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와 플랫폼의 책임 공방
2016년 미국 대선의 이슈는 ‘가짜 뉴스(fake news)’였다. 언론사 뉴스를 가장한 허위 뉴스가 생각보다 많이 유포된 때문이었다. 선거가 끝난 이후 구글, 페이스북 등은 연이어 가짜뉴스 대책을 내놨다.4년 만에 치러지는 내년 미국 대선에선 더 무서운 것이 기다리고 있다. ‘페이크 뉴스’에서 한 발 더 나간 ‘딥페이크’가 바로 그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인 딥페이크는 교묘하게 조작된 가짜 영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영상을 손쉽게 만들어낼…
‘친일파’ 없는 야구
‘일본과 친하게 지냄.’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친일(親日)이다. 작년 일본에 간 한국인이 약 754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걸 보면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이 꽤 많을텐데, 뉴스엔 반일(反日)이 절정이다. 수십년 불러온 교가와 동네 이름, 도로명 등이 하루아침에 친일 낙인으로 사라질 처지라고 한다. 경기도 학교에선 일본산 비품에 ‘전범(戰犯)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스티커가 붙을 뻔했다. 최근엔 동요 ‘우리집에 왜 왔니’가 일제강점기 위안부 인신매매와 연관있으니 금지해야한다는 학계 뉴스가 나왔다.이런 논리라면 연간 관중 8
‘1등 삼성’과 ‘불법 삼성’의 기괴한 조합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계가 떠들썩하다. 언론은 ‘100년 한국 영화사의 쾌거’라고 대서특필했다. 봉 감독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송강호는 봉 감독이 만든 8편의 장편영화 중 절반에서 주연을 맡아, 그의 ‘페르소나’(분신)라고 불릴 정도다. 봉준호 연출-송강호 주연의 첫 영화는 ‘살인의 추억’(2003년)이다. 살인이라는 섬뜩한 단어와 추억이라는 아련한 단어의 묘한 조합이 눈길을 끈 작품이다.요즘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 중인 삼성을 바라보며 ‘삼성의 추억’
한국은 언제 촉진자가 되었나?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평화 촉진 외교가 전개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중재자, 촉진자, 당사자 등등의 용어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 용어는 일반적인 의미도 표현하고 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북핵 문제 역사에서 축적된 맥락도 담고 있다.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이 채택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당사국은 남과 북이었다. 1993년 3월 제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당시 김영삼 정부가 ‘핵을 가진 자와 대화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변화가 발생했
경기 침체가 언론 탓이라고?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0.3%로 곤두박질쳤다. 이번 정부 들어 분기 기준 두 번째 역성장이다. 앞서 2017년 4분기에도 -0.2%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문재인 정부 2년 국정 성과’를 소개하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지표가 많은데 부각이 안 되고 있다”며 청와대에 ‘좋은 지표 알리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국이 ‘30-50클럽(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하고, 지난해 경제성
A검사의 2주기…
“나 너무 힘든데 어쩌지. 공황장애. 장기 사건들이 많은데 전임 검사가 38기라 사건이 엄청 빡빡한데 장기들이 쌓이다 보니 욕먹고 처리할려고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잘 안되고 피의자 수십명씩 달려있고 잘 모르겠고 이런 사건들이 천지라 욕들어먹으니 더 못하겠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어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많이 난다” “살려줘. 잠도 잘 못잠 계속 깨고” “슬퍼 사는게” “자살하고 싶어”시계를 2016년 5월19일로 되돌려본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소속 A검사는 이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
스포일러 당하지 않고 영화 보기
스포일러에 관대한 편이다. 급한 성격 탓이다. 소설을 읽을 때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면 마지막장을 확인한다. 결론을 알고 읽는 소설이야말로 정말 재미있다. 예상했던 결말이라면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그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이 결말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으로 책을 밀고 나간다. 서효인 시인 역시 나와 비슷한 독서관을 갖고 있어서 반가웠다. “나는 소설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결말을 향하는 플롯의 걸음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 가고, 2018)영화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결
인용 실종시대… 무단으로 베끼는 악습 버리자
“배경 설명도 해주고, 관련 자료도 보내줬다. 취재 열정이 대단해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기사를 보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인용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몇 년 전 어떤 교수에게 들은 얘기다. 그 얘길 해준 교수는 “기사 말미에 하나마나한 얘길 내 이름으로 인용했더라”고 했다. 참고 자료까지 모두 기자의 지식으로 둔갑해 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용에 대한 상식도 없더라”고 개탄했다.외신 표절 논란을 보면서 오래 전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물론 이번 표절은 정도가 좀 심했다. 하지만 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한
‘다둥이 엄마 선수’는 왜 없을까
황제는 다둥이 아빠가 되고서도 오랫동안 재위한다. 제83회 마스터스 골프대회 우승컵은 어느덧 마흔 넷이 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차지했다. 남매를 둔 아버지인 그는 14년 만에 다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해내며 통산 메이저 우승을 15회로 늘렸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도 최근 마이애미 오픈 우승컵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우승을 101회로 늘렸다. 역대 최다인 지미 코너스(미국·109회)의 기록을 맹추격한다. 서른여덟 페더러는 딸 쌍둥이와 아들 쌍둥이를 데리고 투어를 함께 다닌다. “아이들이 투어를 힘들어할 때 은퇴를 고려해 보
기로에 선 평화 촉진 외교... 과제와 유의점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촉진 외교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오는 11일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고, 그 날 밤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평화 촉진 외교는 다시 한 번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고비를 앞둔 만큼 평화 촉진 외교의 과제와 유의 사항을 다시 점검하는 것은 의미 있는 토론이 될 것이다. 평화 촉진 외교에서 기본 과제는 여전히 북한과 미국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