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은 ‘철인 7종 경기’
2018년 내내 한반도 정세 격변이 진행되면서 대북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정책을 공정하게 점검하려면 신뢰성 높은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필자가 지난 20년 가까이 대북 정책 성공과 실패를 관찰한 결과 중요한 체크리스트는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대북 정책은 서로 다른 7가지 종목에서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가 승리하는 철인 7종 경기라고 할 수 있다.1번 종목은 남북 관계 관리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을 압박과 제재 대상으로 보고 강경 일변도 정책을 추
상생 외면하다 부메랑 맞는 삼성과 현대차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를 넘어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반도체는 그 75%를 차지해 톡톡히 ‘효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장비·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표정은 밝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업체는 13.5%로 3분의 1 수준이다. ‘그들만의 호황’인 셈이다.한 투자회사 대표는 최근 중국기업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다녀왔다. 중국은 기술력이 높은 한국 반도체 장비·부품업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대규모…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정부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단순한 속담만은 아니다. 많은 연구들이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대적 박탈감 이론(relative deprivation theory)’. 사람들이 돈, 명예, 권력 등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타인과 비교해 만족과 불만족을 느끼면서 비행, 일탈, 집단 갈등 등 각종 사회적 병리 현상을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개선된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집단행동에 주목했다. 이 결과 절대적 박탈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보다 강한 체계적 좌절(syst
‘퓨마 사살’이 남긴 질문
지난 달 18일은 동물 뉴스 역사상 큰 획을 그은 날이었다. 외신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평양 공동선언’을 속보로 전하느라 바빴다. 정작 우리 국민을 붙잡은 뉴스는 달랐다. 대전 어느 동물원에서 일어난 ‘퓨마 사살’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질주했다. 사육장을 청소하고 문을 잠그지 않는 바람에 퓨마 한 마리가 달아났다. 8년생 암컷, 체중은 60kg이었다. 대전 시민들은 ‘외출 자제’ 재난문자를 받았다. 퓨마는 마취총에 이어 엽총을 맞고 5시간 만에 사살됐다. “왜 죄없는 퓨마를 죽였느냐”는 동정론이 인터넷을 점령했다. ‘동물원 폐쇄’
나라 안의 나라
13세기 원나라가 약해지자 하북과 강남 일대에서 도적이 크게 발호했다. 유행하던 백련교를 바탕으로 일어난 도적들은 ‘황색(황제의 색)은 적색이 이긴다’며 머리에 붉은 수건을 둘렀다. 홍건적(紅巾賊)이다. 개중 우두머리 서수휘란 자는 황제를 참칭했다. 마음껏 욕심을 채우겠다며 기수를 도읍으로 삼아 ‘천완국’이란 나라를 세웠다. 치평(治平)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연호도 정했다. 기존의 국법이 통하지 않는, 도적들이 세운 ‘나라 안의 나라’였다.21세기 한국에도 천완국과 비슷해 보이는 곳이 있다. 사법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
아직도 ‘서치’를 경험 안 한 사람 있어요?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긴장된 몸을 풀고 낮게 탄식했다. 우리는 서치를 통해 아버지가 딸을 구하는 하품 나는 이야기를 ‘이렇게’도 할 수 있는 시대에 도착했다. 서사는 전통적인데 이를 영화적으로 구현하는 기법은 참신하다. 정말이지 감탄사 말고는 더할 말이 없었다. 극장을 나서면서 허공에라도 소리치고 싶었다. “세상에, 아직도 서치를 경험하지 않은 분 있나요? 그게 뭐냐고요? 그러니까….” 그랬다. 이 영화는 ‘본다’가 아니라 ‘경험한다’라고 써야 마땅한 작품이다. 내가 온전히 서치를 경험할 수 있었던 건 먼저 영화를 본
예사롭지 않은 AP의 블록체인 껴안기
미국 대표 뉴스통신사 AP가 갓 출범한 시빌이란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유통을 재점검하겠단 것이 이번 제휴의 핵심 포인트다. 그 대가로 AP는 시빌에 기사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빌은 지난 해 7월 출범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뉴스 플랫폼이다. 팩트체크, 기사 평가부터 보상까지 전 과정이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이뤄진다. 이런 차별성 덕분에 지난해 10월엔 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 들어선 미국 공영라디오 NPR 최고경영자(CEO) 출신 거물급 언론인 비비인 쉴러를 영입해 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장애물과 과제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추진을 제안한 것은 우리 외교사 차원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다. 특정 국가 발전을 위한 구상이 아니라 참여 국가 전체의 공동 이익을 상정한 개념이라는 점은 매우 주목할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제안은 그 중요성에 비해서 적극적인 반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중요한 배경이다.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 나라마다 철도 궤도 크기가 다르다는 점이 자주 거론된다. 그렇지만 기술적 문제는 지정학적 요인에 비하면 쉬운 문제다. 경제 대국인 일본이나 경제…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회의에서 고용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며 경제팀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잇따른 갈등 표출에 대한 ‘경고’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두 사람 간 이견이나 갈등이 표출된 것은 벌써 여러 번이다. 최근 고용쇼크 관련 당정청회의에서 향후 정책방향을 두고 장 실장은 현 정책 고수 의지를, 김 부총리는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며 시각차를 보였다. 8월 초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 때는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
돈스코이호와 함께 침몰한 언론의 게이트키핑
지난달 17일 11시45분 연합뉴스에 ‘113년 전 울릉 앞바다서 침몰한 러시아배 돈스코이호 발견’이란 제하의 기사가 떴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오전 9시50분께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일 하루 새 쏟아진 돈스코이호 관련 보도는 150여건.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견, 113년 논란 종지부 찍다’, ‘울릉도 바다 속 돈스코이호 발견…10조원 가치 추정’ 등 대다수는 신일그룹 발표를 그대로, 혹은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것들이었다. ‘돈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