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와 퓰리처상, 세월호 참사
퓰리처상은 미국 언론들 잔치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 기자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 상의 최고 영예는 상금 없이 금메달만 주는 공공 서비스 부문이다. 이 부문 수상자는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빼낸 국가안보국(NSA) 기밀서류를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에 돌아갔다. 기밀서류 보도에 대해 안보라는 국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에 방점이 찍혔다. 한국이었다면 안기부 불법 녹취 파일을 보도한 것에 퓰리처상이 수여된 셈이다. 이런 기사 보도를 막던 ‘독수독과 이론’은 미국 언론의 보도윤
보아오포럼과 총리의 위상
매년 4월이면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보아오(博鰲)에선 한바탕 난장 같은 말의 잔치가 벌어진다. 바로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博鰲亞洲論壇·Boao Forum For Asia)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정계, 재계, 학계 거물들이 참석해 아시아의 발전과 미래를 모색하는 토론의 마당이다. 보아오는 하이난다오 중동부 해안의 총하이시(瓊海市)에 속하는 진(鎭)급 행정구역으로 면적이 31㎢, 인구는 다해야 1만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보아오(博鰲)는 ‘물고기가 많고 살진 곳&rsq
지진 극복 과정서 확인한 ‘강인한 칠레’
현지 시각으로 4월1일 오후 8시46분경, 칠레 북부 태평양에서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했다. 곧바로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고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졌다. 산사태와 도로 폐쇄, 정전, 통신 두절 등 사고가 잇따랐다.칠레 국립지진센터(CSN) 보고서에 따르면 강진 이후 수백 차례의 여진이 일어났다. 재난관리 당국자는 여진이 앞으로 수개월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칠레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순간이었다.연속된 지진으로 최소한 100만명이 2~3일간 집을
핀란드 국가인권행동계획 세미나 참관기
3월의 마지막 날, 핀란드 법무부와 의회 인권센터, 내가 유학 중인 땀뻬레(Tampere) 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인권 세미나에 참석차 헬싱키에 있는 의회를 다녀왔다. 세미나에서는 2012년 4월, 현 정부가 채택한 핀란드의 첫 국가인권행동계획(2012~2013)에 관한 평가보고서가 발표됐다. 땀뻬레대 공법학과 연구팀이 작성한 평가보고서는 행동계획이 핀란드의 국가 인권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특히 정부와 시민사회가 협력해 국가인권정책을 발전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1차 행동계획에 인권정책의 우선순위
J리그와 안네의 일기
3월2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우라와 레즈의 홈구장. 오후 3시부터 치러진 우라와렛츠와 시미즈 에스펠드의 시합은 J리그 사상 처음으로 관중석을 텅 비운채 치러졌다. 경기장을 가득채워야 할 응원의 함성 대신 상공을 선회하는 취재헬기의 날개 소리와, 텅빈 객석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눈짓만 요란스러운 가운데 시합은 시작됐다. 에스펠드의 응원단은 시합이 열리는 사이타마가 아닌 스즈오카의 홈구장에서 응원의 북을 두드려야 했다. 경기때마다 평균 3만7천명 정도의 관중을 끌어 모았던 우라와 레즈는 이날 무관중 시합
자동차공장 노동자로 살기 힘든 미국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자동차 빅3가 파산 위기로 몰리자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의 위기감은 더했다. 최대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부도나면 사측이 합법적으로 노동계약을 재고할 수 있어, 보수층은 파산을 원했다. 빅3 위기가 강성 노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던 때라 무리한 주장도 아니었다. 다행히 친노조 성향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구제금융을 선택, UAW는 GM과 함께 기사회생했다. 위기를 넘긴 UAW가 최근 다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14일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폴크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UAW 가입을…
양안관계 진전과 ‘통일 대박’
지난달 22일 타이완의 남부 도시 타이난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타이완에서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쑨원(손문·孫文)의 동상이 쓰러진 것이다. 쑨원의 동상을 쓰러트린 이들은 타이완 독립파들로 이들은 동상 뒷면에 ‘ROC OUT’, 다시말해 ‘중화민국은 꺼져라’라고 스프레이로 써갈겨 현 국민당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중화민국(ROC·Republic of China)은 타이완의 정식 국호이다. 이들 독립파들에겐 중화민국은 곧 국민당이고 그러다보니 장제스
브라질 카니발 축제, 월드컵 그리고 대통령 선거
지구촌 최대 규모의 종합예술로 일컬어지는 브라질 카니발 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무대를 연출했다. 2월28일 밤부터 시작된 카니발 축제는 3월5일 새벽까지 쉼 없이 열기를 뿜어냈고, 남미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은 삼바의 향연에 흠뻑 취했다.카니발 축제는 전국에서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남동부 상파울루 시와 리우데자네이루 시, 북동부 살바도르 시와 헤시페/올린다 시의 축제가 4대 빅 이벤트의 명성을 유감없이 확인했다.중남미 제1의 경제도시 상파울루와 세계 3대 아름다운 항구도시 중 하나인 리우의 삼보드로모(Sambodr
금융위기 이후 아이슬란드의 도전과 혁신
아이슬란드 재발견(2)아이슬란드는 최근 전 지구적 기후 변화, 국제안보 환경의 변화, 인터넷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 등 현대적 도전들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2014년 1/2월호에 실린 아이슬란드 대통령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Olafur Ragnar Grimsson)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모습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우선, 최근 기후 변화와 북극권 개발이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혹독한 기후 조건과 국제적 고립에 시달렸던 아이슬란드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미
모미이 회장의 망언과 NHK 구성원의 침묵
1월 25일 이후 NHK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물론이고 앰네스티 재팬, 여성차별 철폐위원회 등 시민단체까지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가운데 일주일 만에 7000건의 항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혐한보도로 지면을 장식하던 주간지들도 일제히 NHK를 향해서 포문을 열었다. 물론 그렇다고 혐한 보도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지만 NHK 비판기사가 연이어 지면에 등장했다. ‘(국회)위원회 출석 NHK 모미이 회장에 간부가 눈물로 여기까지만 발언 호소’(문예춘추),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