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실패: 좌파에 손짓하는 시장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브라질 제1의 부호로 평가한 기업인 조르지 파울루 레만은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하버드-MIT 공동주최 세미나에서 내년에는 브라질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아마도 새로운 대통령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묻어나는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브라질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제단체인 상파울루주 산업연맹은 일찌감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애써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보우소나루…
시진핑은 '오미크론과의 전쟁'서 승리할 수 있을까
2020년 9월 중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시작하려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베이징으로 가는 직항편을 구할 수 없어 일단 쓰촨성 청두에서 2주 격리를 마친 뒤 상경하기로 했다. 호텔방에 갇혀 수도 없이 코로나19 관련 검사를 받았다. 호텔 직원이 층마다 입국 격리자를 지키고 서 있어 문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열흘 넘게 방 안에 혼자 있다보니 심리적 고립감이 상당했다. 같은 층에 있던 중국인 여성은 계속 가둬두면 창밖으로 뛰어 내리겠다고 소동을 피웠다. 격리를 마치고 청두를 떠날 때의 기분은 20여년 전 병역 의무를 끝내고 자
미 정부의 '푸틴의 오판' 폭로, 왜?
최근 미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허위 정보를 보고받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첩보 내용을 잇따라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게 오도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이는 군 지도부와의 지속적 긴장을 초래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참모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려워 러시아군의 전쟁 성과와 제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게 독재국가의 아킬레스 건 중
이산화탄소 재활용하는 시대의 도래
혁신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재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트웰브(Twelve)는 전기와 물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고 해당 혼합물에 수소를 추가해 항공유의 원료가 되는 메탄올이나 등유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포르테라(Fortera)는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시멘트로 양생하는 기술에 매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올 들어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한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
후쿠시마의 데자뷔
311 동일본대지진 11년을 맞아 또 다시 후쿠시마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일본 외무성이 후쿠시마 원전 내부를 외신에 공개한 데 이어 두 번째 후쿠시마 현지 취재였다. 그 사이 후쿠시마는 달라진 게 없었다.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방사능 오염 물질 포대들, 귀환곤란구역임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과 통행을 막는 바리케이드. 머릿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풍경들과 지금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들이 혼재돼 데자뷔처럼 흘러 다닌다. 사고 후 10년 넘게 이어져 왔던 비슷한 풍경이 넉 달 만에 달라질 리 없는 게 당
2015년의 불안을 넘어선 시민사회, 정체된 정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20여일의 시간이 흘렀다. 국제사회에선 러시아를 고립시키고자 금융제재와 수출제한 등을 결정했고,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직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접 국가인 독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독일 연방정부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2012년부터 야심 차게 준비했던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 2(Nord-Stream 2)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또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인 건설, 화학, 철강 산업의 원자재가격 상승과 불확실성…
이스라엘과 UAE의 이유있는 협력
지난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로 처음 비행했을 때의 일이다. 가는데 약 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미리 항로를 점검하던 차에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베이루트 인근에서 직선거리를 놔두고 빙 돌아서 가는 것이다.궁금증은 옆 나라가 어디인지 보고 해소됐다. 바로 이스라엘이었다. 중동항공기들이 이스라엘 영공을 통과할 수 없기에 이를 피하고자 먼 거리를 돌아가게 됐고 이 과정에서 시간과 연료를 더 소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조종사들의 국제 공지사항인 NOTAM(Notice To Airmen)에도…
'신화'로 포장된 대통령의 무지
한국에서 대선 열기가 잦아들 무렵 브라질에서는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이 전개된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3월 중 러닝메이트를 확정하면서 속속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투표일까지 7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대선주자들의 물밑 움직임은 이미 활발하다.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는 극우 돌풍이 불었다. 권력형 부패 스캔들과 치안불안, 경제위기 등이 겹치면서 13년간 계속된 좌파 노동자당 정권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시됐던 좌파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정치인으로 몰려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돼 손발이 묶였고, 대타
영원히 잊지 못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잠시 뒤 개회식이 열리는 냐오차오(鳥巢새둥지)로 이동합니다. 모두 버스에 올라 주세요.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른 2월4일 오전 11시15분. 폐쇄 루프(closed loop) 밖에서 올림픽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한 미디어센터가 자리한 베이징국제호텔로 전 세계 특파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반인에게 베이징 올림픽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외신 기자 등 지정된 인사들에게 관람객 자격으로 참가할 기회를 줬다. 세 차례의 검색과 버스 대기 등 길고 지루한 과정을 마친 오후 5시30분
"노 마스크(No Mask) = 노멀(Normal)"의 역설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메사추세츠최근 미국 주정부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이달 들어 마스크 의무화 해제에 합류한 주만 11곳에 달한다. 그동안 필자가 거주하는 텍사스주를 비롯, 공화당 집권주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거나 해제한 경우는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방역조치를 고집하던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 코로나 대응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이처럼 주정부들이 앞다투어 마스크 착용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