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도준칙 제정에 부쳐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5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재난보도준칙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제정에 착수했으니 꼬박 5개월 만이다.16일 선포식과 함께 공개된 재난보도준칙은 두 번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대한민국 언론의 다짐이다. 대낮에 배가 기울어가는데도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막아내지 못한 언론의 죄책감과 무력감이 녹아 있는 반성문이기도 하다.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이 한꺼번에 터진 4월16일은 대한민국 언론사에도 수치스런 날이다. 수많
‘방심위’는 검열기구로 전락하려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프 출신이자 대통령직인수위에까지 몸을 담았던 인사가 위원장으로 내려 올 때부터 지금의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예견되었는지 모른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가 KBS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서 ‘관계자 징계’라는 강도 높은 법정제재를 결정해 양식을 가진 대다수는 할 말을 잃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4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중징계가 일사천리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로써 방심위는 청와대와 여당의 2중대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가시 돋친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녕 방심위는
‘유민 아빠’에 대한 해괴한 보도
남부지방에 내린 때 아닌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지성 호우에 버스가 휩쓸려가고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었다. 재난은 자연으로부터 시작됐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없었는지, 예방할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건 언론과 당국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넉 달이 훌쩍 넘었다. 사상 최악의 해양참사에 대해 수백만 명이 진상규명을 촉구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이라곤 의문투성이의 백골 사진 한 장뿐이다. 육지에서 뻔히 보이는 곳에서 그렇게 큰 여객선이 침몰할 동안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아직
교황이 언론에 던진 메시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편 안에서 남긴 말이다. 방한기간 동안 교황의 세월호 참사 유족에 대한 위로, 그리고 자본주의와 종교계에 대해 교황이 낸 비판의 목소리를 두고 우리 사회는 진보-보수 진영에 따라 미묘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의 가슴에 달린 작은 노란 배지에 큰 부담을 느낀 누군가가 전달한 소위 정치적 중립에 대한 제안 혹은 요구를 그는 ‘인간 우선’의 이유로 거부했다. 프란치
창립 50돌, 초심으로 돌아가자
“반세기의 언론사를 통해 우리들은 항일과 반독재의 제일선에서 싸워왔지만 서로의 유대와 단결을 위한 항구적인 조직체를 가져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언론자유 수호와 조국이 요구하는 민주주의 발전에 우리의 용기와 지혜를 집중하려는 것이다.”1964년 8월17일 기자협회 창립 선언문이다. 박정희 정부가 언론통제를 위해 제정한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를 요구하며 역사적 첫 발을 뗐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2014년 8월 언론의 모습은 어떤가. 예전보다 수십 배 많은 기자들이 뉴스를 쫓고 있다. 기자협회 회원과 등록 외
언론의 소임을 생각한다
오리무중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헷갈린다.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건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제자리걸음이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주말마다 모여 행진을 하고 단식까지 해 봐도 달라진 게 없다. 변죽만 요란하다. 여기를 봐도 유병언, 저기를 봐도 유병언이다. 유병언 일가 일망타진이 세월호 참사 정국의 최종 종착지라도 되는 양 호들갑이다. 유병언 사망을 계기로 불거진 검·경의 한심한 모습은 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형편없는 수준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미 죽은…
박효종 방심위원장에 바란다
우이독경, 소 귀에 경 읽기다. 방송통신심의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심의와 표적심의를 중단하라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아예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은 MBC 보도와 KBS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보도에 대한 심의는 이중잣대의 절정이다.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는 5월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함께 생각해봅시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조급증이 마치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민 것처럼 보도한 리포트에 가벼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MBC
MBC, 사법부·국회까지 무시하나
지난 7일 아침 MBC 상암동 신사옥으로 MBC 해직 언론인들이 출근을 시작했다. 법원이 MBC 해직 언론인 6명에 대해 ‘근로자 지위’를 보전하고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함에 따라 법적으로 ‘해직’ 신분이 끝난 까닭이다. 하지만 MBC는 박성제·이상호·이용마·정영하·강지웅 등 해직 언론인들의 출근을 청경을 동원해 막아버렸다. 공영방송이 법원의 명령까지 무시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해고조치에 대해 법원은 이미 지난 1월 “MBC의…
신임 KBS 사장 후보들에게 말한다
길환영 사장이 해임된 후 KBS가 보여준 모습은 우리 사회에 공영방송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창극 보도와 국외 소재 재벌들의 자산 추적 보도는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였다. 또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KBS 월드컵 중계 방송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위를 질주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KBS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KBS의 보도에 대해서 직접적인 불만을 수시로 털어놓은 집권 여당을
이념편향적 인사에 방송 심의 맡기다니
‘언론인 출신’ 총리후보였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24일 결국 사퇴했다. 일제 강점기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민족적인 역사관이 드러나 총리후보로 지명된 직후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출근투쟁을 하며 버티다 2주 만에 물러난 것이다.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조금도 사과하지 않고 언론 탓만 했다. 유력 중앙일간지에서 주필까지 한 능력 있는 기자가 어쩌다 국적을 의심하게 하는 역사관을 갖게 된 것일까. 총리 거취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던 와중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3기가 출범했다.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