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 세금이 아니라 사람이다
최근 구글, 애플, 스타벅스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다국적 회사들이 영국, 미국 등에서 조세 회피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수익은 태산만큼 거두면서 세금은 쥐꼬리만하게 낸다는 것이다.슈미트 구글 회장은 자기네가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면서 우선 법인세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국적 기업들은 수입을 많이 거둔 곳에서 마땅한 세금을 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세금이 더 낮은 곳으로 수입을 이전해 사실상 세금을 회피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국적 기업의 특성상 이 나라 저 나라에 걸쳐 있다보니 여러 사업 부문 가운데
수도권에 모자라는 발전시설을
밀양은 76만5000볼트짜리 초고압 송전탑을 짓는 문제로 2006년부터 8년째 전쟁 중이다. 한국전력·중앙정부가 한편을 먹고 다른 한편은 지역 주민이다. 한전과 중앙정부는 공사 재개와 중단을 되풀이하다 5월 20일 다시 공사 강행에 들어갔다. 지역 주민들은 몸을 던져 맞섰다. 관심이 집중되고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한전과 정부는 29일 공사 강행을 일단 포기했다. 그러면서 40일 동안 주민·한전·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3명씩 모두 9명으로 협의체를 꾸려 송전선이 지나가지 않아도 되는 방안이 있는
아웃라이어를 죽이다
“우리는 여건을 안락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네.”“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그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야만인은 반항적으로 말했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중에서)가끔씩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rs
이창래를 편애하는 이유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48)씨에 대한 인터뷰를 두 번 메인 기사로 실었다. 한 번은 이메일 인터뷰였고 또 한 번은 대면 인터뷰였는데,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잖아도 점점 영토가 줄어드는 신문의 문학 지면을 생각하면 예외적 편애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의 월 독회 검토 대상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한국 출신 작가이기는 하지만 영어로 쓴 작품을 동인문학상이 검토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까닭은 단순하다. 한국 독자들이 그를 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우리나라 다른 작가들
일본극우와 일본인, 그리고 우리언론
한 줄의 표현이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국내 한 매체가 지난 20일 ‘아베, 마루타의 복수를 잊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미군의 원폭투하가 ‘신의 징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일본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관을 통해 해당 언론사에 항의한데 이어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인식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해당 칼럼의 취지는 아베 총리가 2차대전 때 생
법조기자와 취재원의 위험한 거래
올해 초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맡은 사건의 변호사가 찾아와 “요즘 당신이 내 의뢰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며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자신이 맡은 재판의 피고인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던 부장판사는 순간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오셨냐.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해명도 들을 이유가 없다”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고 했다. 그만큼 변호인들은 그 부장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갖가지 소문을…
갑을구조와 언론의 책임
남양유업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고맙다는 절을 수백번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내내 전 언론의 지면과 화면을 도배했던 남양유업판 ‘갑을(甲乙) 문제’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윤창중 전 대변인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혐의 및 도피성 귀국 논란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과거에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경제적 강자의 약자에 대한 횡포라는 갑을구조의 모순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
가출 청소년 20만명 시대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수준이 어른 뺨칠 정도라는 뉴스를 보았다. 마트에 들어와 금고를 통째로 들고 달아나거나, 휴대전화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20초 만에 싹쓸이하는 대담함은 그렇다고 치자.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 합의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3년 간 1억원을 챙겼다는 10대들, 또래 소녀에게 성매매를 시킨 뒤 상대 남성을 협박해 돈을 빼앗았다는 10대들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무슨 성인 범죄 집단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을 떠난 가출 청소년이다. 놀랍게도 국내엔 이런 가출 청소년이 20만명이나 된다
게리 새모어 총장의 조언
게리 새모어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지난 20년간 한반도 안보상황을 지켜본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전문가다. 1차 북핵위기 당시인 1993~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가 맺어질 때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외교협회(CFR)의 부회장을 거쳐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발탁돼 백악관 WMD 정책조정관(차관급)으로 일했다. 지난 4년간 오바마 대통령이 WMD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그를 보좌했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을 누구보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에 맞는 봄
북한 미사일 정국 등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두 나라의 자기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아니나다를까 미국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 의원은 이번 사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라기보다는 중국이라고 적시했다. 케리 장관이 중국에서 더 큰 대북 압박을 요구했으나 일단 미·중 양국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