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길은 결국 진실 보도다
교수들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부른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고 한다. 진나라 때 환관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바치자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지적했던 신하들을 죽여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는 지록위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사슴을 말이라고 대놓고 속였던 2200년 전 중국의 상황이 2014년 대한민국에서 재현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12월 한파가 절정이던 지난 19일, 헌법재판소가 한 정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
언론이 ‘불장난’ 부추겨선 안 된다
우려스런 일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3학년생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강사로 나선 전북 익산의 ‘통일토크콘서트’ 행사장 참석자들은 갑작스런 ‘폭탄테러’에 혼비백산했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그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신씨가 북한 사회를 지상낙원으로 묘사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행사를 방해하고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북한 체제와 통일에 대한 접근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청과 대화를 통한 설득이 아니라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은 실로 위험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 돌리지 말라
한나라 말기에 황제와 조정을 농락한 환관 10여 명을 말하는 십상시. 삼국지에 자세히 나와 있는 것처럼 십상시의 국정 농단은 결국 대제국의 멸망을 초래했다. 2000년도 훨씬 더 지난 오래전 역사 속에 묻혔던 그 단어가 세밑 정국의 중심으로 부활했다.세계일보가 ‘십상시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 핵심 보좌진 10여명과 정윤회씨가 국정을 농단한다’는 청와대 내부 문건을 폭로한 뒤 모든 언론이 후속보도에 동참하고 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선일보 인터뷰,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한겨레의 보도 등을 통해 문건
YTN 판결 그리고 MBC
실낱같은 기대가 사라졌다. 대법원이 지난달 27일 YTN 해고노동자 6명이 낸 징계무효소송 상고심에서 6명 중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2008년 10월6일 해고된 지 2244일만의 판결이다. 법원이 방송의 중립성을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의 공익성을 인정하고도, 해고를 재량권 남용이라고 보지 않은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은 이날 판결을 접하고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2심 판결이 나오고 대법이 뭘 했나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들은 혹독하다는 표현을 넘어 지독한 시간이었습니다.”2심 판결로
YTN 해직기자 언론 현장으로 돌려보내라
다음 달부터 부산 일부 지역에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이 공급된다고 한다. 설비를 만든 업체는 대단한 기술이라고 자부심을 갖겠지만 조상 대대로 마셔오던 강물 대신 바닷물을 마셔야하는 주민들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정수를 한들 원래 짠물인 바닷물이 강물만 하겠는가. 왜 바닷물을 마셔야만 하는지 보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강물이 ‘멀쩡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식수난과 가뭄, 홍수를 막겠다며 수 십 조원을 멀쩡한 강에 쏟아 부은 결과 이제 바닷물을 마셔야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YTN을 통해 이 뉴스를
여기자 보직간부 유리천장, 끝내야 한다
입사, 각종 고시, 대입 등에 있어서 여성들의 돌풍과 기업과 공직사회에서 여성 고위직의 가뭄은 기사의 단골 소재다. 사회 진출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남성중심의 문화, 육아·출산의 부담 등으로 인해 위로 갈수록 승진 대열에서 빠르게 탈락하는 현상은 요즘 일하는 여성들이 처한 극과 극의 상황이다. 이는 기사의 소재를 넘어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편집국, 취재 현장에서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여기자의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여기자 비중은 2003년 12.5%였으나 2009년 17.2%, 20
부당인사 해놓고 혁신이라는 MBC
지난 7일 SBS가 제작본부장과 편성본부장, 보도국장을 모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적자가 3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긴축경영’의 일환으로 단행한 인사라는 평가다.SBS뿐 아니라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로 비용지출이 늘어났지만 내수경기 부진으로 줄어든 광고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MBC의 광고감소세가 두드러졌다. MBC TV는 올 들어 8월까지 광고 판매율이 42.6%로, 2011년 66.4%, 2012년 54.5%에 비해 큰 폭의 감소
박근혜 정부 3.0시대의 1.0언론관
청와대가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 관계자의 언론사·기자 민형사 소송은 알려진 것만 12건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송이 더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이 적극 소송에 가담해 명예훼손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까지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언론보도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법에 호소하는 것은 자유롭게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의 대응은 소송으로 재갈을 물려 언론을 압박하고 통제하려는 의도가 짙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의 인사외압 소문을 취
MBC는 방송 면허를 반납하라
“걸을 수 있는 한 자유언론에 바치겠다.”지난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을 맞아 백발이 성성한 원로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의 기자와 동아방송의 PD, 아나운서가 당시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 지 어느덧 마흔 해가 된 것이다. ‘자유언론’을 위해 기꺼이 ‘거리의 기자’가 됐던 이들 중엔 말 그대로 걷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할 긴 시간이 지났어도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나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지금 이 순간 얼마만큼의 자유가 있는가? 이 같은 우문(愚問)에 평생 이 땅에 완전한 자유가 실현되기를 온 몸으로 노래했던 시인 김수영은 대답한다. 자유에 관한 한 “‘이만하면’ 자유롭다”는 말은 언어도단이요 자가당착이라고. 자유는 말하자면 절대 개념이라서 그 어떠한 중간사(中間辭)로도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이 시인의 예민한 정신이 파악한 자유의 진면목이다. 다시 묻는다. 지금 우리는 ‘이만하면’ 자유롭게 할 말을 하고 사는 것이 맞는가? 여기에 “그렇다”고 무심코 답하는 순간 우리는 도처에서 ‘표현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