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유럽 언론들은 ‘테러범의 얼굴 및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로 논란을 벌였다. IS가 이들을 미화하고 선전하는데 일조한다는 우려와 테러의 위험을 실감하고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려면 전달할 정보를 굳이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섰다. 이는 테러가 유럽 사회의 일상으로 깊이 뿌리 내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무어라도 더 해보자는 절박함이었고 언론으로서 고민한 것이 신상공개의 유불리였다. 우리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사건을 두고 고민했다. 일부 보도기사에서는 ‘성매매’라는 피의사실을 가리키는 용어 대신 ‘과거
인공지능 플랫폼
이제 ‘인공지능(AI)’이다. 산업 플랫폼의 흐름을 보면 그렇다. 산업 플랫폼이 곧 미디어 플랫폼인 시대. 언론도 이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활용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된 이후, 컴퓨팅 플랫폼은 비즈니스의 플랫폼이 되었다. 그 흐름을 돌아보자. MS DOS와 윈도,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이 흐름을 이해하고 이니셔티브를 잡았던 기업은 각각 그 시대의 승자가 됐다. 플랫폼들은 십여 년씩 지속됐다. PC 시대가 오자 언론사들은 이를 업무 효율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인터넷
해직언론인이 알려 준 공정언론 회복의 해법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통제에 대한 KBS의 침묵을 바로 이 기자협회보 지면을 통해 비판했던 정연욱 기자가 글을 쓴 지 이틀 만에 제주 지부로 전보됐다고 한다. 의외의 총선 결과 이후 이곳저곳에서 슬그머니 흘러나오기 시작한 ‘레임덕’, ‘정권교체 유력’과 같은 언어들을 무색하게 하는 이 어이없는 보복 인사는 그 언어들이 설사 모두 현실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영 언론의 현실이 결코 쉽게 바로잡히지 않을 거란 걸 강하게 암시한다. 얼마 전 한 해직언론인분과 언론 정상화 이후에 대해 가볍게 논쟁을 한 적이 있다. 만약 해직언론인들
KBS만의 문제일까?
권력 감시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나, 그런 언론을 불편해하는 권력의 행태는 어디서나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비판하는 언론을 대하는 권력의 행태나 권력에 저항하는 언론의 행태가 다 같지는 않다. 언론인들이 비판적인 감시자로서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전문적인 직업윤리와 자부심의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이정현 녹취록 파문을 옹호하는 새누리당과 종편의 노력이 눈물겹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 KBS의 보도국장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서 뉴스내용 변경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부탁을 하는 홍보수석의 노력이 일상적 업무란다. 그렇다면 지금의 홍보수
이정현 발언, 언론통제가 아니라고?
언론취재를 상대하는 기업이나 정부부처의 홍보담당자들이 업무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마 열에 아홉은 언론보도에 대한 CEO나 기관장의 반응이라고 답할 듯하다. 아무리 평소 홍보를 잘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회사나 부처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고, 기관장의 반응이 싸늘하면 그 동안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밥값 못했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고 자리보전의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래서 홍보담당자들이 평소 언론인과 친분을 쌓으며, 사실관계가 다른 기사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비판적인 기사를 무마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본
뉴스 편식 시대에 인류 공영은 가능한가
“헐!” 2016년 6월24일 오후 2시, 영국의 EU탈퇴가 확정된 국민투표 결과에 경악의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날 한국의 주식시장은 초반부터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예상했는지 폭락하며 마감했지만, 영국의 EU 탈퇴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전날 도박사들도 EU 잔류에 걸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영화 ‘브레이브 허트’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가 2014년 국민투표에서 영국에서의 독립을 부결시킨 사례를 봤던 터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부결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영
트럼프와 미디어, 그리고 참회록
대선 후보 지명절차만 남겨둔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그를 지켜보는 국내외 언론들의 모습이 착잡해 보인다. 그의 선거 캠페인만큼이나, 그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롤러코스터를 탔다.미국의 언론부터 보자. 비아냥에서 무시로, 그리고 당황과 검증 보도, 참회록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가십거리’로 여기는 언론들이 많았다. 허핑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선거유세는 구경거리”라며 트럼프 기사를 연예면에서 다루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좌절한 백인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자 언론들은 당황했고, 심상치 않은 ‘트럼프 현상
기자는 무엇을 위해 쓰는가
최근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 및 신안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여전히 인권과 안전, 젠더에 관한 감수성이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 경제신문의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이라는 기사 제목은 읽는 순간 ‘행패’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수준이었다. 언론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이런 기사를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취재기자가 판단미숙으로 정보를 잘못 판단해 벌어진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대부분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태도와 방식, 즉 사건보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
우리 안의 위험한 보수
인지언어심리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보수와 진보를 ‘사고체계’를 통해 구분하였는데, 보수적 사고체계는 ‘엄격한 아버지’에 진보적 사고체계는 ‘자애로운 어머니’에 비유했다. ‘엄격한 아버지’는 거친 세상에 맞서 아이가 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것으로 아이를 훈육하고 통제하며 무언가에 맞서 싸워 스스로 극복해 내기를 바라는 사고방식이다. 반면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이가 홀로 서기 위해서는 훈육보다는 돌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상이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에게 감정이입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사실 보수와 진보라는 표현을 다들
저널리즘 가치 스스로 입증해야
불공정 편파보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완벽하게 공정한 보도는 불가능하니 불공정 시비는 어느 때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불공정 시비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했지만 이 정부 들어서서도 많은 사회적 현안이 발생했다. 굵직한 문제들만 거론해도 국정원 개입 선거 부정 논란부터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철수, 누리과정 비용 떠넘기기, 한일 위안부 협상 그리고 국정원 강화 테러방지법 도입, 민중대회 강제진압과 백남기 농민 물대포 공격 등. 이런 현안들이 진행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