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며칠 앞둔 통화에서 전대식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부끄럽지 않으려 싸우고 있다”고 했다. 사장 배우자 출마 문제로 촉발된 부산일보 구성원의 사장 퇴진 요구는 불법선거운동 의혹, 편집권·공정보도 훼손, 성과급 비정상적 수령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가 1일 쟁의행위 가결로 나타났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결렬이 계기가 됐지만 실상은 지난 5월2일 사장 배우자가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은 이후 150여일 계속된 사장 퇴진 요구의 연장선이다. ‘투표율 89%
젠더감수성을 클릭수와 바꾼 언론
멀게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가까이는 올해 초 터져나온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젠더감수성’은 새로이 탑재해야 할 사회적 능력이 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데도 대중의 인식을 반영해야 할 방송 및 언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젠더감수성이 결여된 성차별적 내용,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여과없이 방송되는 일이 잦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심의한 안건을 조사한 결과, 양성평등 제재건수는 32
통계의 오류와 함정을 경계하라
기사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통계다. 기사에 데이터가 포함돼 있으면 자연스레 신뢰가 높아지고 객관성이 담보된다. 그래서 경제 기사에는 이른바 숫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물론 통계에도 함정은 있다. 표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의 결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맛에 맞는 통계만 가져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유혹도 항상 존재한다. 때로는 합칠 수 없는 서로 다른 두 통계를 혼용하는 기자들도 있다.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핵심에는 통계가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취업
지상파 산별협약, 공정방송 지렛대 돼야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4사가 제55회 방송의 날인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언론사 노조가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산별교섭의 결실이다. 교섭 주요 의제를 공정방송, 제작환경 개선,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진흥으로 정하고 지난 6월12일 교섭을 시작, 17차례 교섭한 끝에 타결된 이 협약은 현재 지상파 방송의 당면과제를 망라하고 있다. 그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방송계의 핵심과제이지만 개별 방송사 차원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나서지 않았던 그간의 사정
MBC에서 벌어진 희한한 채용비리
채용 비리를 추적해 보도해야 할 공영방송이 낯 뜨거울 정도의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말문이 막힌다. MBC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이후 시용 및 경력기자를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MBC는 2012년 파업 기간 계약·시용 경력기자 26명을 뽑으면서 희한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 기자 경험이 전무한 지원자가 합격하는가 하면 지원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면접에 끼워 넣거나 허위로 경력을 부풀려 채용했다. 주먹구구식 채용은 전문기자 선발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보건복지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일 비공개 회의 끝에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11기 이사진을 선임하면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싼 오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방문진 이사에 박근혜 정권 당시 정권의 언론장악에 적극적으로 간여한 것으로 치부되는 인사들이 정치권의 압력으로 선임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정치권의 방문진 이사 나눠먹기’라는 고질적 관행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이사 후보의 신상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 수렴절차를 마련하는 등 이사 선임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공언해 온 이효성 방통위마저 정치권의 ‘
대법원·MBC 재판거래 의혹 규명해야
2015년 7월22일, MBC 뉴스데스크는 ‘대법원, 업무 과부하…상고법원이 대안이다?’ 라는 아이템을 4분 17초 동안 방송했다. 평균 방송 아이템 길이에 비하면 상당한 분량이다. 상고법원 도입을 주장해 온 대법원 입장이 반영됐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형식적인 균형은 취하려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보도를 전후로 벌어진 일들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MBC 보도 다음날인 7월23일, 대법원은 ‘권재홍 앵커 부상’ 보도 재판과 관련해 1·2심 결과를 뒤집고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해당 보도가 전체적인 맥락에서…
노회찬 보도서 드러난 언론의 민낯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보도는 언론의 민낯을 다시 한번 낱낱이 드러냈다. 인터넷에서는 ‘투신’, ‘자살’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여과 없이 내보냈고, 방송사들의 선정성 경쟁도 극에 달했다. 사망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하거나 투신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물론, 노 대표의 주검이 이송되는 장면을 생중계한 언론사도 있었다. 클릭 수 또는 시청률에만 매몰돼 있는 언론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이 같은 자살 보도 문제는 유명인사들의 자살이 있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됐다. 지난해 샤이니 멤버 종현이 사망했을 때도 언론에서는 자
구멍 뚫린 ‘포털 제재·검증 시스템’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및 제제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었다. 뉴스제휴평가위 제2소위는 지난 13일 위원 1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포털과 제휴하지 않은 연예매체 기사를 자사 기사인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에 송고한 조선일보에 대해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과 재평가 제재를 결정했다.조선일보는 계열사 디지틀조선일보의 한 부서였던 ‘더 스타’를 지난해 10월 정기간행물로 등록해 별도 사이트로 운영하면서도 더 스타 기사를 조선일보 이름으로 포털에 우회 송고했다. 조선일보 기
언론부터 ‘난민 혐오’ 프레임 벗어야
‘스마트폰 무장한 난민들’ ‘성범죄 위험 높다? 여성들 더 민감한 난민 루머’ ‘예멘 난민은 시작에 불과하다는데’. 조선일보가 ‘난민쇼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쓰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온 점을 부각시켰다. 난민을 직접 만나고 취재했지만, 기사에 예멘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무슬림 성범죄에 대한 루머를 ‘팩트체크’ 한다는 형식을 취했지만 선정적으로 그 내용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난민 12만명이 몰려올 것이라며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