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업주의에 대한 사회적 견제
현대인들의 미디어 이용 및 뉴스 소비 행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첫째, 시민들이 가장 의존하는 미디어는 인터넷이다. 만 3세 이상 전체 국민의 90.3%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이들의 99.4%가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며 인터넷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이들이 48.7%에 달한다(2017 인터넷이용 실태조사, ①). 둘째, 시민들은 인터넷 뉴스를 소비한다. 만 6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의 88.3%는 온라인 신문을 읽고(①) 미디어 이용자의 75.6%가 지난 1주일 간 인터넷 뉴스를 이용한 경험(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②)이 있
여성스러워도, 여성스럽지 않아도
한국 드라마에는 꼭 온 얼굴에 짜장면을 묻혀가면서 먹는 젊고 예쁜 여성배우들이 등장한다. 잭슨 폴록이 한국 여자로 태어났다면 자신의 얼굴에 춘장 소스를 뿌리는 것으로 예술가적 끼를 발산했을 거라는 데 손목을 건다. 왜 성인 여성이 그런 연기를 할까? 예쁜 여자가 그렇게 먹으면 자신의 미모를 의식하지 않는 ‘털털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예뻐도 예쁜 척하지 않는 것’이다. 예쁘지 않은 캐릭터가 얼굴에 음식을 바르면 그것은 그냥 ‘추한’ 식탐을 의미하고, 배우의 체형이나 비만인을 희화화하려는 목적뿐이다. 예쁘지만 예쁜 척하면…
사실 확인은 언론의 기본 책무
얼마 전 발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Digital News Report 2018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 2010명 중 단 25%만이 언론의 뉴스 기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이다.이러한 결과에 놀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의 뉴스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의 뉴스 기사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최근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에서 발간한 기사의 품질: 한국…
냉전 저널리즘과 호전 저널리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며 우리는 항구적 평화를 향해 진일보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뭔가 일이 틀어지기를 갈망하는 저항의 몸짓들이 우리나라에도 미국에도 등장한다. 우리 일부 언론도 분명 가담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나 공공 언론이 평화를 지향하지 않는 건 어떤 연유일까? 첫째는 ‘수구우익’이란 가치로 설명할 수 있다. 기득권 체제를 양호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전쟁종식은 갈급하지 않다. 둘째로는 ‘상황의 유불리’다. 자기편이 확실히 이기고 있다면 승리와 이득이 눈앞인데 싸움을 멈출 이유가 없다. 셋째는 상대가 ‘협상 테이블로 기
기자들, 어떤 '질문' 던져야할지 질문하라
#‘질문’의 중요성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 강조하기 위해 굳이 ‘성문영어’식 표현을 쓴다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주어진 1시간 중 55분을 올바른 질문을 알아내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질문이 무언지 안다면, 정답을 찾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아인슈타인의 말을 음미해보자. “If I had an hour to solve a problem and my life depended on it, I would use the first 55 minutes determining the prope
청와대와의 경쟁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리고 만 하루 동안 청와대 페이스북에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라며 회담 사실을 공개한 글로 시작해 두 사람이 만나는 사진, “회담 결과는 27일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힐 예정”이라고 예고한 글, 현장의 영상, 회담 결과를 전하는 문 대통령의 동영상, 발표문 전문, 기자회견 문답, NSC 상임위원회 회의결과 브리핑이 뒤를 이었다. 청와대 웹사이트와 트
여성영화, 좋아하세요?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채소연의 “농구, 좋아하세요?” 한 마디에 농구를 시작한다. 전설의 시작이다. 그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9년 전의 나는 “여성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여성영화제와 처음 만났다. 강백호는 무작정 농구를 좋아한다고 외쳤다가 농구의 매력에 빠진다. 나는 부족한 ‘밑천’을 들킬까봐 의무적으로 여성영화제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동안 우리가 눈만 돌리면 보이던 영화들, 상영관을 독식하거나 모 영화제의 수상작, 거장의 역작이라고 찬사를 받던 작품들이 얼마나 남성중심적이고…
포털은 뉴스 알고리즘 공개해야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주류 언론사들은 포털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만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털의 댓글 관련 정책과 감시 소홀이 댓글 조작을 유도하거나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중앙일보 4월 27일자 30면)은 옳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이 제기하는 포털 단독 책임론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류 언론이나 인터넷언론사 모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숙주’삼아(한겨레 5월 9일자 4면) 현장을 취재하지 않은 채 연관 뉴스를 손쉽게 만들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
언론의 대북 보도 더 신중해야
4월27일,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믿기 힘든 역사적 사건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오랜 갈등 상황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새 시대,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남북 두 정상이 제공해 준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지만, 동시에 이 기회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지 않도록 온 민족이 지혜를 모아야 할 텐데 하는 초조함도 앞선다. 그 초조함의 한켠에는 언론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오랫동안 우리 언론의 북한 보도가 억측과 오보, 왜곡 보도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폐쇄성 때문이기도 하
남북정상회담과 저널리즘
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 (1995) 전문에서 “우리는...화해와 신뢰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기보다는 불신과 대결의식을 조장함으로써 ‘반통일적 언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고도 우리는 냉전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타파할 결의와 노력이 부족해서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건 민족이었고 진실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저널리즘에게 물어보자.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보도는 아직도 분쟁 보도