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외교정책에는 지도가 없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가 북한이 연말 또는 연초에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솔깃한 얘기였지만 이 전문가의 그간 행적과 발언을 되짚어보면 새롭지 않은 또 한 번의 예측에 불과하다는 게 그 말을 들은 이들의 중평이었다. 어느 취재 현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한반도를 비롯해 지역별, 분야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즐비한 워싱턴에서 이들이 쏟아내는 말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심이 높은 외국 기자로선 워싱턴의 외교 지도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처럼…
‘찍어내기’라는 권력의 닮은꼴
지난 10월 중순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리는 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공안이 광둥성의 유력지 ‘신콰이빠오(新快報)’의 탐사 전문기자를 전격 체포했는데, 이를 이 신문이 1면에서 정면 비판하며 ‘기자를 석방하라’는 기사를 실었기 때문이다. 공안의 체포 이유는 ‘기업 이미지 실추죄’. 신콰이빠오의 천융저우(陳永洲) 기자가 대형 국유 건설장비 업체인 중롄중커(中聯重科)의 재무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 이것이 허위여서 이 회사 주가를 떨어트리는 등 기업 이미지를 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보수언론의 힘겨루기
아르헨티나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와 보수언론의 대표주자인 ‘그루포 클라린(Grupo Clarin)’이 수년째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정권 차원에서 보수언론 약화를 노린 공세를 강화하는 데 맞서 ‘그루포 클라린’은 산하 매체를 총동원해 비판 수위를 갈수록 높이는 양상이다.1945년에 설립된 ‘그루포 클라린’은 신문과 잡지, 공중파TV 채널, 케이블TV 채널, 라디오 방송, 인쇄·출판업체 등을 소유하고 있다. 2
세금이 아깝지 않은 핀란드 공영방송
북유럽 언론 모델을 찾아서 <3>핀란드의 공영방송을 YLE(와이엘이 또는 윌레)라고 한다. 국영 공기업의 형태로 지분의 99.9%가 국가 소유이다. 1926년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고, 1957년 TV 방송을 처음 했다. 현재 가장 오래되고 핀란드에서 시청자도 가장 많은 YLE TV1, 1964년 설립된 YLE TV2, 스웨덴어 방송 채널인 YLE FEM, 교육과 문화, 과학, 다큐멘터리 중심의 YLE TEEMA 등 4개 방송 채널을 운영한다. 2012년 현재 전체 TV 시청률의 42.2%를 차지한다. 6개의 라디오
영국 신문을 한국에 수입한다면
“영국 신문의 지면을 한국에 수입할 수 있다면?”이 질문에 개인적으로 답을 붙인다면 두 개의 지면은 한국에 가져오고 싶다. 영국 신문의 여론면과 부고면 얘기다. 심지어 무료 신문인 ‘메트로’까지도 한 면씩은 독자 투고에 털 정도로 활성화한 영국 언론의 여론면에 대해서는 이 공간을 통해 한차례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질투 날 정도로 부러운 영국 신문의 부고면 이야기다. 영국 신문을 펼치다 보면 한국 신문과 다른 점으로 가장 확연하게 눈에 띄는 것이 부고면(Obituaries)이다. 이곳의
뉴스위크, 너마저도
“한국 사람이라면 여러분들은 어떤 얼굴이 떠오르나요?” 지난 10월 4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카와사키시 아사오구의 강연회에서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60대 이상의 고령자에 여성이 70% 정도를 차지한 참석자들의 입에서는 배용준, 최지우, 이명박, 박근혜 등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이들 이름들은 2010년 NHK와 K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 조사에서는 이들 외에 김연아, 동방신기, 박지성 등이 거론됐다. 같은 질문을 국가명만 바꿔서 한국에서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셧다운’된 오바마, 떠오르는 힐러리와 크루즈
미국에서 1일 시작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속에 부각된 정치인 두 사람이 있다. 정치적 색채나 연륜, 성별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힐러리 클린턴(66) 전 국무장관과 테드 크루즈(42)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셧다운 몇 시간 전인 9월 30일(현지시간) 저녁.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막판 신경전을 벌이던 때, 수도 워싱턴의 한 주택에 워싱턴의 거물들이 속속 도착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걸어 10분 가량 떨어진 매사추세츠 애비뉴 옆에 위치한 단아한 2층 주택의 주인은 힐러리. 출마선언은 안 했지만 2016년 유력한 민주당 대선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의 ‘조용한’ 출범
중국이 드디어 ‘자유무역지대 시대’에 접어들었다. 정식 명칭은 중국(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 중국 정부는 기존의 4개 보세구를 묶어 조성한 이 시범구를 2~3년 운영해 본 뒤 상하이 푸동 전역으로 자유무역지대를 확산시켜간다는 계획이다. 상하이 푸동만 해도 그 크기가 서울의 2배에 달해서 이곳 전체가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되면 그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게 이곳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범구 현판식을 갖고 자유무역지대의 본격 출범을 알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리커창 총
칠레의 선택은 ‘피노체트 넘어서기’
“40년 전의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이제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남겨줄 가장 훌륭한 유산은 서로 화해하는 평화로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9월11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주도의 쿠데타 발생 40주년을 맞아 국민 화합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 공감하는 칠레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용서와 화해에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최근 여론조사에서 피노체트 쿠데타와 군사정권에 대한 인식은 크게 악화
‘단절’보다 ‘진화’하는 북유럽 신문산업
북유럽 언론모델을 찾아서<2>지난 9월4일, 핀란드 대기업 노키아가 휴대전화 부문을 통째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을 발표했다. 핀란드의 방송과 신문들은 이번 결정의 내용과 배경, 국내외 여론과 시장 반응, 내각과 주요 정당의 의견, 노키아 직원들의 고용 상황, 노키아의 150년 역사와 향후 전망 등 다양한 기사를 쏟아냈다. 나는 이 뉴스를 핀란드의 가장 대표적인 전국 일간지인 ‘헬싱키 사노마트’(Helsingin Sanomat)를 통해 접했다. ‘헬싱키 소식&rs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