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미디어를 통한 간접경험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경험하고 있다. 비방이 논의와 합의를 대체하고, 갈등과 혐오, 위협을 강조하여 자극적인 말로 인기를 갈구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우려스럽다. 극우세력, 우익 포퓰리즘으로 불리는 이런 현상들이 우리나라에서 확산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는 불과 몇 해 전 독일에서 있었던 유사한 상황을 관찰해봐서다.2013년 독일에서 우익 포퓰리즘을 직접적으로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했다.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바로 그들이다. 베를린에서 창당한 이래 2014년
‘수출 규제’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특파원 부임 첫날이던 작년 7월1일. 오전 10시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발표됐다. 불매 운동과 지소미아 등 ‘수출 규제’ 국면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해가 바뀌고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다. “숨 좀 돌리나” 싶은 얄팍한 생각이 들었다. 와중에 일본 요코하마항에 배 한 척이 들어왔다.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였다.두 얘기를 꺼낸 건 일본 언론 때문이다. 먼저 수출 규제. 작년 7월23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NHK에 ‘수출 규제’ 말고 ‘수출 관리’라고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생충 가족이 핀란드에 살았다면
영화 ‘기생충’이 여러 영화제를 거쳐 끝내 오스카상까지 수상하는 모습을 응원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 ‘플란다스의 개’를 처음 본 이후 꾸준히 봉준호 감독 작품을 좋아해 왔다. 10여 년 전 ‘살인의 추억’ DVD를 한국에서 공수해 핀란드 영화학도들과 함께 보고 감탄한 기억도 있다. ‘옥자’를 보려고 넷플릭스(Netflix)까지 유료 가입한 1인이라, 지난달 31일 기생충 핀란드 개봉 뉴스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나저나, 경제적 양극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핀란드 관객에게도 영화 속 불평등(inequality)이 공감을 얻을 수…
신종 코로나 사태서도 작동한 극우 이데올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 이후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전세기를 띄워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자국민을 철수시켰다. 처음엔 너무 먼 거리와 비용 문제로 자국민 철수에 다소 부정적 입장이던 브라질도 우한 체류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자 대통령실 소속 공군기 2대를 보내 34명을 데려왔다.공군기는 브라질 시간으로 지난 5일 낮 브라질리아 공군 기지를 출발해 브라질 북동부 지역과 스페인, 폴란드, 중국 국경 지역을 거쳐 7일 우한에 도착했다. 공군기가 브라질 중서부 아나폴리스 공군 기지
발리 옆 나라 인도네시아
“거기 기사거리가 있겠어?” “지진 등 재난 기사만 너무 쓰지 말아달라.”인도네시아 부임 전 귀에 박힌 두 마디다. 전자는 언론사 몇몇 선배, 후자는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한 말이다. 합쳐서 ‘인도네시아엔 지진 기사만 있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그간 읽은 인도네시아 관련 기사를 떠올려보니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2005년 파키스탄 강진 현장을 약 한 달간 취재한 경험을 활용하리라, 마음의 준비를 했다.난생 처음 인도네시아 땅을 밟은 지 어느덧 1년, 300건 가까이 작성한 기사 중에 지진 발생 기사는 딱 두 건
미중 합의와 강노지말(强弩之末)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1126년 북송의 수도 카이펑을 공격해 휘종과 흠종 2명의 황제를 포로로 잡았다. 중국의 한족이 가장 치욕적인 역사적 사건 중 하나로 손꼽는 ‘정강의 변’이다. 북송이 멸망하고 들어선 남송은 금나라는 물론 뒤이어 등장한 몽고족의 원나라에게도 막대한 공물을 바치며 평화를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이 같은 치욕은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는 ‘강한성당(强漢盛唐·강력한 한나라와 번성한 당나라)’ 시절에도 있었다. 대군을 이끌고 흉노 정벌에 나섰던 한 고조 유방은 거꾸로 포위돼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탈출
솔레이마니 암살과 항상성(homeostasis)
모든 유기체는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항상성이란 환경의 변화에도 최적의 상태를 지키려는 특성을 말한다. 항상성이 교란되면 유기체의 안전은 위협받는다. 거대한 유기체인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은 외부로부터 사회의 항상성을 깨뜨리는 주된 요인 중의 하나다.새해 시작부터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항상성이 무너질 위기 앞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암살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전운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군부 실세가 살해된 데 대해
불꽃놀이, 그 후
독일에는 ‘Ruhezeit’(휴식시간)로 불리는 법정휴게시간이 있다. 주(州)나 도시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일 오후 시간 일부와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7시까지 타인의 휴식을 방해하는 행위와 소음유발이 금지된다(최대 50db). 다만 예외로 아기울음소리와 어린아이의 소음은 일상생활로 간주되어 허용되나, 그 외의 이유로 인해 이 시간대에 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당사자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정소송이 가능하다. 토요일은 평일과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일요일이나 법정공휴일은 하루 전체가 루에짜이트(Ruhezeit)로…
日 공영방송 NHK ‘장악’되나
“저는 상당히 낡은 인간입니다. 솔직히 (집에선) 컴퓨터나 인터넷도 안 써요.”모 종편에 나오는 ‘자연인’의 말이 아니다. 일본의 공영방송 차기 수장의 고백이다. 일본 3대 거대은행을 이끌던 인물이기도 하다. 마에다 데루노부(74) 전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회장. 그는 오는 25일에 3년 임기 NHK 회장에 취임한다.NHK는 4월부터 TV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도 동시 전송한다. 수신료 징수 범위를 PC나 스마트폰으로 넓히기 위해서다. NHK의 비원(悲願)이자, 현 회장이 일군 최대 치적이다. 그런데 마에다는 회장 내정 회견에서 외려…
다시 주목받는 ‘좌파 아이콘’ 룰라
2019년을 채 2개월도 남기지 않은 지난달 8일(현지시각), 브라질에서 ‘좌파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룰라 전 대통령이 연방경찰 수감시설을 빠져 나왔다. 부패 혐의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지난해 4월7일 수감된 지 580일 만이었다. 룰라 석방은 연방대법원이 지난 2016년 2월 최종심이 아닌 2심 결과만으로도 구속할 수 있다고 한 판결을 스스로 뒤집은 데 따른 것이다.열광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힌 룰라는 단숨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부패 혐의를 완전히 벗거나 재판이 끝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