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가 언론에 던진 질문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요?” “아니요.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필리버스터 토론에 앞서 준비한 한 의원의 성인용 기저귀 사진이 트위터에서 화제입니다.”첫 번째 문답은 필리버스터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 방청하러온 시민과의 대화다. 두 번째 내용은 한 종편이 내보낸 보도다. 필리버스터를 바라보는 시민과 언론의 간극을 보여준 대조적 풍경이다.테러방지법이 국회에 직권상정된 이후 9일 동안 국회에서 진행된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가 끝났다. 38명의 의원들이 192시간 동안 발언했다. 기록도 많이 남겼지만, 시민들의
공영방송, 왜 언로를 막으려만 드나
양대 공영방송의 내부 감시활동 탄압이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KBS는 새노조 산하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의 간사와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에게 각각 감봉 6개월, 견책의 징계를 확정했고 인사위원회 회의장 바깥에서 항의하던 노동조합 간부들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끌어냈다. 노조의 공방위 소집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반발하는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서 일부를 강제로 삭제하기까지 했다. KBS는 새노조 등이 ‘공정방송 감시’를 명분으로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경위를 파악하고 압력을 넣는 등 무소
KBS, 갈등만 키우는 기자 징계 그만둬야
KBS가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2014년 길환영 전 사장 퇴진으로 귀결된 총파업 이후 가장 극심한 내부 갈등이다. 보도국 내부 게시판은 연일 익명의 가면을 쓴 비난과 비아냥, 인신공격의 싸움터가 되었다. 간부와 평기자, 서로 다른 노조의 조합원, 선배와 후배 등 기자 집단을 구획해 온 모든 경계에는 서로 다른 불신과 분노의 정서가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이 모든 갈등은 전국언론노조KBS본부(이하 새노조)의 공정방송추진위 간사였던 정홍규 기자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인 김준범 기자를 KBS 사측이 징계위에…
‘백종문 녹취록’ 어물쩍 넘어가선 안된다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 사태의 본질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부당해고’ 의혹이다. MBC 백종문 본부장은 녹취록에서 분명한 근거 없이 ‘괘씸죄’만을 이유로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에게 해고는 물론 징계, 인사보복의 칼날을 휘둘렀음을 자인했다. 2. ‘부당거래’ 의혹이다. MBC의 핵심 인사들은 특정 매체의 보도에 감사해하면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을 약속했고 해당 매체 인사를 회사의 대표적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또 해당 매체 등에 대한 실질적 재원 마련 방안까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3. ‘부당개입’ 의혹
아리랑TV사장 ‘호화 출장’ 대충 덮어선 안돼
또 터졌다. MBC ‘부당해고 실토’ 녹취록 파문에 이어 아리랑TV 사장의 ‘초호화 해외 출장’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경향신문과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의 ‘황제 출장’은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섰다. 방 사장은 작년 박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생중계 임무를 맡은 미국 출장 때 한 끼에 10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하루 대여비가 1000달러에 달하는 리무진을 빌려 명품 쇼핑몰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방 사장이 식사를 했다는 인물들은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방 사장 측은 경비 허위기재에 대해…
MBC는 부당해고 진실 낱낱이 밝혀라
MBC가 2012년 노조파업을 빌미로 증거도 없이 기자와 피디를 해고했다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가 최민희 의원실에서 입수해 보도한 녹취파일을 보면, MBC 임원의 노조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부당해고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징계무효 소송 1심 패소 뒤 극우매체 인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불충분으로 해서 기각한다…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라며 소송에서 질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해고시켰다고 시
언론사 디지털 개혁, 건투를 빈다
2016년 새해 접어들면서 언론사들이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을 향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면 중심의 제작회의를 탈피해 온라인 기사를 중심으로 발제, 출고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중앙일보는 주간 및 월간 시사매거진 취재조직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포함해 지난해 마련한 디지털 혁신안을 실행 중이다. ‘한겨레21’은 카카오쇼핑몰에 입점해 유료독자를 늘리는 실험에 나섰다. 클릭수 만으로는 언론사의 생존을 담보할 만한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어느 때보다 깊은 위기감에서 시작된 혁
뉴스제휴평가위에 거는 기대와 우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기사 어뷰징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이 갈수록 혼탁해지자 개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제재 기준으로 중복 및 반복기사 전송, 추천 검색어 남용, 실시간 뉴스 영역 남용, 기사로 위장된 광고, 선정적 기사 등 10가지를 제시했다.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포털 뉴스를 정화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우려스러움과 아쉬움이 있다. 제휴대상 매체 기준으로 정한 ‘5인 이상 사업자’만 해도
한 줄의 팩트 찾아 현장을 달리자
‘혼용무도(昏庸無道)’. 나라가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웠던 2015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병신(丙申)년이다.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인사마저 인색해진 요즘 우리 기자사회는 원숭이 같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연말을 맞아 한 미디어매체에서 공영방송 PD들을 불러 방송현실에 대한 좌담회를 했는데 PD들이 복면을 쓰고 진행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복면좌담회. PD가 방송을 얘기하는데 테러리스트 같은 복장을 해야 될 정도인 우리의 언론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가만히 있으라”는 KBS 보도국 간부들
“기자협회장의 특정기사 보도 요구는 의견제기가 아니라 압력이었고,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다.” 17일 KBS 보도국 국·부장단이 낸 성명서 한 대목이다.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이 전날 아침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 날인 만큼 9시 뉴스에 보도를 하는 게 좋겠다”라는 발언을 비판하면서다. 정치권 등 외부 세력의 부당한 보도 개입도 아니고 평기자 대표의 제안을 ‘압력’으로 몰아붙이는 국·부장단의 어이없는 행태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기자들이 좋은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 데스크에 제안하고 요구하고 심할 때는 얼굴을 붉히고 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