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농단 청와대, 유구무언이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노가 솟는 나날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JTBC의 특종 보도로 국민은 국정농단의 민낯을 마주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력을, 자연인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마음껏 주무른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지만 국정농단의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하며, 그 길을 환히 밝혀야 하는 것이 오늘날 언론의 책무다. 그런데 그런 언론조차 농단의 대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TV조선이 입수해 보도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부역언론인 퇴진, 저널리즘 회복의 시작
부역자(附逆者)의 사전적 뜻은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이다. 일제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부역자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언론계에서 ‘언론부역자’라는 말이 나온다. 비선의 국정농단에 침묵하고, 취재 요구를 묵살하고, 개인의 출세에 언론을 이용한 언론인들을 일컫는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몇몇 언론의 치열한 취재가 있었다. TV조선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냈고 이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한겨레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이름을
국민들은 침묵하는 기자를 원치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녹화방송은 생방송으로 바뀌었고, 1분40초에서 9분3초로 시간이 길어졌다. 허나 본인의 심경만을 쏟아내고 끝난 것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담화문에는 2선 후퇴 요구에 대한 생각이나 새누리당 탈당 여부 등 각종 사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수십 가지 의혹은 해소되지 못한 반성문에 불과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쓰고 전달하는 앵무새 같았다. 기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인 ‘알 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침묵했다.청와
‘최순실 게이트’ 뒷짐 진 언론 자성하라
워터게이트로 닉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임했다. 닉슨 최측근들이 도청공작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진상을 은폐한 닉슨은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권력 비리를 폭로한 워싱턴포스트 보도는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란 저널리즘의 본질을 각인시킨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뜨겁다. TV조선이 미르재단 설립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을 보도하며 물꼬를 튼 지 3개월만이다. 한겨레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최순실씨가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한 달 넘게 폭로하며 사건이 커졌고, JTBC가 ‘최순실씨 대통령 연설문 수정’ 등
기자들 자성이 메아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입사한 국민일보 기자 18명이 ‘국민일보에 희망을 묻는다’라는 호소문을 노동조합 노보에 담아냈다. 열악한 취재환경 속 내부개혁을 외치는 젊은 피들의 부르짖음이다. 회사 미래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재까지의 구태를 반복할 경우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매일신문의 차장급 이하 기자들도 천주교 대구대교구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언론이 사유화됨에 따라 경영진의 일방적인 횡포에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
기자 탄압이 일상화된 현실이 서글프다
고대 그리스에서 ‘참주’ 정치는 자유인의 입을 틀어막고, 말을 왜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현상을 정의하고, 기억하고, 예측하는 도구인 언어를 점령하는 폭력은 썩어가는 권력의 습성이다. 제 입맛과 어긋나는 말을 하는 이의 펜을 부러뜨리고 혀를 자르고 낙인을 찍는 탄압을 서슴지 않는다.2016년, 한국 언론의 풍경은 역사 속 야만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자본민주주의를 기록하는 매일의 ‘사관’들이 겪는 탄압은 달력에 적힌 오늘의 숫자를 눈비비고 다시 봐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MBC 사측은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우려하는 내부의…
8년 버텨온 YTN 해직기자들을 지지한다
창간 7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이 1면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올려놓은 파격적인 편집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비하’라고 치부했지만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헬조선’에서 살고 있는 고달픈 청춘들을 상징한다. 경향신문 1면을 보면서 ‘알바 일당 4만9000원에 내일이 있을까’를 걱정하는 청춘들의 삶에 소홀했던 언론, 컵라면 받침으로 전락한 언론의 위상 추락이 동시에 겹쳐진다.언론의 생명은 신뢰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불신과 냉소로 가득하다. 기자는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잊혀진지 오래다. 다층적인 이유
김영란법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주일. 대한민국 사회는 김영란법의 회오리 속에 있다. 정부청사 구내식당이 북적이고 당분간은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는 풍토 속에서도 화환이 줄어든 주말 결혼식장과 예약률이 떨어진 골프장 풍경을 보면 미미하나마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과 함께 각 사안마다 법 위반사항 여부를 가리느라 아직도 혼란스러운 게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유권해석이 뒤집힐까 우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매뉴얼을 제시했
백종문, 그 입에 언론자유를 담을 수 있나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합의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노골적으로 국회를 무시하고 국감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불출석의 사유로 제시했다는 이유가 가관이다. “신문 내용이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인 사안이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 우려”를 들어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고 하니 말이다. 아무리 요즘 ‘유체이탈 화법’ 같은 것이 유행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백종문 본부장의 입에서 ‘언론 자유와 독립’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어처구니
수도권 중심의 재난보도, 이대로 좋은가
경주 지진 관련 보도가 도마에 오른 한 주였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정보 전달체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고, 경고 및 대피요령을 전해야 할 재난 경보문자도 ‘깜깜’이고, 안부 문자가 폭주한 카카오톡도 ‘먹통’이 된 상황에서 지진 발생 사실을 최일선에서 전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 재난 보도가 너무 늦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의 대응은 의아할 정도였다. 원전시설이 촘촘한 지역에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