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수사와 잡초 제거론
‘도시농부’라며 집근처에 텃밭을 마련해 농사를 지은 지가 올해로 6년째다. 농사의 ABC를 알아가고 있다. 5월 중순부터 잡초를 제압하지 않으면 농작물보다 우월한 속도로 자란다. 출장으로 2주 연속 주말에 들여다보지 못하면 3주째의 텃밭은 잡초가 무성하다.공부나 세상살이에 요령이 있듯이 잡초제거에도 요령이 있다. 일단 비가 온 다음날에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형 잡초는 뿌리를 깊게 내렸기 때문에 땅이 단단하게 굳어 있을 때 두 손으로 잡아 뽑으면 어깨에 근육통이 생길 뿐 ‘근원’인 뿌리까지 제거하기가 어렵다. 비 온 뒤
저널리스트와 직업윤리
성완종 게이트 도중에 발생한 경향신문과 JTBC 간의 갈등에서 우리는 ‘언론의 직업윤리’라는 화두를 전달받았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전문직업인이자 봉급생활자이고 공공의 파수꾼 역할까지 부여된 저널리스트에게 직업적 윤리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는 저널리스트 개인의 정직성과 양심에 의해 구성된다.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고민하고, 사실을 사실로 인정해 그 앞에서 정직하고, 양심에 꺼리는…
퓰리처상과 언론, 오케스트라
# 지난 20일 한 언론사에서 정치부장으로 일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했다. 뒤에 친구의 상사인 국장과 바로 아래 후배인 차장도 합류해 넷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복귀했다. 나는 “사의를 표명할 거면 좀 일찍 하지 왜 새벽에 해서 기자들을 고생시키나”라고 그들을 ‘위로’하며 배웅했다. 그날 정치부 기자들 중에 제대로 잠을 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았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마지막에 쓴 기사가 말한다
집권이 아닌 선거를 위한 정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4월18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연행중이라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져 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연행해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그런다고 유가족들이 더 이상 진상 조사를 요구하지 않게 될까? 세월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의 분노만 자극할 뿐인 경찰의 쓸데없는 이 행위가 현 정권에 과연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정권은 힘으로 눌러 버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구사할
다시 ‘기레기’라 불려야 하나?
2014년 4월16일 세월호 대참사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덧없이 사라졌고,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희생자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을 보내야 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재판을 비롯해 감사원, 국정조사, 안전심판원 등의 조사가 있었지만 핵심을 비껴갔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위)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하지만 1주기…
껍데기만 남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난 5일 슬프게 봄비가 내린던 그날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전면폐지를 주장하면서 말이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잊지 않겠습니다”며 얼싸안고 통곡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아직도 요원한 게 현실이다.지난달 해양수산부는 ‘4·16세월호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세월호 특별법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은 3무(三無) 시행령이다. 진상규명 의지도 없
이영돈 PD, 공든탑이 무너졌나 사필귀정인가
음식·식품 분야 탐사 저널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영돈 PD의 처신이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이 PD는 ‘불량식품을 골라내고 시청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시하는 방송 저널리스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방송의 공정성과 취재윤리를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JTBC에서 하차했다. 며칠 만에 빠르게 진행된 이 과정을 지켜보며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과거처럼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갑(甲)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논란의 시작은 지
‘전성기 로마’와 김영란법, 그리고 언론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김영란법’을 보며 나는 ‘전성기 로마 공화정’을 생각했다. 전성기 로마는 ‘건강한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다. 대략 기원전 287년부터 기원전 133년까지이니 그리 길지는 않은 기간이었지만 귀족과 평민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번영을 만들어냈다.‘김영란법’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과잉입법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만연해 있는 접대
우리는 다시 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 종합편성채널 뉴스시사 프로그램이 ‘안산 인질 살해범 피의자가 과거 대구 친딸 성폭행범과 동일인이라는 오보를 내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 한다. 눈길을 끈 것은 보도제작팀장의 의견 진술. “당시 방송된 내용을 나중에 확인해보니 오보였다. 당일 다수의 인터넷 매체 기사를 검색해 인용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매일 방송을 제작하고 취재할 수 있는 기자가 따로 없다 보니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작가가 경찰서에 통화하는 수준이다.”또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겨레 21’이 종편 4사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출연자들이 이념적
‘달관 세대’, 청년 고통 외면하는 또 다른 이름
최근 모 일간지에서 요즘의 청년층을 두고 ‘달관 세대’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어차피 제대로 취업하기도 어렵고, 취업을 해도 격무에 시달릴테니 차라리 비정규직으로 살면서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사는 게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생겨난 ‘달관 세대’라는 트렌드라는 게 기사의 요지다. 당연히 수많은 청년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는데, 그 이유는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주목할 점은 ‘달관 세대’라는 이름 짓기가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생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이다.모든 이름 짓기는 단순한 표현이나 설명에 그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