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의 추억들
‘아파트’라고 이름만 붙이면 팔리는 시대다. 경기도 파주에서 충남 당진까지, 이른바 ‘악성 재고’까지 모두 팔린다. 그야말로 ‘줍줍’이다. 며칠 전 한 신문에 미분양 걱정없다. 중견건설사 막바지 분양 총력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진짜 미분양 걱정은 없을까? 이 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2000년 분양한 타워팰리스는 당초 의사 변호사 교수 등을 주로 입주시키고 싶었다. 분양도 개별 접촉으로 진행됐다(고 이건희 회장도 69층 펜트하우스를 계약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차갑게 식었고 결국 미분양됐다. 1/3 가량이 삼성임원들에게 억지…
"넌 왜 맨날 젠더기사만 쓰니?"
최근 2년간 젠더 분야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강연 자리에 설 기회가 종종 있었다. 대부분 언론사의 젠더 보도 경향을 톺아보는 자리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기레기’란 말이 통용되고 특히 젠더 이슈에 관해선 기사가 2차 피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받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자들이 더 나은 보도를 위한 고민을 한다는 것, 독자들과 그 고민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리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마음 한 쪽에선 “요즘 누가 신문을 본다고”, “기자의 말에 누가 관심을 갖겠어”란 회
네이버 구독형 플랫폼, 포털 뉴스 생태계의 서글픈 자화상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와 함께 구독형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언론사 총 누적 구독자 수가 2000만명이 넘자, 일부 매체는 ‘뉴스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싶다’는 독자의 욕구를 확인했고, “‘유료화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언론사 요청을 반영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인터넷 시대에 구글은 전기처럼 필수적인 존재라고 믿었고, 구글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구글의 조회 수를 확보하므로 구글과 맺는 관계는 긍정적인 공생관계라고 생각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당시 구글로 들어간 언론사의 판단이 어리석었다고
킴 응, 그녀가 펼칠 야구가 궁금하다
기자라는 핑계로 매사 삐딱하게 보는 버릇이 갈수록 심해진다. 지난달 중순, 북미 스포츠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 여성 단장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국내외 화제이길래 꼬투리 잡을 게 없는지 혼잣말하면서 뉴스를 읽어내려갔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공화국이라면, 단장은 각 나라의 대통령과 다름 없는데 그런 직책이 여성에게 주어졌다는 것이 좀처럼 안 믿겼다. 게다가 이 나라는 남자들끼리 방망이들고 싸우는 곳 아닌가. “마이애미 말린스 단장? 여긴 돈 없고 인기 바닥인 구단이잖아. 뉴욕 양키스의 슈퍼 스타였던 데릭 지터가 구단주로서 전권을 행
'힐빌리의 노래'는 계속된다
할머니는 겨우 13세에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 고향을 도망쳐 나왔다. 그렇게 태어난 엄마는 가정폭력을 예사로 보고 자랐다. 손꼽힐 만큼 공부도 잘했고 간호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아이 둘을 낳고도 제대로 가정을 꾸리지 못했고 결국은 마약에 손을 댔다. 엄마의 두 자녀 역시 수시로 바뀌는 ‘새아빠’와 엄마의 마약중독 후유증을 일상으로 겪었다. 가난이 덤이었으니 일가친척 중 대학 졸업장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자란 아이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 확률은 얼마나 될까. ‘힐빌리의 노래’는 오하이오 미들타운
예보 정확도 90% 믿기시나요?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90%가 조금 넘습니다.”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예능 프로그램에 기상청 예보관이 출연했다.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을 겪으며 올여름철은 예보 불신이 극에 달하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보관이 TV에 출연한다니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설마 날씨를 열에 아홉은 맞춘다는 얘기를 할까 싶기도 했는데 예보관은 90%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촬영 현장에 있던 모두를 놀라게 했다.예보관이 제시한 정확도 90%는 엄밀히 말하면 강수 유무 정확도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개적인 값
한국 주식 투자, 이래서 어렵다
주식 투자, 어렵다. 올해 상승장만 겪은 이들은 “나 주식에 소질 있나봐”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주식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사람 찾기는 쉽지 않다. 난다 긴다 하는 재야의 고수들 중 일부는 올해 3월 폭락장에 본 손실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해 헤매고 있다고 한다. 왜 힘들까. 주식은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의 돈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이론으로 보면, 회사의 지분(주식) 가치는 그 회사가 벌어들일 미래 현금흐름을 이자율로 할인한 금액의 합이다. 동네 고깃집의 내년 매출도 예상이 안되는데, 한 해 매출이…
구치소의 편집자들
지난해 10월, 권석천 당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검찰청의 편집자들”이라는 칼럼을 썼다. “‘검찰 관계자’의 말이 결과적으로 옳을 수 있다. 수사 대상이 희대의 파렴치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과 증거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한쪽 당사자인 검찰의 ‘주장’ 내지 '‘의혹 제기’일 뿐이다. (중략) 당혹스럽게도, 뉴스를 편집할 힘을 검찰에 준 건 ‘유죄 추정’ ‘검찰 편향’의 늪에 빠진 언론 자신이다. 검찰 간부 입에서 기삿거리를 얻어내려는 출입기자들의 조바심이, 눈 뜨고 큰 기사를 놓칠지 모른다는 데스크의 불안감이 검찰
진화하는 북한 유튜브, 단지 선전선동술의 변화일까?
30대 젊은 지도자가 이끄는 북한이 요즘 유튜브를 통한 국가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은 2017년 8월 ‘Echo DPRK’ 채널을 개설한 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New DPRK’ 채널을 열었다.김여정 제1부부장이 선전선동부를 관장하던 시기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들은 근엄한 어조의 기존 선전매체와 달리 자연스러운 말투와 진행이 특징인데, 계속 진화 중이다. ‘Echo DPRK’는 올해 여름 ‘Echo of Truth’로 이름을 바꿨고, 그 내용도 양덕온천, 마식령스키장 등 관광지 소개 영상이 대부분이던 것이 요즘엔 브이로그
검증되지 않은 것들…
한 나라에 10가구가 산다. 그중 7가구는 이미 집이 있고 나머지 3가구, A·B·C는 전세나 월세 등 세입자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 그럼 우리 언론은 ‘매매를 포기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 이번엔 전셋값 급등’이라고 보도한다. 그런데 A·B·C가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한다고, 추가로 늘어나는 전세수요가 있을까? A·B·C는 이미 전셋집에 살고 있는데…. 전·월세 시장은 투기수요나 가수요가 없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걱정한 A·B·C가 전셋집을 2~3개씩 추가로 계약할까?물론 1인가구와 신혼부부 등 신규 가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