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의 실격과 재벌의 반칙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선수들의 선전과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목표(금메달 10개-세계 10위)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배드민턴 승부조작 사건은 선수단은 물론 한국의 이미지에 큰 오점을 남겼다. 스포츠 정신의 요체는 정정당당이다. 스포츠에서 성과(금메달) 못지않게 과정(정정당당)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경영도 과거에는 성과 일변도였다. 하지만 성과와 과정(사회책임)을 함께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회책임의 국제표준인 ‘ISO 26000’은 인권과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거래, 지역사
불멸의 이름, 백남준
지난 7월20일 고(故)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40년 지기 친구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의 축하 공연과 함께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전이 시작되었다. 전시 제목은 그가 1992년도에 쓴 글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글에서 백남준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품는 노스탤지어(그리움)는 단순히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며 마치 타인이 우리에게 주는 피드백처럼 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하였다. 소마미술관에서도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생각해
지구 모형과 달러貨
미국 하버드대의 전문대학원 중에서 쌍 벽을 이루는 두 개의 학교가 경영대학원과 행정대학원(케네디 스쿨)이다. 찰스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대학원은 학생 구성과 설립이념이 판이하다. 경영대학원에는 주로 대기업, 컨설팅 회사, 은행 등 민간기업 출신이 모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비해 행정대학원은 공무원, 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주축이어서 공익(公益) 개념으로 세상을 해석하려 한다. 두 대학원의 학생들은 가끔씩 찰스강 너머를 지칭하며 “현실적이지 못하다”, &ldquo
안전하고 수익도 높다는 거짓말
“투자자가 보상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괜히 변호사들이 자기들 돈 벌려고 소송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네요.”4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데 예금만큼 안전하다고 팔린 A펀드가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예금만큼 안전하다’던 A펀드는 원금의 80% 이상을 날리게 됐다. 시간이 지난다고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상품도 아니었다. 구조상 시간이 지나면 원금 전체를 까먹는 파생형 펀드였다. 이런 펀드를 안전하다고 팔았던 은행에 분개한 이들이 인터넷…
‘유로 2012’와 한일 군사정보협정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예상을 깬 스페인의 4대 0 대승. 역시 ‘유로 2012’는 재미있다. 앞서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을 봤다. 독일이 그동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부채국가들에 대해 주장해온 엄격한 긴축정책 안에서 한발 후퇴해 은행에 대한 구제기금의 직접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대신 회원국들이 향후 은행동맹, 재정동맹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럽 17개국이 가입한 유로존에서 통용되는 통화 ‘유로’의 탄생은 탈냉전과 연관
부산 광복동에서 마산 창동을 걱정한다
6월 22일 부산 광복동을 찾았다. 평일 낮인데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4~5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 부산에서 으뜸가는 번화가로 꼽혔으나 서면과 해운대에 새롭게 상권이 만들어지면서 시들어버린 것이다.2000년대 들어 옛 도심 살리기가 시작됐다. 거리를 특색 있게 꾸민 위에 크고작은 공연도 펼쳤다. 지금은 해운대로 거의 다 넘어갔지만 처음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여기서 열었다. 지금도 행사 일부는 여기서 벌어진다. 그러다가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들어서고 2011년 거제를 부산과 이어주는 거
서울과 뉴욕
2년 전 뉴욕에 들렀을 때 ‘뉴욕테크밋업’(NYTM)이란 행사에 갔다.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이어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다는 얘길 듣고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 뉴욕은 실제로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됐다.뉴욕 출신 기업들의 이름을 대보자. 포스퀘어, 엣시, 길트, 텀블러….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뜬 기업들이다. 2008년에는 미국 전체 기술기업 투자액 가운데 7%만 뉴욕 소재 기업에 투자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11년 10%로 껑충 뛰었
대법원 보수화 외면, 언론은 괜찮은가?
아예 포기해버린 걸까. 대법관 4명이 한꺼번에 바뀌는데 대형 교통사고 수준으로도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퇴임할 때보다도 언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법관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별 기사가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사 써봐야 아무 소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블랙박스도, CCTV 영상도 없어서? 이유가 뭐든 대법원 구성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 이젠 정말 고민해봐야 한다.대법원은 최고법원이다. 대법원은 온갖 이해관계의 다툼과 갈등을 정리하는 최후의 심판자다. 종종 과소
경제민주화 성공을 위한 두가지 조건
경제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연말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5년 뒤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고 비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총선 이전만 해도 바짝 긴장해던 재벌들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 뒤 한숨 돌리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서는 ‘중도강화론’으로 헛발질의 연속이다. 총선 이전에는 목소리를 낮추던 재벌 이해단체인 전경련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경제민주화의 근거가 되는 헌법 119조2항의 폐지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역행이 국민들 삶에…
창단 50년 국립무용단장의 공석을 바라보며
지난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창단 50년을 기념하는 ‘우리춤모음’ 공연이 열렸다. 역대 단장들이 안무한 주요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놓은 공연이었다. 한 단체의 역사가 반세기를 맞았다면 보통 경사가 아닐 수 없지만 이날 공연을 총괄한 사람은 예술 감독 직무대행을 맡은 백형민 춘천민예총 춤협회장이었다. 지난해 12월로 임기가 끝난 배정혜 전 예술 감독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극장 심사위원단이 고른 두 명의 후보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례적으로 부적격판단을 내려 선정이 늦어졌다. 난감해진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