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직무 스트레스,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현직기자 5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7%에 해당하는 428명이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한다. 근무 중 어떤 상황이 트라우마를 일으켰느냐고 묻자 취재 과정뿐 아니라 기사 작성과 보도, 보도 이후 댓글이메일 등 독자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기자라는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직무 전반이 총망라됐다. 동료 기자 10명 중 8명이, 기자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통상의 업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정신 건강의 위기를 경험했다는 뜻이다.새삼스럽지만 기자는 업무 강도가 높고 직무 스트레스도 많은 직업이다. 취재보도라는 직무
중견기업의 언론사 인수, 저널리즘 포기는 안 된다
중견기업들의 언론사 인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존 언론의 영향력 저하가 뚜렷한 상황에서 투자 의지를 가진 기업의 언론사 인수 시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포털의 조회수에 연연하는 콘텐츠 양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언론사에게 기업의 안정적 투자는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북돋우는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이라는 게 그 기대다. 반면 언론의 공적 책무는 외면한 채 기업이 사업을 위한 방패막이로 언론을 악용할지 모른다는 우려 목소리도 크다. 안타깝게도 최근 잇따른 중견기업들의 언론사 인수 움직임을 우리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눈길로
서울신문 기자 삭제, 흐지부지 끝나면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정황을 포착해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7일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대부분 언론이 김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기사화했다. 이튿날인 18일 일부 종합 일간지는 지면에도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신문에는 호반, 현장근무자 5000명에게 5억 상당 격려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을 뿐이었다. 서울신문 홈페이지에도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물론 호반건설에 부정적인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어쩌면 예견된 사태였을지도 모른다. 호반건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어퍼컷 퍼포먼스는 대선 유세로 끝났다. 국가운영은 권투 경기처럼 상대를 꺾어야 승리하는 게임이 아니다. 특히 초박빙의 대선 투표 결과는 내편 네편 갈라치기 분열정치를 종식시키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국민통합이란 엄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두 달 뒤면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처럼 왜곡된 언론관을 보여서는 안 된다. 언론을 향해 수시로 어퍼컷을 날려 아직도 어질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겨냥해 민주당 정권의 전위대는 강성 노조이고, 그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편향된 시각은 공영
우크라이나 사태, 심층 국제보도에 눈 떠야 할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직후, 각국 유수 언론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 조직의 수준이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발빠르게 호모 사피엔스 등 저작으로 국내에도 유명한 유발 하라리의 기고를 게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관계가 돈독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등 푸틴 대통령을 잘 아는 유력 인사들의 알찬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러시아가 아닌 미국을 비판하는 미국 학자인 존 미어샤이머와의 장문 인터뷰 기사를…
혼탁한 대선… 실종된 정책검증 보도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의 앞날을 결정할 20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꽃이라는 정치학의 고전적인 명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한국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의 의미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 이상이다.대선은 지난 5년 집권세력을 평가하는 의미도 크지만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각 정당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갈수록 복잡다기한 현실과 방대한 정책을 이해하는 데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선거
포털 '100만 조회' 기사와 '돈 안되는' 기사
이윤에 초점을 두면 가치가 위태로워지고 가치에 집중하면 생존의 기반을 위협받을 수 있다.오랜 시간 뉴미디어를 연구해 온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2018년 펴낸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에서 언론의 모순적인 지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이상을 실현한다는 과제와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는 역할이 충돌하며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기자협회보 보도로 지난해 국내 최대 디지털 뉴스 플랫폼 네이버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기사들이 공개됐다.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목록들은 언론의 지위를 분석했던 책의 내용을 떠오
가볍게 쓰는 디지털 기사의 민낯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지난 7일 밤,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가 끝난 직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서울신문 기사다. 기사 본문에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라는 문장이 10번 반복됐고, 제목 역시 같은 내용이 2번 반복됐다. 기사 본문 곳곳에도 개인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문장이 들어 있었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사무국장(논설위원 겸임)이 쓴 이 기사는 네이버에서 4만여개의 공감 표시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이 기사를 출고한 지 약 30분 만에 삭제했다. 기자
대선 한 달 앞, 우려되는 '좌편향' 발언
내 생각과 다르면 좌편향으로 낙인찍고 적대적 감정을 드러낸다. 갈라치기로 내 편의 이득을 꾀한다. 식상한 레퍼토리다. 시대가 변했으니 선거 전략도 변할 법한데 여전히 과거의 악습에 젖어있다. 강력한 대선 후보가 뛰는 제1야당의 선거대책본부 인사의 퇴행적 언론관이 입길에 올랐다. 그는 공영방송 앵커 출신이다.황상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이 지난 5일 대선후보 토론회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자협회와 방송 주관사인 JTBC를 싸잡아 좌편향이라고 공격하며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진행자를 문제 삼는 것을 시작으로 기자협회가 지난…
호반은 이러려고 서울신문 인수했나
서울신문이 대주주 호반그룹에 대한 과거 비판적 기사를 일괄 삭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할 때 예견됐던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가 노골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영권과 편집권의 분리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몰각한 사주의 태도, 기사삭제의 책임을 회피하는듯한 경영진의 행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지난 16일 서울신문 온라인에서 삭제된 기사는 2019년 7월부터 11월까지 특별취재팀 바이라인을 달고 연속보도한 언론사유화 시도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시리즈 기사 50여건이다. 당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