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것
교황은 이 땅을 떠나 바티칸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 분이 남긴 발자취가 새록새록 눈에 밟힌다. 가난한 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본받고자 이를 세례명으로 한 것처럼 그는 이 땅에서 가난한 자, 힘없는 자,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한껏 품었다. 세월호 유가족, 용산참사 희생자, 쌍용자동차 해고자, 위안부 할머니, 밀양과 강정의 주민, 새터민들까지. 갈등의 한복판에서 신음하고 고통받고 있지만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껴안았다.…
대통령의 7시간 행방불명과 누락된 의제
일본 보수지 산케이신문이 8월3일자 서울 지국발로 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국에서 큰 논란이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 서울 지국장은 행방불명된 7시간의 ‘사생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8일 “끝까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장담하고, 검찰은 10일 가토 지국장을 출국금지 시킨 뒤 12일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산케이신문은 “문제의 기사는 한국 국회의 질의응답과 조선일보…
로봇 저널리즘과 기자의 일
‘기득권’을 갖고 있던 직업들의 세계에 ‘힘겨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실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신문을 펴면 변호사회 회비도 못내는 변호사가 많다는 기사에 이어, 하단에 ‘의사 개인파산 신청 전문’이라는 법무법인의 광고까지 볼 수 있는 요즘이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독과점적인 의제설정 기능을 통해 기자가 사회여론을 주도해갔던 언론환경은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크게 바뀌었다. 매체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기자보다 영향력이 큰 개인 블로거나 SN
이렇게 세월호는 언론에서 사라지나
월드컵 축구가 끝났다. 방송과 신문들이 온갖 역동적인 화면과 시커멓고 커다란 활자로 고조시켰던 축구 사랑도 애국심도 잦아들고 있다. 세계의 언론은 시청자·독자를 어설픈 축구팬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축구와 관련된 거대한 국제 비즈니스를 가능케 하고 FIFA가 아무런 국가나 국제규약의 견제 없이 기득권을 키워갈 수 있도록 거든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각 나라의 정치권력이 축구를 통해 국민의 가상적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축구 특히 월드컵 축구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가상의 통합과 가상의 공동체&rsquo
세월호, 기억 그리고 감성팔이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사회가 보여주는 태도는 매우 미숙하다. 아니 나 자신부터 기껏해야 언론의 ‘경마 저널리즘’에 비판을 가하는 게 전부였다. 비판을 넘어서 ‘어떻게 기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사실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셈이다. ‘기억하기’에 대해 특히 좀 더 골똘히 생각하게 된 데는 얼마 전 뉴스타파가 미니다큐로 만든 ‘예슬이의 꿈’ 편을 제작한 게 계기였다
문창극 후보 검증한 KBS, 이를 공격하는 언론
중앙일보 출신 문창극 총리 후보가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문 후보로 인해 드러난 언론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언론이 사실에 기반 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다. 견해나 보는 관점이 다른 경향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지면을 사유화하거나 진영 엄호를 위해 사실과 진실에 눈 감는 것조차 경향성이라고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되살아난 제 식구 감싸기중앙일보가 자사 출신 문창극씨를 감싸기 위해 나섰다. 공직자 후보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를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라 하면서 청문회에
전교조 법외노조 유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라고 통보한 고용노동부의 처분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논란이다. 법외노조로 본다는 것은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판결을 두고 역사의 시곗바늘이 전교조가 합법화된 1999년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가 합법화된 것은 1999년이지만 전교조 설립은 1989년에 있었다. 당시 교직원의 노동조합 설립은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이른바 비합법노조였다. 정부는 전교조에 가입하여 노조활동을 하는 교사들을 해고토록 지침을 내렸고 약 1500여명의 해직교사가 발생했다. 이른바…
총리 지명자와 ‘하나님의 뜻’
미국 연수 중이던 2005년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라이즌과 에릭 리치트블라우가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국(NSA)이 미국인을 무차별적으로 불법 도청한다는 정보를 확보한 뒤 무려 15개월만에 기사화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정보를 묵히면 똥 된다’고 할만큼 속보 경쟁이 너무 치열해 특종할 거리도 며칠 만지작거리다보면 낙종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1년 이상 묵혀도 특종이 되는 미국의 언론 환경은 정말 부러웠다. 그런데 최근 탐사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Glenn Gre
미디어 패러다임의 대이동
언론 환경이 급속히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카카오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그건 PC환경에서 유선 인터넷 플랫폼의 ‘원조 강자’였던 다음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신생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에 인수된, 하나의 ‘사건’이었다. 모바일이 유선 인터넷을 삼킨 것이고,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
지방선거 이후의 지역언론
지방 선거도 있고 선거 개표방송도 있는데 정작 우리는 ‘지방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 지방정치는 ‘이번 선거에 누가 출마하려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누가 출마했다’로 이어진 뒤 ‘누가 앞선다’로 넘어가 ‘누가 당선됐다’에서 끝난다. 지역주민의 일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물론 이것은 수도권을 포함하는 이야기이다. 지방정치를 구성하는 한 축은 지역 언론이다. 지방정치의 더딘 발전은 지역의 이슈와 전개과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