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어 성 중립 인칭대명사와 ‘포용 국가’
‘핸’(hän)은 핀란드에서 왔습니다. 커피와 사우나를 좋아하고, 겨울 날씨를 잘 견딥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일할 때는 성실하고 놀 때는 열정적입니다. 그는 다재다능합니다. 선생님이기도 하고, 기자로도 일하며, 때로는 청소를, 때로는 요리를 하며 생계를 꾸립니다. 직함과 이름도 많죠. 핀란드 전 대통령 따르야 할로넨이기도 하고, 현 대통령 싸울리 니니스뙤이기도 합니다. 곧 34살 나이로 핀란드 연립 정부를 이끌게 될 세계 최연소 총리 싼나 마린(Sanna Marin)이자, 동성 파트너와 함께 마린 총리를 키워낸 싱글맘 어머니이기
일국양제(一國兩制)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가 중요한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달 24일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서 반중 시위를 지지해 온 범민주 진영이 친중파를 누르고 압승을 거둔 것이다. 간발의 차로 앞설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체 452개 의석 가운데 388석을 석권했다. 홍콩 민주주의 역사에 ‘작지만 큰’ 성과로 기록될 일이다.이번 승리를 작은 성과로 보는 이들은 홍콩 시민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홍콩 행정장관은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되는데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의 60% 이
내년 미 대선 화두는 정치광고
“뉴스 속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페이스북, 도널드 대통령 재선 공개 지지.”지난달 페이스북에 게재된 광고 제목이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광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광고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여러분은 아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사실일까 의아해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사실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커버그의 정책은 트럼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을 할 수 있도록 고삐를 풀어주고, 큰 돈을 내면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전파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총선, 분열의 신호탄일까
지난달 21일 캐나다 총선이 분열주의의 종을 울린 것일까? 비록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이 재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캐나다 동·서부를 선명하게 가르고 있는 정당별 득표현황과 퀘벡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블록퀘벡당의 급부상은 캐나다 분열의 시대를 알리는 것처럼 보인다. 총선에서 157명(총 338명 중 46.5%)의 의원을 배출한 자유당은 의석 과반 달성에 실패한 소수 집권당이 되었다. 사상 최고의 승리였던 2015년 총선 때(184명 당선)보다 당선자 수가 27명이나 적을 뿐만 아니라, 전국 득표율(33.07%)은 보수당(34.41
2020년 베트남이 주목되는 이유
지난 4일 저녁 태국 방콕 임팩트컨벤션센터 국제미디어센터. 아세안정상회의 폐막식이 진행되던 행사장에 실시간으로 전송돼 온 장면 하나에 미디어센터 한쪽에 있던 수십명의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에게 의사봉을 넘기고, 푹 총리가 그 의사봉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장면이었다. 차기 의장국, 베트남의 임기가 시작되기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사실상 아세안의 힘이 차기 의장국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현장에서 기사 송고를 마친 30~40명 규모의 베트남
극우 대통령의 좌충우돌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의 관행을 벗어난 파격적인 ‘사이다 행보’가 지지자들에게 신선한 정치문법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지나치게 거침없고 직설적인 언행은 빈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9년 첫날 우파 정상들의 축하 속에 취임했다.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등이 취임식에 직접 참석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대신 보내면서 “미국은 당신과 함께 있다
설리, 벌새
“정신적 건강은 우리 모두 신경 써야 할 문제입니다. 누구든 삶의 상황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심리적인 문제로부터 영향 받을 수 있습니다. 며칠 전 25살 설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살피면 좋겠습니다.” 지난 1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Kpop 댄스 커버 대회. 주최 측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 말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내는 이야기인 듯 잠시 목이 잠겼다. 참가자들도 몇 달간 연습한 춤을 선보이던 열기를 가라 앉히고 슬픔을 나눴다. 고인이 겪은 외로움까지도 이해하는 표정이었다. 어느 참석자가 전한 소감
BBC도 넷플릭스가 될 수 있을까
BBC의 온라인 서비스가 출범 후 최대 규모로 확장된다. 기존 서비스 기간을 30일에서 1년까지 확대하고 상업방송사인 ITV와 공동으로 영국 콘텐츠를 전문으로 한 가입제 서비스 ‘브릭박스’의 영국 내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BBC를 감독하는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 승인도 지난 8월 초에 이미 떨어졌다. BBC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아이플레이어는 5년 전만 해도 영국 시장에서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전을 거두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면서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트럼프 탄핵 정국과 언론의 과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조사로 미국 정가와 언론이 연일 시끄럽다. ‘탄핵’이란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내 ‘연관 검색어’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타진하는 서적이 줄을 이었고, 러시아와의 대선 공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탄핵 카드’는 늘 민주당의 손 닿을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줄곧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입장을 바꿔 탄핵조사에 돌입했다는 점이 다르고, 그동안 소극적이던 여론이 탄핵 쪽으로 모이고 있다는…
둥펑(東風)
올해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을 대만으로 쫓아내고 본토에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지 70주년 되는 해다. 1949년 10월1일 오후 3시 천안문 성루에 오른 마오쩌둥(毛澤東)은 30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신중국 수립을 선포했다. 그때부터 매년 10월1일을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로 기리고 있다. 지난 1일 개최된 70번째 국경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 그중에서도 이번에 첫선을 보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둥펑(東風)-41’에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 언론이 워낙 반복적으로 언급한 탓에 군사 분야에 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