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대통령’ 오바마
12세 소년 닉키 더팔은 2011년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오바마를 독대했다. 닉키가 그의 엄마인 낸시 앤 더팔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에게 ‘백악관 일을 그만두면 안되겠느냐’는 말을 한 뒤였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법인 ‘오바마케어’를 입안하는 일을 담당하느라 바빠서 아들과 제대로 시간을 가질 수 없어서 늘 미안해했던 엄마는 아들의 말에 미련없이 오바마에게 사직 의사를 표했다. 오바마는 닉키를 백악관에 불러 함께 어린이 막대과자를 먹으며 ‘너도 엄마가 필요하
안중근 의사 표지석에 숨겨진 중국의 ‘핵심이익’
지난 1월14일 주중 외국 기자들을 위해 중국 외교부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외국기자신문중심’에 통지문이 한 줄 떴다. 1월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과 푸순(撫順)으로 가는 취재 일정이 있으니 참여하고 싶은 기자들은 당일 오후5시까지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외국 기자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추진하면서 이틀 전에 갑작스레 공지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신청을 마감하는 것은 재난 사고 등 급박한 취재가 아닌 한 아마도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쨌든 이미 불친절하기로…
브라질과 월드컵, 그리고 ‘마라카나조’악몽
허술하고 부실한 준비를 탓하는 국내외의 따가운 시선과 공적 자금을 낭비하지 말라는 시위대의 비판 속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막이 올랐다. 7년의 준비 기간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늑장공사 문제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월드컵 반대 시위가 1년 넘게 계속되는 것은 아마도 역대 대회 가운데 브라질이 유일할 것이다.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다른 대회보다 줄어든 것은 아니다. FIFA 자료를 기준으로 전체 330만여장의 입장권 가운데 개막 1주일 전까지 296만여장이 판매됐다. 월드컵 기간 국내외 관광객이 370만
우파 포퓰리즘의 약진과 여성주의 정당의 출현
2014년 5월22일부터 25일까지 유럽연합(EU)의 28개 회원국들에서 유럽의회 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유럽연합과 유럽 지역 전체의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으로 인식됐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위기의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 대 미국-EU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전체 43.1%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를 통해 각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 임기 5년의 유럽
집단적 자위권과 아베 총리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15일 평화헌법 해석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한국정부와 언론들은 우려와 불안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일본이 다시 재무장하는 것은 아닐까, 한반도 유사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어 놓는 것은 아닐까, 과거사 반성이 먼저 아니냐며 한국 언론의 비난적인 논조는 끊이지 않는다. 집단적 자위권으로 일본 여론이 쪼개지고 있다며 ‘자위권행사=전쟁’이라는 아사히 신문의 보도를 소개
기자들만의 리그
요즘 워싱턴에서 사건기자 때로 돌아간 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국의 세월호 비극에 교민들도 감정적으로 반응했고, 지난 18일 미국 생활정보 공유사이트 ‘미시USA’ 회원들 주도로 열린 30여개 지역 동시집회는 아마도 재미 한인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나온 집회였을 것이다. 워싱턴에 지국을 둔 경향신문은 링컨기념관 앞 시위에 취재를 나갔다. 그런데 집회 주최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으며, 개별 인터뷰도 정중히 사양했다. 동료 특파원들 중 “경향신문 기자도 그
CCTV & KBS
“한국의 CCTV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의 가장 큰 방송국입니다.” 얼마전 사무실 이전을 위해 만난 건물주에게 중개업자가 KBS를 소개하며 던진 말이다. 무슨 심오한 비유나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은 결코 아니다. 그저 KBS는 중국의 CCTV(中央電視臺)처럼 ‘그런 정도로 크고, 안정적이고 중요한 기관이니, KBS가 세들어 있다 하면 다른 한국 기업 고객들도 주목을 하게 될 것이니 아니 좋소’하면서 ‘그러니 임대료 좀 낮춰주시오&rsq
FIFA도 두 손 든 브라질식 ‘만만디’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4 월드컵은 현지시간으로 6월12일 개막해 7월13일까지 계속된다. 브라질은 1950년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서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린다.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브라질 언론은 축구계 인사들의 입을 빌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는 브라질 대표팀에 베테랑 선수가 없는 점에 다소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브라질의 여섯 번째 우승을 점쳤다. 1970~1980
유럽의회 선거 전망과 유럽연합의 진로
2014년 5월22일부터 25일까지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유럽 의회는 28개 회원국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유럽연합 이사회(The Council of EU)와 더불어 유럽연합의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이다. 전후 유럽철강공동체(ECSC)와 유럽경제공동체(EEC) 시기에는 회원국 의회가 임명한 의원들로 구성되었으나, 1979년부터 회원국 유권자들에 의한 직접 선거로 의원들을 선출하고 있다. 복잡한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주요 기구들 중 현재 유일하게 회원국 시민
세월호 침몰 사고와 일본의 관심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을 돌리지 못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에어포스원의 트랩을 내려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도, 일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만찬 장면도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일 정상 회담이 공동성명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 공동성명 발표를 미루면서까지 거듭했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협상도 극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났다. 미·일 동맹을 과시하려 했던 아베 수상의 의도는 빗나갔다. 뉴스 밸류가 높은 기사거리가 없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