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 선임은 국민의 손으로
사실상 정부와 여당에 의해 임명되어지는 공영방송의 사장이 정권으로부터, 나아가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방송사를 운영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공영방송 사장을 정치권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제3의 위원회 등을 만들어 선임하자는 의견들이 대두되어 왔다. 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은 권력 입장에선 공영방송 사장 임명 권한을 선뜻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꼭 정권 홍보 방송을 만들려는 탐욕이 아니더라도 혹시나 정권에 적대적인 사람이 임명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힘을 지닌 공영방송이 정
가짜 뉴스의 해법 : 팩트체크? 언론의 신뢰?
전 세계에서 가짜 뉴스 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 지난 대선 시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네이버와 16개 언론사 공동으로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팩트체크한 기사를 네이버에 게재했다. 자유한국당은 네이버 대선페이지에 게시한 SNU 팩트체크의 내용과 관련하여 자당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 편집 의혹이 있다고 검찰에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국민의당 역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SNU 팩트체크가 대선후보의 공약과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검증하는 게 목적이라 했지만 정치적으로 좌편향된 매체들의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게재하
받아쓰기 보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막말 수준의 발언을 검증 절차 없이 받아쓰는 방식의 보도는 한국 언론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이 사실(Fact)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되면 일단 보도하고 보는 행위는 오보나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들의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얼마 전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청와대 김정숙 여사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글을 많은 언론이 그대로 받아 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에 대한 비판의
언론 적폐, 그 깊은 뿌리에 대해
1980년 11월은 한국 언론史에서 가장 치욕적인 시기다. 전두환 신군부 보안사령부에 만들어진 언론반은 기회주의적인 언론인을 접촉해 언론사 내부 동정과 구조 등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이른바 ‘K공작’이라 불리는 언론장악 공작계획을 세웠다. 1980년 11월12일 보안사가 작성한 ‘언론창달계획’에 따라 언론사 사주들은 보안사에 소환돼 언론통폐합 조치에 이의가 없다는 각서를 제출했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한국방송협회, 신문협회 등이 총회를 열고 소위 ‘건전 언론 육성과 창달’에 관한 결의문을 내놓는다. 자율결의처럼 보이는…
‘386’과 언론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이전, 1980년대 대학생들의 군부독재타도 시위현장은 신문이나 방송뉴스에 소개되지 않기 십상이었다. 어쩌다 보도가 되면 ‘체제전복 좌경세력’이었다. 언론사에 상주하는 안기부 직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지휘 하에 문화공보부가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리던 시절 이야기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신문사와 방송사의 사회·정치부장들에게 시위, 체제개혁이나 정권의 정당성 위기 이슈 등의 보도를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렸고, 보도지침 이행률이 72~93%였다(김해식, 1992). 그런 탓인지 5공화국에서 1980년 광주시
추석 연휴 단상…언론의 디지털화와 분산화
#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될 즈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시아와 유럽에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럽판은 9월 29일자 이후로, 아시아판은 10월 6일자 이후로, 종이 신문 발행을 중단한다는 공지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을 구독하던 유럽판이나 아시아판 고객들은 종이 신문은 볼 수 없고, 남은 기간의 구독료를 환불받거나 인터넷 기사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유럽이나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는 미국판 종이 신문을 구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마저도...”라는 상징성이 주는 의미는 컸다. 발행
북핵 보도와 경마 저널리즘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이에 맞선 트럼프의 강성 발언은 “에이 그래도 설마 전쟁 나겠어?”라고 생각하는 남한의 많은 시민들에게도 어쩌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전술핵이니 핵잠수함이니 선제타격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포털의 뉴스 카테고리를 떠다니는 모습은 마치 내일 당장 국지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에 반해 북한의 김정은이 핵 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 예를 들어 미국으로부터의 인정, 그리고 이를 통해 현 북한 지도부를 주축으로 한 국가로서의 유지
언론의 공공성 회복은 모든 언론의 과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해직 등으로 탄압하여 현장에서 배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새롭게 드러나는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실태는 더욱 경악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공영방송 장악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국정원 적폐 TF가 밝힌 문건들에 따르면 국정원이 언론인들을 성분 분류하고 이들을 배제했다. 국정원은 그 고유 목적을 벗어난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행태가 좀 다르지만 그 본질에서는 1960, 70년대 기관원이 출입하며 언론을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간
프랑스 부역언론인 처벌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프랑스의 부역언론인 처벌은 특별히 엄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치 점령기에 신문을 발행했거나 특히 독일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히틀러 전체주의의 앵무새 역할을 담당했던 많은 언론사들이 폐간되었고, 소속 언론인들은 가혹한 숙청의 대상이었다.라디오 파리 방송국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선전선동의 도구로서 라디오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던 나치 세력은 파리에 입성하자마자 국영방송국인 라디오 파리를 장악했다. 다른 방송국들은 모두 방송을 중지하거나 문을 닫은 상태였다. 라디오 파리는 나치선전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5개의 채널을 가질 정도로
좋은게 좋은게 아니라, 옳아야 좋은 것!
특정 정치인을 신흥종교 교주처럼 모시는 사람들과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분들에게 ‘여론’은 자기와 생각이 같은 의견이다. 사회적인 쟁점이나 문제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연말연초 한국 사회를 관통한 ‘대통령 박근혜 탄핵정국’이 진행되는 동안 30년 동안 구독한 C일보 등을 끊거나, JTBC나 노컷뉴스 등을 외면했다. 세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이분들이 의지하는 미디어는 요즘 핫한 뉴미디어들이다. 유튜브로 참깨방송을 듣고, 팟캐스트인 정규재TV나 윤창중 칼럼 등을 온라인으로 시청하거나 애독한다. 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