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주먹보다 느리다
2011년 7월 27일 오전 7시3분.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김정자씨(당시 64세)가 전날 폭우로 아파트 지하실에 가득찬 빗물을 퍼내려 들어갔다가 숨졌다. 사인은 감전사였다. 당시 작업을 지시했던 관리소장과 계장은 “작업을 지시한 적이 없다. 본인 과실”이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자는 법조기자로 3년을 보낸 뒤 사건팀 기자 생활이 햇수로 2년째에 접어들던 해에 이 사건을 접했다. 김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인의 딸은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용역업체를…
청와대의 포스코·KT 인사개입은 불공정행위
포스코 정준양 회장과 KT 이석채 회장이 최근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포스코는 정 회장의 사의표명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국세청이 마치 때를 맞추기나 한 듯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청와대 사퇴 압력설은 무게를 더한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말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회동 때 정 회장을 제외했다. 포스코는 재계 6위의 대기업이다. 또 정 회장과 이 회장은 모두 박 대통령의 방중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찬 초대 대상에서 빠졌다.눈길을 끄는
동성애 ‘사랑과 결혼 사이’
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 배급사 대표 김승환씨가 동성 결혼식을 열었다. 공개적으로 결혼하겠다고 밝힌 것이 지난 5월이니 충동적으로 행사를 연 것이 아니다. 이들이 원한 것은 동성애자 결합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였다. 구청에 혼인 신고를 접수했다는데, 현행 헌법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혼인 신고가 반려되면, 헌법 소원까지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의 바람대로 우리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뜨거운 화두를 손에 쥐게 되었다. 1996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격화된 찬반양론 속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
‘해딴에 틈새학교’의 꿈
학교와 학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익힐까? 물론 100%는 아니지만 학교나 학원이 아이들에게 제 노릇을 다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이 그 방증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남에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조선업체가 있다. 월급도 세고 다른 대우도 빵빵한 대기업이다. 여기 취직한 젊은이 이야기다. 그이는 설계가 전공인데 자기 소속 부서에서 제작한 설계도를 보고 만든 제품이 불량으로 반품돼 왔다. 확인해 보니 그 젊은이가 제대로 못한 탓이었
‘야메 평론가’ 황현산 열풍
지금 한국 문학에서 가장 뜨거운 문인은 문학평론가인 황현산(69)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다. 어떤 소설가처럼 하루키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를 했다거나, 어떤 시인처럼 트위터 정치로 논란을 일으켜서가 아니다. 조용히 자신만의 문장과 삶의 기품으로 문학하는 후배들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문인들은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그의 문장을 인용하며 퍼 나르고 있고, 트렌드에 예민한 패션지와 영화 잡지까지 그의 인터뷰에 열심이다. 그의 생애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난다)는 벌써 4쇄를 찍었다. 요즘같은 세상
문제는 ‘거위 털’이 아니다
거위 털이 뭐 어쨌다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거위 털’ 발언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세제개편안을 내놓고 증세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느라 “이번 세제 개편은 거위에게서 고통없이 털을 뽑는 취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세제 공무원들 사이에 흔히 회자되는 얘기였으니 별 생각없이 뱉은 말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다. 어차피 뽑아야 할 털이라면 안 아프게 뽑는게 거위한테도 좋고 뽑는 사람도 편하다.일단 설화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소녀상(像)
미국에서 최근 ‘소녀의 상(像)’이 화제다.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시립도서관 앞 공원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지면서다. 이 동상은 현지 한인 동포단체가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년 이상 지속적으로 글린데일시 정부를 설득하고 자체적으로 3만 달러를 모금해 건립됐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이 동상의 건립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주재 일본 총영사는 부에나파크 시의원 5명에게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그
판사가 하지 말아야 할 일
29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백억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53)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15기)가 최 회장의 최후진술 직후 몇가지를 질문했다. “최태원 피고인. 지난 공판기일에 법정에서 재판장이 ‘일반적으로 유죄판결을 하면서 형을 정할 때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할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하는 게 양형원칙에 부합
박근혜에게서 노무현을 본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는 재밌는 말을 했다. 하루 전 언론사 간부 간담회에서는 “(경제민주화) 중점법안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6월 국회)에 통과됐으니,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대해 ‘대기업 옥죄기’라며 앙앙불락했던 재벌은 즉각 반색하고 나섰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사실상 종결됐으니 이제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
스마트폰을 생각한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교실에서도,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처음으로 청소년 170만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전수 조사했더니 14%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었다. 그 중에서 4만명은 금단증상 등 심각한 장애를 보이는 고위험군이었고, 20만명은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주의사용군으로 나타났다. 남학생들은 모바일 게임, 여학생들은 모바일 메신저 같은 SNS에 몰두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성부는 스마트폰 중독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