 필요하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실감한 6월 셋째 주였다. 디지털 시대에 의제설정이 더 이상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 미디어나 직업 기자들의 배타적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평범하지는 않지만 아주 유명하지도 않은 두 사람이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매장될 각오를 하고 용기를 내 던진 두 가지의 문제제기는 이 사회를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신속하게 공론장을 형성하며 불의에 대해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언론이 보도를 결정하는 뉴스의 가치 판단의 주요한 기준 중에 시의적절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뉴스에 눈독 들이는 IT기업의 행보
이달에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인터넷과 IT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뉴스 분야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니 말이다.페이스북은 지난달에 ‘인스턴트 아티클즈(Instant Articles)’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도 이달 8일 ‘뉴스 앱’을 공개했다. 두 거대 기업의 행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즈’는 링크를 통해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서 뉴스를 보던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달리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바로 볼 수 있게 만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