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자성이 메아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입사한 국민일보 기자 18명이 ‘국민일보에 희망을 묻는다’라는 호소문을 노동조합 노보에 담아냈다. 열악한 취재환경 속 내부개혁을 외치는 젊은 피들의 부르짖음이다. 회사 미래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재까지의 구태를 반복할 경우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매일신문의 차장급 이하 기자들도 천주교 대구대교구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언론이 사유화됨에 따라 경영진의 일방적인 횡포에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
기자 탄압이 일상화된 현실이 서글프다
고대 그리스에서 ‘참주’ 정치는 자유인의 입을 틀어막고, 말을 왜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현상을 정의하고, 기억하고, 예측하는 도구인 언어를 점령하는 폭력은 썩어가는 권력의 습성이다. 제 입맛과 어긋나는 말을 하는 이의 펜을 부러뜨리고 혀를 자르고 낙인을 찍는 탄압을 서슴지 않는다.2016년, 한국 언론의 풍경은 역사 속 야만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자본민주주의를 기록하는 매일의 ‘사관’들이 겪는 탄압은 달력에 적힌 오늘의 숫자를 눈비비고 다시 봐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MBC 사측은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우려하는 내부의…
8년 버텨온 YTN 해직기자들을 지지한다
창간 7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이 1면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올려놓은 파격적인 편집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비하’라고 치부했지만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헬조선’에서 살고 있는 고달픈 청춘들을 상징한다. 경향신문 1면을 보면서 ‘알바 일당 4만9000원에 내일이 있을까’를 걱정하는 청춘들의 삶에 소홀했던 언론, 컵라면 받침으로 전락한 언론의 위상 추락이 동시에 겹쳐진다.언론의 생명은 신뢰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불신과 냉소로 가득하다. 기자는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잊혀진지 오래다. 다층적인 이유
김영란법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주일. 대한민국 사회는 김영란법의 회오리 속에 있다. 정부청사 구내식당이 북적이고 당분간은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는 풍토 속에서도 화환이 줄어든 주말 결혼식장과 예약률이 떨어진 골프장 풍경을 보면 미미하나마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과 함께 각 사안마다 법 위반사항 여부를 가리느라 아직도 혼란스러운 게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유권해석이 뒤집힐까 우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매뉴얼을 제시했
백종문, 그 입에 언론자유를 담을 수 있나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합의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노골적으로 국회를 무시하고 국감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불출석의 사유로 제시했다는 이유가 가관이다. “신문 내용이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인 사안이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 우려”를 들어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고 하니 말이다. 아무리 요즘 ‘유체이탈 화법’ 같은 것이 유행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백종문 본부장의 입에서 ‘언론 자유와 독립’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어처구니
수도권 중심의 재난보도, 이대로 좋은가
경주 지진 관련 보도가 도마에 오른 한 주였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정보 전달체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고, 경고 및 대피요령을 전해야 할 재난 경보문자도 ‘깜깜’이고, 안부 문자가 폭주한 카카오톡도 ‘먹통’이 된 상황에서 지진 발생 사실을 최일선에서 전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 재난 보도가 너무 늦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의 대응은 의아할 정도였다. 원전시설이 촘촘한 지역에서 지
조선일보 기자들의 용기를 응원한다
우리는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벼랑 끝 충돌이라는 ‘정치 드라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패 혐의가 조선에서 잇따라 단독보도되자,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의 부패 혐의가 보복성으로 폭로됐다는 세간의 음모론은 제쳐두자. 청와대의 고집스런 불통인사는 차기 대선에서 표심이 심판하면 될 일이고, 송 전 주필의 혐의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우리가 연대하고자 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사내 권력에 맞서 일어난 조선일보 기자들이다.지난 2일자 조선일보 노동조합 노보는 이들의 참담한 심경을 담고 있다. 언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명백한 언론 침해다
우리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누설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통화 당사자인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간 것은 명백하고도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우선 해당 기자의 행위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취재활동이었다. 법조팀 소속 기자로서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사건을 맡은 검찰 출신의 특별감찰관을 상대로 전화통화 취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런 취재를 안 하면 게으르고 무능한 기자일 것이다. 그리고 취재된 정보를 동료 팀원들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것…
KBS, 더 망가지지 마라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이정현 녹취록’에 침묵한 KBS 보도방향을 비판한 기자를 제주로 내친 지 한 달이 넘었다. 보복인사를 철회하라는 동료들의 피케팅 시위는 폭염의 열기만큼 뜨겁다. 기자협회보가 창립 5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6%의 기자들이 이정현 녹취록의 본질이 ‘청와대의 언론통제’라고 직시했다. KBS가 녹취록을 보도한 내용과 방식엔 51%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는 분명했다. 회사는 귀를 닫고 버티고 있다. 입으로는 매일 ‘국민의 방송 KBS’ 멘트를
기자들은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정확히 52년 전 오늘, 한국기자협회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박정희 정권이 언론 통제를 위해 강권했던 ‘언론윤리위원회’라는 기구 대신, 기자들 스스로 언론 자유를 수호하고 각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자율적 결사체로서 ‘한국기자협회’를 결성한 것이다. ‘언론윤리위원회’란 무엇이었나? 공안과 국가안보, 국가원수의 명예와 관련된 사항 등에 대해 각 언론사의 보도를 심의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한 기구였다. 그리고 이 기구의 구성에는 국가가 깊이 개입할 수 있었다. 당시 선배 기자들은 물론 신문 편집인과 발행인까지도 이 법을 ‘언론악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