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 취재원 편드는 언론 환경
뉴스에 특정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은 편집국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주요 내부요인은 뉴스 가치 판단과 편집 정책이다. 외부 요인은 기자 개인의 정치적 성향 및 가치관, 언론사의 정파적 성향, 언론사 경영 환경,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에 대한 인식, 단독과 특종을 위한 언론사 간 경쟁, 포털 사이트 클릭 수 경쟁, 사회 분위기 등 매우 다양하다. 언론사의 뉴스 가치 판단을 추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정치적 이슈를 전하는 기사가 차지하는 분량을 계산하고, 사실보도와 의견기사의 지배적 내용과 논조
분노와 허위정보
최근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이라는 포럼에 참석해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언론학자와 컴퓨터 과학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생각과 대응 방식을 제시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였다.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이 다른 의견을 보여주니 오히려 기존 성향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됐다. 사실 여부 판단의 최종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량의 정보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
시각 자료가 보여주는 것들
기사에는 시각 자료가 들어간다. 대부분 사진이거나 그림이다. 기자가 직접 찍거나 그리지 않더라도 기사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시선을 끄는 이미지는 엄연히 기사의 일부이다. 이미지를 고른 사람의 의도나 보도에 관한 태도가 반영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성범죄 보도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 사용은 꾸준히 비판 받았다. 그럼에도 가해 장면을 재현하는 삽화나, 피해자를 대상화하는 사진은 넘쳐난다. 이런 이미지를 내세운 기사에서 독자는 무엇을 느낄까?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 ‘몹쓸짓’을 한 범죄자에게 들끓는 공분? 한 눈에 성범죄
전통 저널리즘의 생존법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한층 성숙했음을 실감한다. 관 주도 캠페인에 저항하고 일본 정부와 일본 시민을 분리해 대응하는 방식은 사뭇 인상적이다. 사회연결망서비스로 연결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이에 동의하는 개인들이 참여하면서 여론이 형성되고 결국 지자체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예, 중구청의 ‘노 재팬’ 깃발 철거). 시민의 관여와 참여를 촉진하는 미디어 환경이 한 단계 더 발전한 사회 캠페인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처럼 정치적 혹은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필리핀의 위안부 동상
‘필리핀 위안부’. 마닐라 록사스 거리의 베이워크에 전시됐던 동상이다. 2017년 12월8일 필리핀국가역사위원회(NHCP)와 시민단체들의 지원 속에 만들어졌다. 우리의 ‘평화의 소녀상’처럼, 이 동상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동원됐던 여성들을 기억하고 전쟁범죄를 되새기기 위해 세워졌다. 호나스 로세스라는 조각가가 만든 2m 높이의 동상은 필리핀 여성들이 많이 입는 ‘마리아 클라라 드레스’ 차림에, 베일을 쓰고 눈을 가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설명을 빌리면 여성의 눈을 가린 것은 “일본 정부로부터 만족할만한 공
‘가짜뉴스’의 아킬레스건
뉴스는 ‘사실 확인 책임’을 지는 기자의 독점 생산물이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누구나 SNS 계정만 만들면 뉴스 유통 플랫폼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단순 주장’ 또는 ‘거짓 정보’가 뉴스 형식을 띤 채 퍼졌다. 가짜뉴스는 SNS 플랫폼을 이용해 악의적·계획적으로 유포된다.가짜뉴스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한국에서 극심한 사회 갈등을 일으킨 사안들 배경에는 가짜뉴스가 있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정
발상의 전환
2007년 9월16일. 근 12년이나 지났지만, 이날은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 무렵 제주에 본사가 있는 포털사에서 뉴스 편집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날은 일요 오전 당직을 맡아 회사에 출근했다. 출근길 가는 비가 내렸다. 출근해 일할 준비를 마친 무렵부터 비가 굵어지고 바람 소리가 거세지는 것이 느껴졌다. 통유리였던 건물의 유리창이 휘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바람은 더욱 강해졌고,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로 밖의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리창이 깨질 것 같은 무서움에 창이 없는 회의실 탁자 밑에 숨기도 했다.
‘뉴닉’과 ‘월스트리트 저널’ 사이에서
지난 5월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을 방문해 김소연 공동대표를 만났다. 철지난(?) 이메일 뉴스레터로 사람들의 반향과 호응을 끌어냈다는 점이 신기했다. 201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불과 5개월 만에 3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직원은 5명이다. 10년 전쯤 기존 언론사들이 앞다퉈 이메일 뉴스레터를 보낸 적이 있다. ‘아침마다 주요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며, 대략 5~15개 정도의 기사를 모아서 신청자에게 보내줬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스팸이 됐다. 지금 많은 언론사들은 뉴스레터 프로그램을 접었다.뉴닉의 김 대표와 이
정정보도,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이뤄져야
지난달 22일 조선일보가 정정보도를 냈다. 수업시간 ‘퀴어축제’ 보여준 여교사…그 초등교선 “야, 너 게이냐”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2017년 8월25일 게재되었는데, 헤드라인부터 악의적으로 왜곡되었다. 정정보도문을 보면 첫 보도는 가짜뉴스 수준이다. 해당 교사가 초등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사실과, 허위사실로 밝혀진 ‘부적절한 언행’,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일부 학부모의 주장’을 섞은 배치에서 이 기사의 의도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교사의 인격과 발언의 신빙성을 훼손하
정치인 ‘막말’과 기자의 역할
정치인의 ‘막말’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기자의 역할과 저널리즘의 기능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된다. ‘막말’은 민주적 시민성에 위배되는 지극히 무례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엘리트 정치인들의 ‘막말’이 연일 계속된다. 참여적이고 당파적인 유권자의 정치 담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될 때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막말’은 비롯된다. 정치 엘리트들의 ‘막말’은 언론의 뉴스생산 관행을 이용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갈등에 주목하고 정치를 게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