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보도준칙’ 실천이 중요하다
지난해 연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지금도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는 거대한 비극이지만 언론에는 일종의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대재난 속에서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넘쳐 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길 기대하며 뉴스로 채널을 돌렸다. 간밤의 소식이 궁금해 신문을 펼쳐 드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이번 기회에 언론의 순기능을 한껏 발휘하고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좋은 보도도 있었지만…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바란다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선 기자·아나운서 등 언론인 출신 후보 15명이 초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재선 이상의 국회의원까지 합하면 언론인 출신은 모두 24명이다. 정치 신인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도 있다. 국회에 진출하는 특정 직업군 중에선 언론인이 주목받는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본인이 의도를 했건 아니건, 언론인으로서 대중, 즉 유권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많았기에 유리한 점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에 들어간 이상,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이자 언론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이유다.
‘뉴스표절’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의 한 논설위원이 타 언론사 기자의 칼럼을 베꼈다는 논란 속에 지난 9일 사표를 냈다. 해당 위원의 바이라인을 달고 나간 기사는 한 달 앞서 출고된 아시아투데이 소속 하노이 특파원의 기자칼럼과 매우 유사했다. 아시아투데이 기자칼럼을 구성한 13개 문장 중 무려 8개 문장이 한국경제 기사에도 고스란히 담겼던 것이다.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9년 4월 중앙일보 뉴욕특파원이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을 베껴 썼다는 비판 속에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오랜 기간 언론계에 몸담으며 실력을 인정받아 각각 논설위원과 특파원…
검·언 유착 의혹, 언론의 수치다
‘공포의 취재.’ 채널A의 한 법조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를 상대로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들춰내기 위해 압박성 취재를 했다는 지난달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의 타이틀이다. 신라젠은 항암제 ‘펙사펙’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해 8월 임상시험을 중단하며 주가가 폭락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경영진 일부가 미리 주식을 매각했고, 신라젠은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퍼져있다. MB
언론 규제하는 방송법 개정안 신중히 처리해야
“폭력적인 공격을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 “공공안전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을 제공하라.”, “피해자가 겪은 일을 축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악의 인종주의나 여성혐오 표현들에 대한 분명한 의견 표명 없이 그 사례들을 모아서 리스티클(listicle)로 발행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미국 ‘데이터소사이어티 연구소’가 발간한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The Oxygen of Amplification)〉라는 책에 정리된 보도 방법론이다. 여기엔 “편견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n번방’ 국민청원, 언론이 해야 할 3가지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 영상을 찍게 하고 유통시킨 ‘텔레그램 n번방’ 핵심인 ‘박사방’을 운영한 20대 남성이 체포, 구속됐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탐사 보도를 한 지 4개월만이다. 국민일보가 ‘n번방 추적기’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다시 환기한 지 채 10일이 되지 않아서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시민들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n번방’ 운영자와 26만여명으로 추정되는 가입자 신원을 공개하라는 두 청원에 40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신원을 낱낱이 밝혀 악의 고리를 끊자는 성난 여론이다.…
무책임한 경기방송 폐업 결정
경기 지역 유일의 지상파방송사인 ‘KFM 경기방송’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1997년 지상파 민영 방송사로 출범한 지 23년 만이다. 주주총회가 열렸던 지난 16일 경기방송은 입장문을 통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이 이어지면서 기존 예산들이 줄줄이 중단, 삭감됨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인 매출의 급감이 뒤따랐고, 올해도 주요 예산들이 큰 폭으로 삭감 및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또 “잦은 헤게모니 싸움에 패권다툼 양상의 내분 등을 십수 년 간 겪으면서 사실상 정상적 방송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완전 상실됐다”고…
코로나19 취재진 안전대책 시급하다
최근 모 정부청사에선 출입기자 중 한 명이 폐렴증세로 입원하자 이틀간 기자실을 폐쇄하고 방역하는 일이 있었다. 지나가다 기침하는 행인과 마주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이 시국’이니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닌가, 의심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코로나19가 아니어서 해프닝에 그쳤지만 동료 기자들과 당국자들은 하루 이틀 동안 불안에 떨어야했다. 만약 확진 판정이 났다면 기자실은 물론이고 옆에 붙어있는 대변인실과 지하 구내식당, 매점이 모두 폐쇄됐을 거다. 본의 아니게 해당 부처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을 수도 있다. 기자의 주된
선 넘은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
고대부터 역병이 돌거나 홍수가 나는 등 재난이 생기면 사람들은 왕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과 아프리카 간 비행기 운항을 금지시키고 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의료진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그랬던 트럼프에게 6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재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염병이 퍼지면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
코로나19 보도, 과도한 정치공세 삼가야
미래통합당의 한 예비후보가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이라고 불렀다. 4월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지난 20일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죽인다”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한심하지만, 언론인 출신임을 당당히 앞세우면서 이런 극단적 언행을 대놓고 일삼다니 씁쓸할 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상에 도는 말 중에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와 같은 말들이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